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게내리는비,흐르는도랑….변화를겪는대지를창밖가득히지켜보노라면하루가길지않다.
생각해보면매일매일날씨좋고,바람선선한게조금은지루하지않은가?
배수시설잘돼있는탓에요즘은그런일거의없지만,어린시절고향땅은비가조금만오면집앞개울이차고넘쳤더랬다.
거의말라있던개울에갑자기나타난벌건흙탕물이소리내어흘러가는게감동스러웠고,여기저기댐비슷하게웅덩이만드는재미가쏠쏠했다.
그런데바다는비가오면어떨까?그런게궁금해언젠가비가억수같이오면꼭한번바다에가볼것이라고벼르고있지만,적어도그광경을본사람의경험담을들으면자못실망스럽다.
바다는그냥그렇다는것이다.
하기야그도그럴것이,바다가넘치길하는가,그렇다고울돌목이아닌다음에야그흐름이보이길할것인가?
대신바다는무섭다.
한번거칠어지면이미앞선모든구조를무력화시키고,자기의지를관철해버린다.
조그만해변모텔따위가쓰나미의앞길을가로막을수없는것처럼,바다는거친흐름보다는그거대한존재감으로결국자기의미를세상에내보이는것이다.
‘다니기좋은회사’에다닌다는것은적어도한국에선매우어렵다.
다닐만한기업이란게예쁘고아담한언덕하나변변히없는해변에뜬금없이불쑥솟은바위산같은형상인데다,소신없는사람들많은탓인지는몰라도한번괜찮은회사라고소문이나면그만줄이길어져버린다.
대부분의사람들은그래서다니기그냥그런회사,혹은적어도자기딴에는다니기나쁜회사에다닌다.
그러니이런조건에서내떡에만족하고,자세바로하고밥상마주할마음이생긴다는것은대개는쉽지않은일이다.
애초기대하고는다를뿐더러,세상의입들이시시때때로전해주는건너편좋은회사소식이마음다잡아애써들었던숟가락을그만계면쩍게만들곤하는것이다.
처음엔몰랐지만같이근무하는사람들중에는‘수준이하’로보이는사람도있고,회사도가만히보니그리똑똑하게시장에서처신하는것같지가않다.
급기야답답해지고,마냥이럴게아니라조금씩이라도개선노력을해야겠다싶어조언도하고,건의도한다.
조직인으로서훌륭한자세다.
불합리앞에서입을닫아버린다면그건자기트레이닝과경력관리를위해조직을다만이용하고있을뿐이라는얘기가될수있는것이니까.
1920년조선회사령폐지이후수없는회사원들이소주깨나축냈을2,3류레퍼토리에서정작문제가되는것은조언이나건의가모두묵살됐을때다.
대개는몇번술자리에서풀어내던답답함이어느순간우울함으로침전되고,결국은분노로폭발하기도하는데말이다.
이걸내버려둘것인가?절이싫으면중이떠난다고결국이직준비를할수밖에없는것인가?
결론부터말하면그런정도이유로스스로도극복하지못할우울증을만들어내는것은오지랖이넓은것이고,자신감이너무과한것이고,좀더심하게얘기하면감정의과소비일수있다.
어린시절엄마주머니에서100원짜리꺼내군것질하기도쉽지않았던기억을갖고있는가?적어도그기억이자신이체득한세상의법칙중의하나였다면,가지각색이해관계가뒤엉켜있는회사의진로를자기맘에드는쪽으로쉽게바꿀수있다고생각하는것자체가지나친환상이다.
기업의인사담당자,경영진,헤드헌터들이보는조직관을배워보자.그들이보기에조직이란요즘유행하는말로‘명사’가아닌‘동사’다.
그안에있는사람들이하루하루모습을만들어가는것이지,쌓는사람따로,지키는사람따로있는성이아닌것이다.
조직내모순과갈등,비효율성,비합리성등은새삼눈길줄것도없는,다만해치워야하는과제일뿐이다.
바다에내리는비란,새삼스레뭐라느낄필요도없이몸으로그냥받아안아야하는그냥그런것이다.
바다는개울을이해하지못한다.
‘더이상그조직에희망이없어떠났다’는상황이분명히있다는것을모르지는않는다.
그러나이것이가끔은‘난어려움을겪을준비가전혀돼있지않다’고고백하는것처럼들리기도한다는점에유의하라는것이다.
슬픔이나분노는남을끌어들이기어려운감정이다.
자칫하면3류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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