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에서 남북미 3자 워킹그룹 신설로 다시 시작해야

2019-03-05     김상순 동아시아평화연구원 이사장, 대통령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국제관계전문위원

3월 5일 새벽 3시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이래 가장 시간인 열흘간의 외유를 마치고 평양역에 도착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베트남 하노이 제2차 북미정상회담은 희망에서 고뇌로 끝났다.

 

김정은 위원장의 화려한 남행열차와 고난의 북행열차

 

지난 2월 23일 오후 5시 평양을 출발한 김정은 위원장은 당일 오후 10시 30분 북중 접경지역인 단둥(丹东)을 넘으면서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되는 베트남 하노이를 향해 ‘남행’을 시작했다. 김정은의 ‘남행열차’는 약 66시간 동안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으며 베트남 랑선성 동당역에 도착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동당역에서 승용차로 숙소인 하노이 멜리아 호텔까지 이동하는 시간을 포함하여 무려 70여 시간 동안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반면에 13시간을 날아 하노이에 도착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하노이에 도착하고 나서야 언론의 주목을 받을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작년 6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 카펠라호텔에서 열렸던 제1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미군 전쟁포로 유해 발굴 및 소환의 가지 내용에 합의했다.

 

2월 27일부터 이틀간 하노이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호텔에서 진행되었던 이번 제2차 북미정상회담은 28일 오후 2시(현지시간, 한국시간 오후 4시) 기자회견을 통해 제1차 북미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내용을 구체화한 새로운 합의문이 발표될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러나 제2차 북미정상회담은 합의 없이 결렬되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월 19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서 이례적으로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다섯 차례나 강조했다. 김정은 위원장과의 회담에서 만족한 결과를 얻지 못할 경우 ‘빈손 회담’이 수도 있음을 사전에 암시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하노이에서 회담을 결렬시켰다.

 

결렬 이후 극적인 반전을 기대했지만, 미국과 북한은 각각 기자회견을 통해 회담 결렬에 대한 서로 다른 입장을 발표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하노이를 떠났다. ‘열차외교’로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던 김정은 위원장의 ‘북행열차’ 귀국길은 예상치 못했던 북미정상회담의 결렬로 주목 받지 못하는 ‘고난의 행군’이 되고 말았다. 여유를 보였던 ‘남행’과는 달리 서둘렀던 ‘북행’도 베트남 동당역에서 약 60시간이 걸려 평양역에 도착했다.

 

충격적인 회담 결렬과 가지 수확

 

이번 북미정상회담이 모두의 예상과는 달리 비록 충격적으로 결렬되었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차례의 정상회담을 통해 가지 측면에서 수확을 얻었다. 이번 회담의 결렬은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인 한국은 물론이고, 주변의 관련국에게도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실마리를 제공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첫째, 상호간 입장차이를 명확하게 확인했다는 점은 문제해결의 실마리에 대해서도 서로가 확실하게 고민할 것이라는 점에서 이는 이번 회담의 가장 ‘명확한’ 수확이다. 경제난에 시달리는 북한이 ‘비핵화’를 위해 강력하게 요구했던 ‘제재완화의 범위’와 미국이 완고하게 견지했던 ‘제재완화’에 필요한 ‘사전조치의 조건’이 현존하는 북미간의 시각과 입장의 차이이다. 계산법이 달랐지만, 상대의 계산을 알게 것은 다음 협의에서 조율의 가능성을 높일 것이다.

 

둘째, 북미간 협상 방식이 점차 ‘딜’의 형태로 진화하고 고착화 한다는 점도 수확이다. 이번 북미정상회담 협상 결렬을 통해 북미간 이후의 대화는 ‘스몰딜·미들딜·빅딜’과 같은 여러 형태의 ‘딜’ 방식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있고, 또 그렇게 해야 한다는 점을 확인시켰기 때문이다. ‘북한비핵화’와 ‘북미수교’가 우선순위에 있어서 상호간에 양보할 없는 선(先)과 후(後)의 인과관계이자 필수조건으로 대립되었던 트럼프·김정은 이전의 시점과 비교하면, 두 번의 정상회담을 통해 대화와 ‘딜’을 통한 접점찾기가 정례화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셋째, 북미간 협상 패턴이 ‘벼랑 충돌’을 피하고 ‘대화 지속형’으로 바뀌었다는 점도 의미 있는 수확이다. 과거와는 달리 충격적 회담 결렬 뒤에도 감정적 격돌 없이 상호간 대화 지속의 의지를 차분하게 보였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 미국이 기자회견으로 의견 차이를 설명한 것은 일상적이다. 그러나 북한도 다음 협상을 위해 이례적으로 10시간 만에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하노이 현지에서 심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차분하게 자신들의 입장을 전한 것은 북미간 대화 패턴의 긍정적인 변화이다.

 

초심에서 남북미 3자 대화로 출구를 찾아야

 

한반도의 평화프로세스는 북한의 비핵화와 남북 경제협력을 포함한 동북아 경제협력을 통해 이룰 있다. 한반도 평화의 관문은 갈등과 충돌의 핵심인 북한과 미국이 지금처럼 대화를 통한 출구 찾기이다. 북미 양자대화가 가장 효율적이고 결정적인 결론을 결정할 있는 장점도 있지만, 이번 하노이 제2차 북미정상회담처럼 양쪽의 입장과 시각이 명확하게 차이가 경우 조절 능력면에서 약점이 존재한다.

 

이번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예상과는 달리 추가 협상도 없이 즉시 결렬된 것은 양자 소통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문재인 정부이래 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차례의 북미정상회담 한미 정상간 빈번한 정상회담과 전화소통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초기단계와는 달리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을 각각 만나면서 정상간 입장을 더욱 세밀하게 조율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따라서 남북미간 진행되었던 초기단계의 남북·북미·한미간 양자대화는 지금부터 약점을 보완할 있는 남북미 3자대화 단계로 진입해야 한다. 첫째, ‘남북미 3자 워킹그룹’을 신설하고 ▲키워드 용어 정의 합의 ▲문제점 검토 ▲의제별 로드맵 설정 ▲합의 도출 협의 진행의 실무합의를 통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둘째, ‘남북미 3자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미 3자 워킹그룹’에서 정리된 의제를 협의하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추진해야 한다. 셋째, 이후 주변국들이 참여하는 동북아 경제협력으로 확대하여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프로세스를 완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