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불어닥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의 후폭풍이 아직 완전히 걷히지 않은 탓으로 현대·기아자동차가 중국 시장에서 여전히 고전하고 있다.
11일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두 회사는 올해 7월까지 중국 시장에서 60만1천444대의 자동차를 판매했다. 이는 작년 1∼7월의 누적 판매량 50만964대보다 20.1%나 증가한 것이다.
회사별로는 현대차가 16.7% 증가한 41만116대, 기아차가 27.8% 늘어난 19만1천328대를 각각 판매했다.
작년과 견주면 20% 가까운 성장세를 보이며 판매가 빠르게 회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드 사태 이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갈 길이 멀다.
2015년 1∼7월 현대·기아차는 중국에서 89만7천554대를, 2016년 1∼7월에는 91만9천380대를 판매했기 때문에 당시와 견주면 올해 실적은 그 3분의 2 수준인 셈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사드 보복으로 판매가 곤두박질쳤던 작년과 비교하면 올해 실적이 회복되고 있기는 하지만 사드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기에는 한참 모자란 실적"이라고 말했다.
사드 사태 이전 현대·기아차는 중국에서 한해 180만 대 가까이 팔기도 했다. 2013년 157만7천574대, 2014년 176만6천84대, 2015년 167만8천922대, 2016년 179만2천21대를 판매했지만 작년에는 114만5천12대에 그쳤다.
자동차업계 안팎에서는 중국의 사드 보복이 작년만큼 노골적이지는 않아도 여전히 그 기류가 남아 있다고 보고 있다. 소비자들 개인 차원에서도 사드 사태로 인한 앙금이 여전히 남아 있을 수 있다.
실제 2012년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영유권 분쟁으로 중국 내 반일감정이 거세게 일며 크게 감소했던 도요타 등 일본 자동차의 판매도 이후 회복되기까지 여러 해가 걸렸다.
여기에 갈수록 내수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가는 중국 자동차업체들의 도전도 거세지는 상황이다.
중국은 현대·기아차에 미국과 함께 '빅2'를 형성하는 중요 시장으로 현대·기아차는 이에 따라 7월 현대차와 기아차 중국법인의 수장(총경리)을 모두 교체하기도 했다. 수장 교체로 분위기를 쇄신하고 재기에 박차를 가하기 위한 인사로 업계는 풀이했다.
지난달에는 중국 시장에서의 상품 경쟁력 강화를 위해 '중국상품담당'을 신설했다. 중국 특화상품 전략을 수립하고 제품 경쟁력을 담당할 책임자를 둔 것이다.
현대·기아차는 또 중국에서 생산한 중국 전용모델 중 일부를 동남아시아 신흥 시장에 수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중국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은 그동안 중국에서만 판매했지만 최근 중국 시장의 부진으로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자 수출 검토에 나선 것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단숨에 중국 시장에서 예전의 판매 실적을 회복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며 "그럼에도 과거의 판매량을 회복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