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공주의 개선없는 정년연장, ‘조기퇴직 급증’만 부추겨

한국경제연구원․한국노동연구원 연구․통계청 고령자통계 모두에서 확인돼 정년연장 카드 만지작거리는 정부에 주는 따끔한 경고

2019-12-11     조준상 선임기자

[이코노미21 조준상 선임기자] 정부가 정년연장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가운데 2013년 5월 노동시장에서 퇴직하는 법정 정년을 60살로 의무화시킨 제도가 되레 고용의 감소 효과를 낳았다는 연구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12월11일 발표한 ‘정년 연장의 쟁점과 과제’ 보고서를 보면, 정년 연장에 따른 인건비 부담으로 조기퇴직자가 급증하고 정년퇴직자는 늘지 않고 제자리걸음을 했다.

정년연장

보고서에 따르면, 정년 시행 이전인 2012~2015년 4년간 연 평균 37만1천명이던 조기퇴직자가 정년 연장이 적용되기 시작한 2016년(300인 이상 사업장)년, 2017년(300인 미만 사업장), 2018년, 2019년 4년간 연 평균 51만4천명으로 증가했다. 두 기간 차이가 14만3천명이나 된다.

반면, 정년퇴직자는 2012년 27만2천명, 2013년 28만5천명, 2014년 29만2천명, 2015년 33만4천명, 2016년 35만5천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하지만 그 뒤 2017년 35만2천명, 2018년 34만6천명, 2019년 35만명으로 제자리걸음이다. 이와 함께, 보고서는 정년 연장을 전후해 20년 청년실업자가 2012~2015년 4년간 연 평균 32만5천명에서 2016~2019년 4년간 연 평균 39만5천명으로 7만명이 늘어난 데에도 정년연장이 상당한 영향을 준 것으로 파악했다.

보고서는 이런 현상의 근저에 근속연수에 따라 인건비가 누적적으로 증가하는 연공주의 임금체계가 자리한다고 지적했다. 생산성 대비 임금이 높아지면서 기업들이 조기퇴직을 장려하고 신규채용폭을 축소한다는 것이다.

비슷한 결론은 한국노동연구원에서 펴낸 ‘월간노동’ 10월호에 실린 남재량 선임연구위원의 ‘고령시대의 고용문제와 새로운 고용시스템’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 논문은 “한국에서 임금의 연공성은 비교 가능한 거의 모든 국가들 가운데 가장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정년퇴직자 수가 줄고 조기퇴직자 수가 급증하는 것은 연공성이 강한 임금체계와 정년제 아래에서 급속한 고령화나 정년 연장 법제화에 의해 발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통계청이 지난 9월27일 발표한 ‘2019 고령자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2015년 퇴직한 55~64살 취업 경험자 가운데 권고사직이나 명예퇴직, 정리해고로 일자리를 잃은 비율은 10.5%였는데, 이 비율이 2017년 11.9%, 2019년 12.2%로 높아진 것이다. 인원으로 치면 2015년 43만1천명에서 2019년 60만2천명으로 17만1천명 증가한 수치다. 앞서 한국경제원의 연구보고서에서 2012~2015년과 2016~2019년 두 기간의 조기퇴직자 차이 14만3천명과 견줘 보면 아귀가 맞아 떨어진다.

이렇게 재계나 정부 쪽 연구소, 그리고 통계청 통계로 확인되는 60살 정년 연장 이후 나타난 조기퇴직 증가와 정년퇴직 정체, 청년실업 증가의 배후에는 임금체계의 지나친 연공주의가 자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를 미리 개선하지 않은 채 또 다시 정년연장 논의를 벌일 경우 조직력이 상대적으로 강한 공공부문과 대기업 노동자들에게만 혜택이 치우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현재의 상황에서 정년연장은 이들 노동자층의 기득권만을 강화시킬 위험성이 높다고 해도 이를 ‘반(反(반))노동 적대주의로 몰아붙일 수는 없다는 얘기다. [이코노미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