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만든 세상, 백신마저도 자국우선주의
각국 지도자들 ‘백신은 공공재’ 주장했지만 현실은 자국우선주의 저소득, 저개발 국가들 백신의 혜택에서 배제될 것
[이코노미21 임호균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으면서 각국은 국경을 걸어 잠그고 다른 나라와의 교류를 최소화하고 있다. 전세계가 하나라던 세계화는 자국우선주의에 밀려 힘을 잃어가는 중이다.
자국우선주의는 백신의 공급과 배분에서도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 팬데믹으로 전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지만 인도주의와 지구애라는 구호는 메아리칠 뿐이다.
코로나19가 전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각국은 백신 개발에 전념하고 있다. 백신개발만이 지금의 상황을 종식시키고 이전의 생활로 돌아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백신개발이 상당한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백신 후보 여러개가 임상시험 최종 단계에 진입하고 있어 백신개발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백신이 개발되어도 모든 사람들에게 혜택이 돌아갈지는 지켜봐야 한다. 각국이 백신을 먼저 확보하기 위해 제약회사와 계약을 맺고 있고, 계약에는 백신이 개발되면 자국에 먼저 공급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5일 만약에 최종 백신이 유통되면 누가 가장 먼저 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백신 개발에 자금을 지원하는 대가로 백신 3억개를 받기로 했다. 또 영국 정부는 지난달 아스트라제베카와 백신 3000만개를 영국에 우선 유통하고 이후 7000만개를 추가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 회사는 오는 9월에 영국에 백신을 공급할 전망이다.
이밖에도 캐나다, 브라질, 아랍 아랍에미리트(UAE)는 제약회사와 협상을 통해 자국 유통 물량을 확보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들은 중국 제약회사가 개발한 백신에 대한 자국 내 임상시험 3단계를 허용했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는 이번달 초에 백신개발을 가속화하기 위한 포괄적 동맹을 결성했다. 이들은 제약회사들이 개발한 모든 백신들이 유럽연합(EU) 내에서 이용하는데 동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런 각국의 움직임은 지금까지 각국 지도자들이 ‘백신은 공공재’라고 주장했던 것과 거리가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시진핑 중국 주석 등은 코로나19 백신이 ‘공공재’가 돼야 한다고 촉구해 왔다. 그럼에도 그들은 백신이 자국에서 먼저 사용되기를 바라고 있다.
결국 각국이 백신 제조업체와 계약을 체결하면 힘이 약한 저소득, 저개발 국가들은 백신의 혜택에서 배제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코노미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