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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노동통제 지휘부는 ‘미래전략실’
삼성 노동통제 지휘부는 ‘미래전략실’
  • 조돈문 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 삼성노동인권지킴이
  • 승인 2014.12.24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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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세습 완성 단계에도 무노조 경영방침 포기하지 않아…물리적 강제력, 물질적 보상, 조직규범, 사회적 관계를 핵심적 노동통제 수단으로 활용

<post 이건희-삼성그룹 노동통제전략의 연속성과 변화>

삼성은 일제치하 양조장에서 시작하여 세계적 재벌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소유권과 함께 지배경영권을 세습하면서 무노조 경영방침을 견지해 왔다. 그동안 국가권력은 한반도를 강점한 일본제국주의 치하에서 군사독재정권을 거쳐 민주화 과정을 겪어 왔지만 현재 지배경영권의 3대 세습을 완성하는 단계에 이른 삼성은 아직도 무노조 경영방침을 포기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2011년 7월 실시된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 합법화 이후 에버랜드, 삼성전자서비스, 삼성코닝, 삼성SDI 등 삼성 계열사들에도 민주노조가 결성되기 시작했다. 삼성의 무노조 경영은 창업 이래 80년 정도 지속되었는데 이제 실질적으로 무너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삼성은 3대 세습 과정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무노조 경영 방침을 폐기하는 것이 아닐까?

이 글은 복수노조 합법화와 민주노조 결성이라는 변화된 조건 속에서 삼성이 무노조 경영방침을 고수하는지, 무노조 경영방침을 고수한다면 이를 관철하기 위해 어떤 노동통제 전략을 구사하는지, 노동통제 전략은 어떤 점에서 연속성을 보이고 어떤 점에서 변화를 보이는지를 분석한다. 이를 위해 민주노조가 먼저 결성된 삼성에버랜드와 삼성전자서비스를 주요 사례로 검토하되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중심으로 한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에 비해 직접고용 정규직을 주요 조직대상으로 하는 에버랜드 노조를 핵심적 준거로 분석한다.

삼성그룹의 노동통제 체제

삼성은 복수노조가 합법화되면 노동조합 결성 시도들이 본격적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판단 하에 그룹차원에서 구체적 대응전략을 수립하여 모의훈련을 실시하는 등 체계적으로 대비해왔다. 삼성그룹에서 2012년 1월 작성한 《2012년 ‘S그룹’ 노사전략》(이하, 대응전략문건)은 노조설립 시 상황 전개를 3단계로 구분하여 단계별 구체적 대응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삼성그룹의 노동통제는 그룹 미래전략실을 정점으로 하는 지휘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대응전략문건의 존재 자체가 그룹 차원의 노동통제 체제가 작동하고 있음을 입증해 주고 있는데, 그룹 차원에서 복수노조 상황에 대한 대비전략을 수립하여 각 계열사들이 실천하도록 했다. 대응전략문건에 따르면, 복수노조가 합법화되는 2011년 7월부터 이미 그룹 주관 하에 각 계열사 인사담당 임원들이 참여하는 화상회의를 주 1회 정기적으로 개최하기 시작했고, 2012년 초에는 인사담당 임원과 노무관련 부서장 및 담당자들 900명을 대상으로 실전형 노사교육을 실시하기도 했다.

삼성그룹의 노동통제 체제는 그룹 차원에서 기획·관리되는 치밀한 일상적 감시체계에 기초해 있다. 에버랜드의 경우 노조설립 움직임을 사전에 포착했기 때문에 민주노조 설립 전에 알박기 노조를 설립하여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 이처럼 노조설립 기도를 사전에 감지할 수 있었던 것은 사측이 노동자들에 대해 일상적으로 동향을 파악하고 정보를 축적하는 가운데 노동조합을 결성하거나 노동조합에 동조할 가능성이 높은 사원들을 문제사원으로 분류하여 밀착 감시하는 한편 일반 노동자들의 사회적 관계망을 파악하여 문제사원과 노동조합 중심의 사회적 관계 형성 가능성을 차단해왔기 때문이다.

에버랜드 측은 그룹차원의 대응전략이 주문한 바와 같이 노동조합 결성 후 150여개의 첨단 CCTV를 새로 설치했는데 에버랜드 경내 구석구석을 감시할 수 있고 사원들의 이름표까지 확인할 수 있는 고해상도로서 인공지능 기능을 겸비한 고성능 카메라라고 한다. 사측은 환경안전그룹 산하에 종합운영본부라는 별도의 사무실을 두어 환경안전그룹, 관리부서와 현장부서 소속 관리자들 3명 씩 교대로 24시간 관리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들 가운데에는 에버랜드에 소속되지 않은 인원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의 노동통제 전략

이하에서는 사업장 복수노조 합법화 이후 노동조합이 결성된 에버랜드와 삼성전자서비스 가운데 삼성 계열사 직접고용 노동자들인 에버랜드 사례를 중심으로 노동통제 전략을 분석하는데, 물리적 강제력, 물질적 보상, 조직규범, 사회적 관계가 핵심적인 노동통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 물리적 강제력 활용

물리적 강제력을 활용한 노동통제 방식은 노동조합 결성 이후 훨씬 강도 높게 진행되었는데, 물리적 강제력은 주로 노조활동을 방해하고 문제사원을 탄압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대응전략문건은 대자보 부착과 근무시간 중 조합활동 등에 대해 “사규위반을 이유로 반드시 저지하되, 거부 시 채증 후 징계”하고, 불법행위시 “고액의 손해배상 및 가처분 신청 등을 통해 경제적 압박을 가중시켜 활동을 차단하고 식물노조로 만든 뒤 노조해산 유도”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특히 문제사원들에 대해서는 “문제인력 개개인에 대한 「100과사전」을 제작, 개인취향, 사내지인, 자산, 주량 등을 꼼꼼히 파일링하여 활용 중”이며 “평상시 근태불량, 지시불이행 등 문제행위를 정밀하게 채증하여 유사시 징계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굴복하지 않는 문제인력은 “활용불가자”로 재분류하여 퇴출시키도록 구체적으로 지시하고 있다.

문제사원들에 대한 물리적 강제력을 활용한 탄압은 대응전략문건의 지시사항대로 실제로 수행되었다. 에버랜드의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들이 거의 모두 사측 입장을 대변하는 가운데 조장희 근로자위원을 중심으로 한 일군의 노동자들이 회유되지 않고 비판적 입장을 바꾸지 않자 문제사원으로 분류하여 자주 매장을 이동시키는 등 불이익을 주었다. 특히 근무자의 숫자가 적은 매장으로 이동시켜 일반 노동자들과의 접촉 및 관계형성 가능성을 최소화하고자 했다. 때로는 조장희의 경우처럼 업무 관련성이 낮은 외곽 사무실로 발령하는 등 보복성 인사발령을 내기도 했다.

에버랜드는 개인정보 유출 및 회사 명예훼손 등의 사유를 들어 조장희 부지회장을 해고하고, 박원우 지회장은 감봉 3개월, 백승진 사무국장과 김영태 회계감사는 각각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단행했다. 더 나아가서 사측은 채증 결과를 활용한 고소고발도 남발하여 현재 소송건수가 30여건에 달하고 있다.

이처럼 노조간부 등 문제사원들에 집중된 물리적 강제력 행사는 노조간부들에 고통을 부과하고 노조활동을 어렵게 하는 한편 비노조원들에게 노동조합 활동에 고통이 따른다는 것을 보여주는 효과도 가져오고 있다.

물리적 강제력은 에버랜드에 비해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들에서 훨씬 더 강도 높게 활용되었다. 협력업체 사장 및 관리자들이 노조원들에게 사직서를 내놓고 퇴사하기 싫으면 노조를 탈퇴하라고 협박하는 일도 광범위하게 진행되었다. 삼성전자서비스 측은 협력업체 사장들을 통해 “노조에 가입하면 폐업하겠다”고 간접적으로 협박하고 협력업체 사장들은 “센터에 노조원이 생기면 삼성전자서비스에서 센터 폐쇄한다”거나 “네이버 밴드에서 탈퇴시키라고 본사에서 명단과 지시가 내려왔다”며 업체 폐업 협박을 이용하여 노조 가입을 억압하고 노조 탈퇴를 강요했다. 부산진센터의 경우 노조를 탈퇴하지 않으면 별도의 업체를 설립하여 비노조원들만 채용하겠다고 협박했고, 실제 동래센터의 경우 협력업체를 위장폐업하고 별도의 법인을 설립하여 문제사원으로 지목된 위영일과 신장섭만 제외하고 다른 노동자들을 모두 채용하기도 했다.

급기야 10월 31일에는 천안센터 노조원 최종범이 핵심 노조원들에 집중된 표적감사와 센터장의 폭언과 탄압으로 인한 압박 하에서 자결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센터장은 고인에게 “고객을 칼로 찔러 죽여 버리던지 하지 왜 차장이 가서 (고객 앞에서) 무릎 꿇게 만드냐. 내가 무릎 꿇을 상황이 온다면 너도 나하고 같이 무릎 꿇어야 한다”는 등 욕설을 퍼부었고, 고인은 자살 전날 “그동안 삼성서비스 다니며 너무 힘들었어요. 배고파 못 살았고 다들 너무 힘들어서 옆에서 보는 것도 힘들었어요. 그래서 전 전태일님처럼 그러진 못해도 전 선택했어요. 부디 도움이 되길 바라겠습니다”라는 SNS 메시지를 남겼다.

▲ 4월 1일 서울 강남구 삼성 본관 앞에서 민주노총이 ‘삼성전자서비스센터 표적폐업 노동탄압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뉴시스

◆ 물질적 보상

대응전략문건에 따르면, 삼성은 노조결성을 저지하고 조직된 노동조합의 조합원 확대를 차단하기 위해 “임금·복리후생 비교우위 유지”를 그룹차원의 대응전략으로 설정하고 있다.

에버랜드측이 노조결성 움직임을 인지한 이후 물질적 보상 수준을 개선하고 있는데 이는 노동조합 가입 유인을 최소화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되었지만 노동조합 결성 효과를 반영하기도 한다. 매년 초 지급되는 이익배당금은 연봉액 대비 일정 비율로 지급되는데, 노조결성 직전 한 자리수로 떨어졌지만 2012년 초와 2013년 초는 12-15%의 고율로 지급되었고, 상하반기에 반기별로 지급하는 성과급은 0-150% 수준에서 지급하던 것을 상한 150% 내에서 100%를 기본으로 고정함으로써 100-150%로 상향조정되었다. 또한, 매년 연말에 실시하던 반강제적 명예퇴직과 희망퇴직은 노동조합이 결성된 2011년부터 중단되었다.

사측은 회사에 대한 충성심을 고취시키기 위해 물질적 보상을 사용하는 반면 문제사원들에 대해서는 물질적 박탈로 제재한다. 연단위로 실시되는 인사고과는 업무능력보다 회사에 대한 충성도가 우선적으로 고려되어 사측의 노무관리 도구 역할을 수행하는 노사협의회 위원들에게는 높은 고과점수의 특혜를 주고 충성심 높은 노동자들에게 현장보다 노동강도가 낮은 사무실로 배치해 주기도 하는 반면, 노조원들에게는 진급과 임금인상 등에서 불이익을 준다.

물질적 보상을 통한 회유 시도는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원들에게도 행해져서 실제 센터 분회장의 회유로 인한 노조탈퇴 사례도 발생했고, 부산진센터의 경우 회유된 자들에게 월급제 혜택을 줬다고 한다.

◆ 조직 규범 : 삼성의 자부심과 무노조 이데올로기 내면화

대응전략문건은 삼성은 다양한 고충처리 활동을 전개하고 노사협의회를 육성하여 노동자들로 하여금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도록 한다는 전략을 수립하여 실천하고 있음을 확인해 주고 있다. 고충처리 활동은 노동자들의 회사에 대한 충성심을 높이기 위해 “생일, 출산, 결혼기념일 등에 CEO 친필서명 편지 및 선물 지급” 등 “회장님 말씀”에 따른 작은 배려들의 실천과 함께 전개된다. 물론 노사협의회 육성은 고충처리 활동에 비해 적극적인 전략적 의도를 지니고 있는데, 노동조합 결성 시 노동조합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알박기 노조를 결성하는 주체들을 양성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노동조합 결성을 저지하고 반노조 정서를 보강하기 위한 삼성 측의 보다 더 적극적인 노력은 무노조 이데올로기를 내면화하기 위한 무노조교육이다.

무노조교육은 전사원을 대상으로 통상 연 1회 정도 개최되었는데 복수노조 합법화 시점을 앞두고 노조결성 추진 움직임이 감지되자 2011년에는 상반기에만 2차례나 개최되었다. 무노조교육은 대우차와 쌍용차 투쟁 등 쇠파이프와 화염병이 등장하는 자극적 동영상을 보여주며 민주노조와 노동자 투쟁에 대한 거부감을 조성하고, 강성노조의 파업은 기업에 막대한 손실을 입힘으로써 기업과 노동자들을 모두 망하게 한다고 주장한다.

삼성 그룹과 동일시하고 삼성의 정체성을 갖게 하는 교육은 삼성그룹 계열사 직접고용 정규직들뿐만 아니라 협력업체 간접고용 노동자들에게도 실시되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는 협력업체들의 인사와 경영을 직접 관리하면서 협력업체 직원들에게 정기적으로 교육을 실시하는 한편 신입사원들에 대해서도 수원의 삼성전자서비스 본사 혹은 지역별 삼성 교육장에서 “삼성 경영이념과 삼성인의 정신” 교육을 실시한다. 이러한 교육들은 삼성인은 “정직하고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등 삼성 구성원으로서 지녀야 할 기본적 자세와 함께 삼성의 조직 규칙을 엄수해야 한다는 내용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삼성은 교육 등을 통해 국내 최대 기업집단 삼성의 구성원이 되었다는 자부심을 갖게 하는 한편 노동조합의 강경투쟁을 회사의 손실과 연계시켜 민주노조의 위험을 경고한다. 이렇게 삼성 그룹 노동자들은 물론 협력업체 간접고용 노동자들에게까지 삼성 정체성을 갖도록 함으로써 삼성과 노동조합 사이의 정체성 선택에서 삼성과 동일시하도록 설득하고 압박한다. 한편 사측의 무노조 이데올로기에 적대적인 민주노조 진영, 특히 삼성계열사 민주노조들에 대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차단하여 정체성과 동일시 대상의 선택지에서 배제함으로써 삼성에 대한 헌신과 노조에 대한 적개심을 키우려고 한다.

◆ 사회적 관계 : 문제사원의 격리와 왕따

삼성은 노동자들을 친회사 성향 여부에 따라 건전인력과 문제사원으로 분류하여 친회사 측 인력을 확보하고 공식·비공식 조직들을 통해 확대하며 결집력을 강화하는 한편 문제사원은 철저히 배제하고 격리한다.

삼성그룹 대응전략문건은 친회사 건전인력을 방호인력, 노조활동 대응인력, 여론주도 인력으로 세분하여 역할, 규모, 확보 방법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점조직형으로 운영할 것을 지시하고 있다. 이러한 친회사 건전인력을 꾸준히 재선정하고 확대하며 주기적으로 모의훈련과 심성관리를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대응전략문건은 “동호회를 통한 회사생활 만족도 제고” 전략에 입각하여 동호회 가입률을 38%에서 50% 이상으로 대폭 증대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실제 에버랜드에서도 2011년 초부터 사측이 동호회 활동에 적극 개입하기 시작했다. 동호회를 조직하려면 인사팀의 결재를 맡도록 하고, 2개 이상의 동호회 가입은 규제하고, 동호회의 회장과 총무는 자율적으로 선출되지 않고 회사 측에 건의하기 쉽다는 이유로 주로 팀장과 과장 등 간부들이 맡도록 하고, 동호회 총회장은 신문화팀 관계자가 맡도록 함으로써 동호회들이 철저히 회사 측의 통제 하에서 운영되도록 했다.

문제사원에 대해서는 격리-왕따 등 사회적 관계를 체계적으로 통제한다. 첫째, 사측은 문제사원들을 밀착 감시하여 일반노동자들과의 접촉을 어렵게 한다. 문제사원들에 대해서는 감시·감독을 강화하여 밀착감시를 실시하는데, 노조결성 이후 일거수일투족을 체크하며 미행 감시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둘째, 사측은 노조원 등 문제사원들을 일반노동자들로부터 격리시켜 고립화한다. 노조 설립 후 에버랜드 내 150대의 CCTV가 새롭게 설치되면서 일반노동자들이 노조원과의 접촉을 더욱 꺼리게 되었다. 셋째, 노조원이 소속된 부서에 불이익을 줌으로써 동료 노동자들이 노조원들에 대한 불만을 갖고 노조원들을 기피하게 만들고 있다. 넷째, 사측은 흠집내기를 통해 노조간부 등 문제사원들에 대한 거부감을 조성한다. 노조원들은 노조활동을 위해 퇴근이후의 연장근무나 특근을 거부하고 있는데, 사측은 노동자들을 상대로 이를 비난하며 노조원들을 매도하고, 노조원들이 수용할 수 없는 스케줄을 강요하고 노조원들이 반발하면 다른 노동자들에게 노조원들은 회사에 도움이 되지 않고 문제만 일으킨다고 매도한다.

노조원 격리와 노조간부 흠집내기는 협력업체들에서도 그대로 시행되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들이 노조원들을 아침 조회에 참석하지 못하게 하거나 업무상 배치되는 소조직에서도 배제함으로써 심리적 압박을 가하는 동시에 비조합원들로부터 격리시키는 결과도 노리고 있다. 한편 노조간부들을 대상으로 개인비리를 포착하기 위해 표적감사를 대대적으로 진행하는 한편, 정읍센터 등에서는 의도적 ‘찡꼬(시비걸기)’를 통해 노조간부의 폭력을 유발하여 징계 해고하는 등 노조간부 흠집내기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삼성, 노동자 동의에 기초한 헤게모노적 지배 아닌 전제적 지배 방식 의존해

삼성은 노동자 동의에 기초한 헤게모니적 지배가 아니라 전제적 지배 방식에 의존하고 있다. 노동자들이 불만에도 불구하고 저항을 자제하며 순응하는 것은 물리적 강제력, 물질적 보상, 조직 규범, 사회적 관계 같은 권력자원들을 활용하는 노동통제 방식들이 작동한 효과라 할 수 있다. 노동자들의 불만이 지속되고 자발적 동의가 형성되지 않는 한 노동조합 결성과 노동자 조직화의 가능성은 상존한다. 그런 가운데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가 허용됨으로써 노동조합 결성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려는 삼성의 전략은 지속되기 어렵게 되었다.

◆ 삼성그룹 노동통제 전략의 연속성

일상적 감시 활동에 기초한 삼성의 노동통제 전략은 상당정도 연속성을 보이고 있는데 그 기저에는 무노조 경영방침이 있다.

첫째, 삼성은 무노조 경영방침을 포기하지 않았고 무노조 경영방침을 관철하기 위해 억압적 전제 방식의 노동통제 체제를 지속하며 노동자들에게 무노조 상황을 강제하고 있다.

둘째, 미래전략실을 정점으로 하는 그룹차원의 노동통제 체제와 계열사들의 상호 지원 체계는 여전히 가동되고 있다. 하지만 사내정보 시스템 ‘싱글’에서 온라인 상으로만 사내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하고, 문서의 외부 유출은 물론 이메일 외부 발송이나 파일 인쇄 작업까지 엄격하게 제재하는 등 정보보안은 더욱 강화되어 그룹차원의 노동통제 체제 파악은 매우 어렵게 되었다.

셋째, 삼성은 여전히 노동자 등급화 관리체계를 유지하며 노동자들을 ABC급, 건전인력-문제사원 등으로 분류하고 노조활동가를 포함한 문제사원들을 밀착감시 같은 방식으로 특별 관리하고 있는데, 노동 인권 유린은 특히 문제사원들에 집중되어 나타나고 있다.

넷째, 해고 등 징계 위협을 통한 물리적 강제력이 노동자들의 노조가입 의향을 억압하는 주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노동자들은 만족과 동의가 아니라 불만에도 불구하고 물리적 강제력 행사 등 부당처우의 공포심으로 인해 노조에 가입하지 못하고 있다. 한편, 물질적 보상과 조직 규범에 의존한 노동통제 전략도 지속되고 있는데, 물질적 보상이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가운데 물적 자원을 통한 회유 공작은 문제사원들을 중심으로 소수에 한정되어 사용된다.

◆ 삼성그룹 노동통제 전략의 변화

복수노조 시대 그룹 안팎의 여건 변화에 맞추어 노동통제 전략도 부분적으로 변화된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첫째, 복수노조 허용으로 인해 노동조합 결성이 상대적으로 용이해지고 실제 민주노조가 결성됨에 따라 일상적 감시활동의 중요성이 증가하면서 삼성은 일상적 감시체계를 강화하여 원형감옥 체제의 완결도를 더욱 진전시켰다. 도청, 미행, 정보 수집, 동태 감시 등 인적 자원에 의거한 감시활동 방식은 꾸준히 활용되고 있으나, 노동조합이 결성되면서 감시 대상인 문제사원들의 규모가 증가함에 따라 이들에 대한 그림자 감시 등 일상적 감시활동을 더욱 강화하는 한편 에버랜드의 CCTV 대량설치와 같이 사업장 전체를 원형 감옥화하고 있다.

둘째, 극단적 형태의 물리적 강제력은 과거에 비해 제한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노조결성 이후 문제사원이 많아지고 노동자들의 권리의식이 발달함에 따라 소수의 문제사원들을 겨냥해 사용되던 납치·감금 등 극단적 형태의 물리적 강제력은 활용하기 어려워졌다. 또한 민주화가 진전되며 신체적 폭력 같은 물리적 강제력에 대한 사회적 관용도가 낮아진 상황에서 국가기구도 아닌 사적 주체에 의한 활용의 부정적 효과가 매우 커졌다는 점도 극단적 형태의 물리적 강제력 사용에 따르는 부담을 더욱 크게 했다. 노조결성 저지 시도의 한계, 문제사원의 증가, 신체적 폭력에 대한 사회적 관용도 하락 등으로 인해 물리적 강제력의 효용성이 크게 떨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물리적 강제력 활용 방식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물리적 강제력은 내부자 보다는 외부자, 즉 삼성그룹 계열사 직접고용 정규직보다는 협력업체 간접고용 노동자들에게 주로 시행되고, 내부자의 경우 문제사원들에 집중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셋째, 격리와 왕따 등 사회적 관계를 이용한 노동통제 방식의 중요성이 크게 증대하여 물리적 강제력을 대체하며 핵심적 노동통제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 문제사원들에 의한 노조결성을 저지하지 못하더라도 문제사원들과 노동조합원들을 일반 노동자들로부터 격리하여 고립화시킴으로써 영향력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렇게 사회적 관계 제재를 통한 노동통제 방식의 중요성이 크게 증대되면서 과거 삼성의 전통적 노동통제 전략의 핵심을 구성했던 물리적 강제력은 상대적으로 주변화되었다.

넷째, 사업장 내 복수노조가 허용됨에 따라 사측이 노조결성 원천봉쇄를 추진하되, 안 되면 알박기 노조로 대응하는 전략으로 전환하면서 노사협의회의 노동조합 대체재 기능이 약화되었다. 이러한 알박기 노조 전략은 민주노조 결성으로 야기되는 변화를 최소화하기 위한 현실적 차선책이라 할 수 있으며, 어용노조와 단체협약을 먼저 체결한 다음 복수노조 창구 단일화 규정을 이용하여 민주노조의 단체교섭 요구를 봉쇄함으로써 노동조합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실질적 효과를 수반하고 있다. 사업장 복수노조 허용으로 인해 노사협의회의 노동조합 대체 효과는 크게 하락했으나 일상적 정보수집 채널로 활용하고 유사시 알박기 노조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삼성 측은 노사협의회의 효용가치가 여전히 높다고 평가하며 공식 노동통제체계의 하부 기구로 활용하고 있다.

이 글은 《사회경제평론》 제44호에 게재된 필자의 원고를 축약 편집한 것이다. 축약게재를 허락해준 한국사회경제학회에 감사드린다. 구체적 참고자료는 위 글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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