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세 인상 1가구 1주택자에 세금 물납 허용 필요

주택 지분으로 세금 납입 허용, 중앙은행에 주택 지분 계좌 개설

2018-08-30     조준상 선임기자
서울

팔려는 사람은 없고 사려는 사람은 많다. 하루가 멀다 하고 부동산 추가 대책이 쏟아진다. 박원순 시장의

강북(여의도·용산) 개발 발언이 불쏘시개 구실을 하며 다시 부동산 가격이 들썩이면서부터다.

수요 억제 차원에서 금융권으로부터 이들 지역에 자금이 쏠리는 것을 막기 위해 서울과 경기도 일대에 새로운 투기과열지역과 투기조정지구가 설정됐다. 그린벨트 지역에 공공택지를 조성해 주택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대책도 나왔다. 이해찬 신임 민주당 대표는 30일 당·정·청 합동회의에서 1가구 3주택자와 초고가주택에 대한 보유세(종합부동산세)를 지난 7월 정부 발표 방안보다 더 강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얘기를 꺼냈다. 국토부는 지난 21일 공시가격 현실화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아파트(공동주택) 60~70%, 단독주택 50% 선으로 지역별, 유형별, 가격대별로 들쭉날쭉 인 공시가격의 시세 반영률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반발도 만만찮다. ‘강북은 저평가된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안 되느냐?’는 볼멘소리는 가볍게 흘려듣기가 어렵다. 강남-북 개발 격차가 배경으로 깔려 있어서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있는 정치권으로서는 더욱 그렇다. ‘개발을 하면 부동산 가격은 오르기 마련인데, 그럼 아예 개발을 하지 말아야 겠네’라는 조롱조의 비판도 무시해버릴 수만은 없다. 강남의 재건축 수요뿐 아니라,. 강북에도 크고 작은 개발 수요가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이미 충분히 개발돼 있는 여의도와 용산이 ‘통개발’ 대상으로 적합하냐는 주장은 논외로 한다).

도처에 산재한 부동산시장의 불쏘시개

현 정부가 그동안 내놓은 부동산 대책의 내용은 크게 세 가지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크게 완화한 부동산 청약·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양도세를 중과세해 부동산시장과 금융시장의 방화벽을 튼튼하게 세우는 것이다. 수요 억제에 속한다. 양도세 중과 역시 ‘팔아도 남을 게 별로 없게 해서 수요를 줄이겠다’는 목적을 지닌 수요 억제책으로 분류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다주택 소유자에 대한 세제 혜택 부여를 통해 임대사업자로 등록시키는 것을 포함한 공급 확대 정책이다. 지난해 상반기 6.2만채이던 신규 임대등록 주택이 올해 상반기 17만7천채로 2.9배 상승한 것을 보면 효과를 본 셈이다. 최근 찔끔 인상하겠다고 발표한 보유세 인상도 ‘갖고 있기가 부담스럽게 해서 다주택자가 보유한 주택의 일부를 시장에 내놓게 하겠다’는 목적을 기본으로 한다는 점에서 공급 확대 방안의 성격을 지닌다. 반면 공공임대주택 건설 등 신규 주택 공급에 대해서는 많았던 말에 비해 공급량은 적었다는 평가가 많다. 나머지는 신규개발 자제와 재건축·재개발 억제다. 지난 1월 재건축부담금을 올린 게 여기에 속한다. 하지만 크고 작은 재건축·재개발 수요를 계속 억제하기란 불가능하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지금까지 나온 정책 방안들은 일시적인 진통제에 그쳤다. 수도권에 30만가구를 공급한다는 공급 계획의 현실화에는 시간이 걸린다. 공시지가를 현실화하면 세금 부담이 늘어나 기세가 꺾일 줄 알았더니, 강남권 재건축 지역에서는 재건축부담금이 줄어드는 효과 때문에 오히려 반긴다고 할 정도다. 정책 당국으로서도 속된 말로 ‘미쳐버릴 노릇’이지 싶다. 이런 틈새를 비집고 ‘시장에 맞서지 마라!’는 식의 충고 아닌 충고가 여기저기서 쏟아진다.

1가구1주택자, 투기수요 억제 위한 보유세 인상의 아킬레스 건

냉정히 돌아보면, 부동산 시장의 아킬레스 건은 실수요자에 해당하는 ‘1가구 1주택자’라고 해야 한다. 실수요자가 아킬레스 건이라니 역설이다. 1가구 1주택자는 다수다. 부동산 불패의 성지로 꼽히는 강남권에서도 34%로 1가구 다주택자(17%)보다 많다. 이들의 부담은 크게 늘리지 않으면서, 1가구 다주택자에 스며있는 투기적인 동기를 억제하는 게 핵심이다.

투기수요를 억제하려면 여러 채 보유에 따른 부담을 높여 주택 보유의 동기를 낮춰야 한다. 이에 대한 정공법은 보유세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부동산으로 인한 자산 불평등이 가장 극심한 나라에서 2015년 0.8% 수준인 국내총생산 대비 보유세 비중을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1.1%로 끌어올리겠다는 정도로는 안 된다. 적어도 2%까지 끌어 올릴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공시지가의 현실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는 보유세 부과의 근거가 되는 공시지가 대비 공정시장가액의 인상으로 이어진다.

문제는 여기서 생긴다. 세율을 그대로 둔다고 해도 다수를 이루는 1가구1주택자의 세금도 덩달아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른 불만이 커져 정권이 휘청거리는 일이 참여정부에서 벌어졌다. 1주택자임에도 가격이 크게 올라 세금 부담이 컸던 은퇴세대의 분노가 하늘을 찔렀다.‘집 한 채 있는데 누가 부동산값 올려달라고 했느냐? 먹고살기도 빠듯한데 보유세로 왜 더 걷어가느냐?’는 항변에 맞설 수 있는 논리는 없다.

1가주 1주택자에 대한 세금 물납 허용을 검토해야

그럼에도, 이 문제를 에두를 수는 없다. 떠오르는 방법은 주택 지분으로 보유세를 낼 수 있도록 물납을 허용하는 것이다. 현행법에 관련 제도가 있기는 하다. 재건축부담금의 경우 현금 납부를 원칙으로 하면서도, 금융기관 등 납부 대행기관을 통한 납부나, 주택 일부가 아닌 전부로만 납부하도록 돼 있다(재건축초과이익환수에관한법률 시행령 제13조 제3항 “물납을 신청할 수 있는 주택의 가액은 해당재건축부담금의 부과액을 초과할 수 없으며, 납부의무자는 부과된 재건축부담금과 물납주택의 가액과의 차액을 현금으로 납부하여야 한다”). 이를 통해 현금으로 세금을 내야 하는 1가구 1주택자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주택 지분으로 세금을 내다가 결국 한 채 있는 집이 국가에 넘어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는 고령자세액공제나 장기주택보유공제를 확대하고, 주택 지분 상한선 설정을 통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1가구 1주택자가 물납한 주택 지분은 시장에서 매매를 허용하지 않고 중앙은행의 계정에 적립하도록 한다. 주택 지분으로 물납을 하는 1가구1주택자의 경우 주택연금 가입 시 예외적 인정권 부여하는 방안도 결합할 수 있다. 현행 주택연금 가입기준은 시가 9억원 이하(연금수령 총액 5억원 이하)이지만, 재건축 등의 과정에서 이를 초과하는 1주택자도 다수 등장할 수 있다. 다주택자에 대해서는 현금과 함께 주택 지분으로도 낼 수 있도록 할 수도 있다. 주택을 매각해 현금으로 납부할 경우 양도세를 내려주고, 주택 지분으로 물납을 할 경우 금융기관 대출을 일으키기 위한 담보 제공을 금지하고 주택 지분이 온전한 한 채에 이를 경우 국가가 이를 처분하도록 하면 될 것이다.

현 정부는 3주택자 이상이나 초고가주택자에 대한 보유세만 강화하는 별난 방법을 찾고 있는 듯하다. 지난 번 소득세 인상 때처럼 새로운 과표구간을 설정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부동산 과세에서 그런 식의 방법은 쉽지 않다. 투기지역인지 여부를 기준으로 공시지가 현실화율을 차등화시키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면 그만두는 게 좋다. 투기지역에도 1주택자는 살기 때문이다. 꼼수는 금물이다. 공시지가 현실화라는 일관된 원칙을 바탕으로 문제를 푸는 게 중요하다. 주택 지분을 통한 물납 허용은 그런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