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징타임에배치된노양은원래밤12시까지일하기로계약을맺었다.
하지만점포의문을닫고뒷정리를하다보면새벽2시를넘기기일쑤였다.
그렇다고연장근로에대한수당을받을수있는건아니었다.
아르바이트생이부족한날은8시간이상을일하기도했는데,점주는교묘하게연장근로수당을주지않으려고1~2시간은다음날일한걸로기록해놓기도했다.
지난7월30일노양은이런위법행위를들어맥도날드를서울지검에고소했다.
고소장에는위법사실이빼곡히들어찼다.
연장근로에대한임금을지급하지않은것은물론이고,개근한노동자에게주당1일씩지급해야하는주휴수당도빼먹었다.
이날고소에는노양말고도비슷한피해를입은12명의전직알바생들이참여했다.
고소를당한회사도맥도날드말고도롯데리아,버거킹,파파이스등이더있다.
13명의고소인과함께이들패스트푸드업체를고발한참여연대는“학업과근로를병행하는청소년의노동권은사회적으로마땅히보호돼야하는데도기업들이이윤추구에만골몰해아르바이트생들을착취했다”고주장한다.
이처럼기본적인노동권을보장받지못하는‘어린’노동자들이늘고있다.
물론이런문제가이번에처음불거진건아니다.
하지만아르바이트를하는학생들이늘면서,그만큼피해액도눈덩이처럼불고있는것이다.
서울지방노동청이지난7월한달간패스트푸드업체6개사의연소근로자실태조사에나선결과를보면,이런현실이그대로드러난다.
도미노피자,롯데리아,파파이스,피자헛,미스터피자등6개사가지난해1월부터올해5월까지떼먹은법정임금은자그마치21억7082만원이다.
이에앞서지난3월에실태조사를실시한맥도날드와버거킹도2003년한해동안5억원에달하는주휴수당을지급하지않은것으로적발됐다.
이번조사는본사직영점들을대상으로실시됐다.
따라서본사직영점에비해자영업자들에의해운영되는가맹점의상황이훨씬열악하다는점을고려하면전체위법건수는더불어날전망이다.
법의사각지대에놓인청소년들
그렇다면아르바이트를하는청소년의규모는얼마나될까.지난해5월노동부는전국중고생의1%인3만6825명을표본조사한결과,연간49만명의중고생이전국의음식점이나패스트푸드,주유소,PC방등에서일하고있는것으로추정했다.
광고전단지배포나스티커부착등1회성으로끝나는아르바이트까지합치면약80만9천명에달한다.
이들이아르바이트전선에뛰어드는이유는점차다양해지고있다.
여전히학비등을벌기위해생계형아르바이트를하는경우도있지만,늘어난소비욕구를채우기위한경우도적지않다고한다.
하인호전교조실업교육위원회위원장(인천문학정보고교사)은“90년대후반들어10대들의아르바이트가보편화돼가고있다”며“서비스와문화산업이발달하면서학생들을학교밖으로나오도록이끌고있다”고말한다.
근무시기도이전처럼방학에만집중돼있지않다.
돈벌이를하다가개학을해도학교로돌아오지않는학생이있는가하면,매일쌓이는피로로인해학교에서조는학생들도많다는것이다.
문제는이들이최소한의법적권리를누리지못한다는데있다.
아르바이트를하는학생들도법적으로는엄연히근로자에해당된다.
5인이상사업장에서일하면주휴수당이나연월차유급휴가,퇴직금등을받을수있는것이다.
특히만15살에서만17살까지의연소근로자들은1일7시간,1주일42시간내로일해야하며,야간이나휴일에원칙적으로일을해선안된다.
물론예외적으로추가근무를하게되면약속한시간급의50%를가산수당으로받을수있다.
하지만현실은그리녹록지가않다.
아르바이트유경험자를대상으로한지난해노동부설문조사를보면이들에대한부당한대우가여실히드러난다.
전체의20.5%인10만명가량이8시간이상장시간근로를했으며,약속한임금보다적게받거나아예못받는학생도4만5천명에달했다.
사실노동부실태조사때마다두들겨맞는유명패스트푸드점들은알바생들에게는그나마나은직장으로통한다.
주휴수당이나연장근로에대한수당을제대로지급하지않아말썽을빚고있지만,법상최저임금인시급2510원이상은지급하기때문이다.
연소근로자의평균시급은대체로유명패스트푸드점의경우평균시급이2700원선인것으로알려져있다.
패스트푸드점의경우연소근로자의비중이점포당30~40%에이른다는것에서도이런분위기를감지할수있다.
패스트푸드점은그나마나은직장
하지만영세업체에근무할수록최저임금조차지켜지지않는등근무환경은더열악하다.
광주지역의한비디오방에서일한이아무개(17)군도그런경우다.
이군은시급을1800원밖에받지못하고있으며,하루8시간을일하지만연장근로에대한수당은한번도받지못했다.
실제‘아르바이트노동인권보호를위한연대회의’는지난7월광주전남대주변상가73곳을조사한결과전체업소의91%가최저임금에못미치는임금을지급하고있다고밝힌바있다.
오는9월부터는시간당최저임금이2510원에서2840원으로오르기때문에시정조치가이루어지지않는한격차는더벌어지게된다.
참여연대사회인권팀김다혜간사는“PC방의시간당급여가상당히낮은편인데,그이유가대체로업주들이아르바이트생들의업무를노동으로인정하지않기때문”이라고말한다.
왜최저임금을지키지않느냐고사업주에게항의를했더니,되레PC방알바생들은하루종일앉아서돈만받기때문에‘일’도아니라며반박했다는것이다.
더욱심각한것은문제가임금체불에그치지않는다는사실이다.
산재나해고,남녀차별등다른일반노동자들이일을하면서흔히겪게되는문제에어린알바생들도그대로노출되지만,법적보호는취약하다.
어려운가정형편때문에중학교1학년때부터동네주유소에서일한이상민(20)씨는다리에큰흉터가하나있다.
주유원으로일하면서오토바이배기구에다리를덴것이다.
치료비는100%본인이부담해야했다.
이씨에따르면다리의상처는시작에불과했다.
5년가까이주유소일을한그는부비동막염에걸려수술까지받았다고한다.
이때문에군대도공익근무요원판정을받았다.
주유소일을오래하면서호흡기에문제가생긴것이다.
이씨는“알바를하면서다치는친구들이꽤있다”며“그렇지만대체로본인이알아서뒷처리를해야하는실정”이라고말한다.
일방적인해고도빈번하게일어난다.
서울의한닭갈비집에서일한심아무개(17)양은매일오후11시30분까지근무를했다.
다음날학교에가야했기때문에더이상일을하는건무리였다고한다.
하지만업주는장사가끝난뒤뒷정리와마감을제대로안해준다며2주일만에심양을해고했다.
급여도여러가지핑계를대며원래약속한금액의3분의2정도인10만원밖에받지못했다는것이다.
집단소송이나징벌적손배검토해야
아르바이트생피해사례가사회적이슈로떠오른반면,사업주들의태도변화는더딘편이다.
대형업체들도사정은비슷하다.
예컨대버거킹은지난2002년까지는야간근로에대한가산수당이나주휴수당지급에대해잘몰랐다고한다.
그런데지난해에도주휴수당을포함한시급을지급하는등편법을사용해올초노동부의시정조치를받았다.
명목상으로는주휴수당이포함된시급이라고하지만,실제로는추가수당은커녕최저임금에턱걸이한금액이더많았기때문이다.
이에대해윤승욱버거킹영업팀장은“이전에는법규정을제대로몰라서문제가발생했지만,지금은시스템을정비한상태”라고답변했다.
이런가운데전문가들은업주들의위법행위가솜방망이처럼낮은수준의처벌규정으로인해줄지않고있다고목소리를높인다.
패스트푸드업체고소고발사건을담당하는권정순변호사는“60년에제정된근로기준법의아주기본적사항을업주들이몰랐다고하는것은납득하기힘들다”고말한다.
오히려기업들이500만원선에서해결되는낮은벌금수준때문에개선의지를보이지않는다는것이다.
따라서권변호사는“집단소송이나징벌적손해배상제도가도입돼엄중한처벌을가해야한다”고주장한다.
징벌적손해배상제도란피고소인이고의적으로위법행위를반복하는경우,실제피해액이나손해배상액보다훨씬많은금액을보상하도록하는것이다.
청소년노동을좀더양성화시키고그에따른근본적제도개선조치가뒤따라야한다는지적도나온다.
하인호실업교육위원회위원장은“돈을벌기위해일을하려는청소년들이늘고있는데비해,어른들은이를정상적인노동으로간주하지않기때문에10대들이저임금의열악한노동조건으로내몰리고있다”고말한다.
법적권리에대한의식이취약한청소년들이근로계약을맺는단계에서부터불이익을당하고있는것도이때문이라는것이다.
또한비디오방이나만화방,호프집등은법적으로고용금지업소지만,실제많은청소년들이음성적으로취업해있어문제가되고있기도하다.
하위원장은“그동안청소년의일할권리를보장하기보다는그들을노동으로부터보호하고통제하려는관점을취해온것이문제”라고거듭강조한다.
이런맥락에서6개월미만의연소근로자에대해서는최저임금의90%만적용되는임금차별조항이개정될움직임이보이고있는것은긍정적으로평가되고있다.
학교에서노동권과교육권을지나치게분리하는경향도문제가있다는지적이다.
일을하는청소년들은아예교육을포기하는것으로인식되고있기때문이다.
바야흐로청소년들의직업세계로의이행에국가와기업,교육기관이좀더신경을써야할때다.
착취당하는어린노동자들을더이상늘리지않으려면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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