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하나로텔레콤 임직원 여러분, 지금 경쟁사들은 엄청난 물량공세와 각종 불공정 행위를 동원하여 우리의 가입자를 빼앗아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금년에만 벌써 5만2천여 명의 고객을 잃었습니다.
현재 우리는 벼랑 끝에 서 있습니다.
분명히 이제 여기서 더 이상 물러날 곳은 없습니다.
” 실제로 최근 시장 상황으로만 본다면 하나로는 확실히 ‘벼랑 끝’에 서있다.
초고속인터넷으로 사업영역을 넓힌 케이블TV사업자(SO)들이 약진을 거듭하고있는 데다, 지난해 9월부터 본격적으로 소매영업에 들어간 파워콤마저 가세하면서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 ‘대혈투’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기존 KT 가입자보다는 가격에 좀더 민감한 하나로 가입자를 주요 대상층으로 삼고 있다.
올 하반기 SO들이 공동 설립한 한국케이블텔레콤(KCT)이 인터넷전화(VoIP) 서비스에 돌입하게 되면 하나로의 입지는 더 좁아질 수 있다.
인터넷과 방송, 전화를 묶어 제공하는 ‘트리플플레이서비스’(TPS)라는 강력한 무기를 SO들이 손에 쥐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 사장의 이메일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우리 하나라로텔레콤의 현실이 어둡다고만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세계 최초로 초고속 인터넷을 상용화한 우리의 기술력과 자부심으로 우리는 지금 이 순간 그 누구보다도 우수한 광랜 상품을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있으며, 국내 최로로 TV포털 서비스도 올 하반기부터 선보일 예정입니다.
새로운 도전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지난해 말 임원 절반을 교체하고 대규모 희망퇴직을 통해 구조조정을 마무리한 하나로텔레콤의 행보가 박병무 사장의 취임 이후 한층 빨라지고 있다.
지난 1월 두루넷과의 통합법인이 출범했으며, 2월에는 55억원을 투입해 인터넷프로토콜(IP) 기반 주문형비디오(VOD) 셀런TV를 인수했다.
연봉제 중심이던 영업직에 ‘세일즈 인센티브’ 제도도 도입했다.
1조원 가량의 누적적자를 털기 위해 주식수와 자본금을 절반으로 줄이는 무상감자도 단행했다.
하나로는 셀런TV 인수를 계기로 오는 7월부터 TV포털 서비스를 상용화한다는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다.
물론 상용화에 들어간다고 해도 당장 TV포털에서 큰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양종인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지난해 하나로가 외형적으로는 적자를 기록했지만 두루넷과의 합병 비용 등 일회성 경비를 빼면 사실상 흑자였던 만큼 기존 가입자의 추가 이탈만 막아도 어느 정도 이익을 낼 수 있는 상황”이라며 “TV포털은 자체 수익보다는 가입자의 이탈을 막는 유인책으로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IP-TV가 실시간 방송 중심이라면, TV포털은 미리 저장된 콘텐츠를 골라보는 VOD에 해당한다.
그러나 둘다 동일한 셋톱박스를 사용하기 때문에, IP-TV가 허용될 경우 추가적인 작업 없이 즉시 전환이 가능하다.
TV포털 서비스가 본격화되면 하나로는 다른 경쟁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
경쟁의 관건은 TPS를 누가 가장 잘 만족시켜줄 수 있는가로 모아진다.
KT의 경우 IP-TV가 허용되지 않는 한, 방송 서비스가 불가능하다.
SO는 인터넷, 전화, 방송을 모두 갖게 되지만, 전화 서비스에서 약점을 안고 있다.
인터넷전화만 가능해 번호이동성 혜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나로도 방송 서비스 가운데 핵심인 공중파 재전송에는 제한이 있다.
그러나 하나로의 가장 큰 ‘적’은 오히려 시장 밖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대주주인 AIG-뉴브리지 컨소시움의 매각 계획과 관련된 소문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비용절감 차원에서 운송망 유지보수 업무를 루슨트테크놀로지에 일괄위탁한 것이 매각을 위해 기술부문을 분사하려는 것으로 오해받기도 했다.
성희규 사무처장은 “두루넷 통합과 관련해 비용절감을 위해 실무진에서 제안해 추진된 것”이라고 말했다.
감자를 앞두고 단행된 일부 임원의 교체도 ‘매각 전 몸집줄이기’나 ‘주가관리용 조치’로 확대해석되었다.
거의 모든 경영활동이 매각과 관련해 재단되고 있는 것이다.
박병무 사장은 “추측성 소문들을 경쟁사들이 마케팅에 악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며 “주주는 주주고, 회사는 그 자체로 지속적으로 성장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장승규 기자 skjang@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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