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은행, 해외부동산 매입 의혹과 셀프연임 논란에 휩싸여

1200만달러 지불했지만 부동산 매입은 이뤄지지 않아 1200만달러도 미회수 상태…캄보디아 현지 은행 100% 대손충당

2021-02-25     원성연 편집인, 김창섭 기자

[이코노미21 원성연 김창섭 기자] 우리나라 대표 지방은행 중 하나인 DGB대구은행이 해외 부동산 매입 의혹과 셀프연임 논란에 휩싸였다. 대구은행이 캄보디아 부동산 매입을 위해 대금을 지불했지만 매입한 부동산이 없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대구은행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관련 사실이 확인될수록 의혹은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대구은행의 이상한 부동산 매입 의혹 건이 제기된 건 지난 1월이다. 대구은행은 해외 자회사인 캄보디아 DGB스페셜라이즈드 뱅크의 본사 건물용 부동산 매입을 위해 1200만달러를 지불했는데 현재 이 돈은 행방이 모호해진 상태라는 게 이 의혹의 핵심 내용이다.

현재 이 의혹 건은 금감원의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을까. 이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선 2020년 5월로 되돌아가야 한다. 대구은행 해외 자회사인 캄보디아 DGB스페셜라이즈드 뱅크는 2020년 5월 중순 1200만달러를 약간 넘는 금액을 부동산 매입을 위해 지불했다. 그런데 8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부동산 매입은 완료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 돈이 다시 캄보디아 DGB스페셜라이즈드 뱅크로 환수되지도 않았다. 부동산 매입을 위한 돈은 지불됐지만 정작 지불 대상인 부동산은 매입되지 않았고 매입을 위한 돈마저 사라져버린 것이다.

너무도 허술한 업무 진행…고가 부동산 매입임에도 아무런 안전장치 마련하지 않아

이런 이상한 거래는 일반 기업에서도 찾기 어려운데 은행에서 벌어졌다는 것은 더욱 믿기 어렵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100억원이 넘는 부동산을 매입하려고 했다면 그에 상응하는 제반 조치들이 이뤄졌어야 마땅할 것이다. 매입 부동산에 대한 실체적 확인, 적정 가격, 권리관계, 법적 문제 등은 부동산 전문가가 아니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당연하게 알고 있다. 이는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해외부동산 매입은 국내보다 확인해야 할 내용들이 많아 더욱 엄밀히 조사하는 게 해외 사업을 해본 사람들에게는 당연한 절차다.

사건의 진행과정을 보면 이번 부동산 매입 건이 얼마나 이상한지를 알 수 있다. 2020년 5월 중순 DGB대구은행은 본 건 매입을 위한 이사회 결의를 마쳤다. 4일 후 DGB자산운용이 이 건과 관련해 이사회 결의를 했으며, 같은 날 캄보디아 DGB스페셜라이즈드 뱅크는 1204만8000달러를 토지 매입 명목으로 부동산 대리인에게 자금을 집행했다. 대상 부동산은 캄보디아 프롬펜에 있는 정부 소유 토지로 면적은 1500평방미터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해당 토지의 가격은 평방미터 당 7800~8000달러로 총 매입금액은 약 1170만달러~1200만 달러다. 부동산 총 매입금액이 어떠한 안전장치도 없이 한번에 전액 지급된 것이다.

DGB대구은행이

부동산 매입 대금이 집행되는 과정도 석연치 않다. 부동산 대리인은 본건 토지에 대한 정부의 매각 승인서인 써저널(SOR JOR NOR, Principle Approval)을 받지 못해 해당 부동산 매입이 불가능해지자 대리인은 정부의 매각 승인서(SOR JOR NOR)가 아닌 단순한 내용의 행정서류를 제출했다. 취재결과 캄보디아 DGB스페셜라이즈드 뱅크 행장은 본 건 거래가 문제가 있다며 자금 집행에 부정적 입장을 제시했고 이후 본 건 거래는 행장 대신 A 부행장이 업무를 진행했다. 당시 부동산 매입업무를 담당했던 DGB스페셜라이즈드 뱅크의 A 부행장과 한국 DGB 글로벌의 B 부장은 이 서류가 매각 승인서가 아닌 다른 행정서류임에도 5월 18일 대금을 전액 지급했다. 결국 해당 토지는 인수하지 못했다.

지불한 매입대금 전액 회수 못해

더욱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해당 토지를 인수하지 못했음에도 지불한 1200만달러가 회수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부동산 물건을 매입하지 못했으면 대금을 돌려주는 게 당연한데 부동산 대리인은 이 돈을 돌려주지 않고 있다. 현지 취재결과 부동산 대리인은 본 계약서와 별도로 체결된 부속 계약서를 근거로 현금이 아닌 다른 토지(대체토지)를 매입해 주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DGB스페셜라이즈드 뱅크는 해당 금액에 대해 DGB대구은행 지시로 100% 대손충당금을 쌓았다. 결국 캄보디아 DGB스페셜라이즈드 뱅크가 손실 전액을 떠안은 셈이다.

현지 관계자는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A 부행장이 (비정상적 내용의) 별도 계약서를 인정하고 더군다나 별도 계약 체결 사실을 이사회나 현지 은행장 등 누구에게도 보고 하지 않고 체결했다는 것은 전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DGB금융지주 김태오 회장의 셀프 연임도 논란이 되고 있다. 김 회장은 DGB금융지주 회장에 취임한 이후 지난 2018년 5월 한 지역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회장을) 연임할 생각은 절대 없다”며 “임기 내에 내가 할 일은 좋은 인재를 키워 후임자에게 잘 인도하는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김 회장은 이런 약속과 달리 회장 연임을 위한 수순을 밟고 있는 중이다. DG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해 12월 11일 회의를 열고 차기 DGB금융지주 회장 최종 후보자로 김태오 회장을 추천했다.

김 회장의 연임 추진에 대해 대구참여연대를 비롯한 지역 시민단체와 은행 노조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 회장의 연임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말 바꾸기 뿐만아니라 김 회장이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 겸임 때 대형 금융지주사보다 높은 고액 연봉을 받았으며, 재임 시 이렇다할 성과를 못냈다는 점 등을 지적한다. 전국금융산업노조 대구은행지부는 회장의 말 바꾸기와 관련해 “직원과 지역민들에게 납득할만한 해명도 없었는데, 셀프 연임 논란 속에 연임을 추진한 것에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밖에도 김 회장은 취임 직후 ‘은행장-회장 분리 노선’을 밝혔으나 7개월 만에 이를 번복하고 전국 금융지주사 중 유일하게 회장과 은행장을 겸직해 그룹내 갈등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코노미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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