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국무위원회 대변인 담화 평가와 한미의 대응 방향
북한이 지난 13일 저녁 국무위원회 대변인 담화를 발표해 한미연합공중훈련을 맹비난하면서 한미의 연합훈련 결정이 북한 인민의 분노를 더더욱 크게 증폭시키고 지금까지 발휘해온 인내력을 더는 유지할 수 없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또한 한미의 연합훈련이 ‘6.12북미공동성명에 대한 노골적인 파기’이며 ‘세계를 크게 흥분시켰던 싱가포르합의에 대한 전면부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6.12북미공동성명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안전담보를 제공할 것을 확언하였으며 김정은 위원장은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확고부동한 의지를 재확인하였다.”고 적혀 있다.
6.12공동성명에 한미가 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할 것이라는 명시적인 언급은 없지만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김정은 위원장의 ‘확고한 의지’는 명확하게 언급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미의 연합훈련이 6.12북미공동성명에 대한 노골적인 파기라는 북한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결정은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후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입장이었다.
그런데 북한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의 개념과 방법에 대한 북미 간 논의를 지금까지도 거부하고 있다.
만약 북한이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의 북미 고위급회담이나 실무회담에서 그리고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및 스톡홀름 실무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의 개념과 ‘최종상태’ 및 방법에 대해 미국과 진지하게 논의를 진행했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연합훈련 재개를 결정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므로 6.12북미공동성명을 파기한 것은 미국이 아니라 오히려 북한이다.
북한이 ‘국무위원회 대변인 담화’를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이 주요 고위급 인사들의 담화 발표에 이어 이처럼 김정은이 위원장으로 있는 ‘국무위원회’ 이름으로까지 담화를 발표한 것은 이후 군사행동, 즉 국제사회가 크게 반발할 신형 잠수함에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 등을 정당화하기 위한 명분 축적 차원으로 분석된다.
그런데 북한이 한미연합군사훈련에 대해 상당한 위협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므로 한국과 미국은 북한이 신형 잠수함에서의 SLBM 시험발사 및 비타협적인 ‘새로운 길’로 나아가는 것을 막고 북한을 다시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 불러오기 위해 한미연합훈련을 6개월 정도라도 한시적으로 잠정 중단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북한이 핵과 미사일 능력의 고도화를 추구하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북미 간의 본격적인 협상을 내년도 미국 대선 이후로 연기하는 방안까지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