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준, 6월부터 양적긴축 시작…파급효과는
6월부터 3개월간 매월 국채 300억달러, 주택저당증권 175억달러 축소 9월부터는 매월 미 국채 600억달러, 주택저당증권 350억달러 감소 2023년말 연준의 대차대조표의 크기 7조6천억달러로 축소될 것 시장 참여자들 1일물 역레포가 자금조달원이 되는 것을 선호 연준은 다양한 안전장치 준비했으나 아직 실효성 증명되지 않아.
[이코노미21 양영빈] 미 연준이 발표한대로 6월부터 양적긴축(QT)을 시작한다. 6월부터 3개월간 연준의 대차대조표에서 매월 미 국채(UST) 300억달러, 주택저당증권(MBS) 175억달러를 줄여 나가고 9월부터는 매월 미 국채 600억달러, 주택저당증권 350억달러를 줄여 나갈 계획이다. 현재 연준의 대차대조표 크기는 8조9천억달러이다. 따라서 이 속도로 양적긴축을 하면 2023년 연말에 연준의 대차대조표의 크기는 7조6천억달러로 축소될 전망이다.
지난번 FOMC회의는 양적긴축을 6월1일부터 한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만기가 1년보다 긴 미국국채(Treasury Notes, Treasury Bonds)의 만기 날짜는 항상 15일 또는 월말로 정해져 있고 연준이 보유한 국채는 대부분 만기가 1년보다 긴 국채이므로 실질적인 양적긴축은 6월15일부터 시작된다.
양적긴축은 연준의 대차대조표를 축소해 나가는 과정인데 그 방법으로 첫째, 연준이 보유한 국채나 MBS를 직접 매각하는 것이 있고 둘째, 연준이 보유한 국채나 MBS 중에서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을 만기 청산하는 방식이 있다. 이번 양적긴축에서 연준은 두번째 방식을 사용해 대차대조표를 축소해 나간다. 보유한 채권의 만기가 도래하면 연준은 해당 증권의 원금을 받는다. 재무부는 만기가 도래한 국채와 동일한 금액만큼 새로 국채를 발행해 정부의 부채 수준을 유지하므로 양적긴축 이전과 대차대조표의 크기는 여전히 같게 된다. 이때 새로 발행한 국채는 연준이 아닌 다른 주체가 매입해야 한다. 새로 발행된 국채를 은행이나 헤지펀드 등의 투자자들이 재무부가 새로 발행하는 국채의 자금 조달처가 될 수 있는데 이때 연준, 재무부, 은행, 투자자의 대차대조표 변화는 아래 그림과 같다.
양적긴축: 은행이 국채를 매입하는 경우
은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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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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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
부채 |
자산 |
부채 |
국채 +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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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채 -10 |
지급준비금 -10 |
지급준비금 -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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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적긴축: 투자자가 국채를 매입하는 경우
은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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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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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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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
부채 |
자산 |
부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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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
부채 |
지급준비금 -10 |
예금 -10 |
국채 -10 |
지급준비금 -10 |
국채 +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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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 -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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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방식 외에도 양적긴축의 경로는 매우 다양하다. 단기자금시장의 주요 투자자들인 머니마켓펀드(MMF)가 보유한 1일물 역레포(Overnight reverse repo, ON RRP)가 재무부가 새로 발행하는 국채의 자금 조달원이 될 수 있다.
시장 참여자들은 1일물 역레포가 자금조달원이 되는 것을 선호한다. 급격한 은행 시스템 전체의 지급준비금의 감소 없이 양적긴축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1일물 역레포가 아닌 은행이나 헤지펀드가 양적긴축 결과 새로 시장에 나오는 재무부 국채를 매입하게 되는 경우에는 앞의 그림처럼 은행시스템 전체의 지급준비금이 감소하게 된다.
1차 양적긴축이 있었던 2018년에서 2019년 9월 시기에 지급준비금의 규모는 2조3천억달러에서 1조5천억달러로 축소됐다. 8천억달러가 감소했는데 그 결과 2019년 9월 단기자금시장의 금리가 폭등했으며 위기감을 느낀 연준은 양적긴축을 중단하고 바로 이어서 양적완화로 돌아섰다. 2019년 9월 연준의 전체 대차대조표와 지급준비금 규모는 각각 3조8천억달러, 1조5천억달러였다. 현재 연준의 대차대조표와 지급준비금은 각각 8조9천억달러와 3조6천억달러이다.
대차대조표 크기와 지급준비금 비율은 2019년 9월 2.34배, 현재는 2.4배이어서 거의 비슷한 상태다. 1차 양적긴축에서는 한달간 연준의 대차대조표 축소 최대 폭이 500억달러였다면 이번 양적긴축에서는 950억달러로 2배에 달한다.
연준은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다양한 장치들을 만들어 놓았다. 양적긴축 과정에서 생길지 모르는 위기 상황에 대처하고자 1일물 역레포, 상설레포기구, 상설FIMA(외국중앙은행에 대한 레포기구) 등을 설립했다. 2조달러를 돌파한 1일물 역레포 자금이 양적긴축을 하는데 요긴하게 동원되려면 핵심은 금리이다.
현재 1일물 역레포의 금리는 0.80%이다. 그런데 1개월 미국국채의 금리는 0.55%에 불과해 1일물역레포 자금이 연준으로부터 나오기에는 턱없이 금리가 낮다. 6월6일 현재 1개월 미국국채 금리는 0.85%로 올랐지만 이것은 6월 14, 15일에 있을 FOMC회의에서 정책금리를 0.50% 인상하는 것에 대한 예상이 반영된 결과일 뿐이다. 6월 FOMC가 끝나면 1일물 역레포의 금리는 1.3%(0.5% 인상 가정)가 되므로 여전히 1개월 미국 국채의 금리는 낮은 셈이다. 현재 상황은 단기자금 시장에서 1개월 미국 국채의 인기가 매우 높은 사정을 반영한다. 금리를 올리려면 채권의 공급이 많아야 하는데 현재 가장 큰 문제는 미국 재무부가 만기가 짧은 단기 국채(Treasury Bills) 발행을 계속 줄여 나가는 계획을 가지고 있는 점에 있다. 재무부의 계획이 계속 실행된다면 양적긴축은 1일물 역레포가 아니라 은행 시스템의 지급준비금으로부터 자금 조달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것은 양적긴축이 시장에 상당한 충격을 가져올 수 있음을 의미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2019년의 양적긴축이 레포시장에서의 자금경색으로 귀결돼 시장에 큰 충격을 주었던 뼈 아픈 경험이 되풀이할 가능성이 있다. 최근(22년 1사분기) 미국 금융시장의 경험은 6월에 시작하는 양적긴축을 위한 자금이 1일물 역레포로부터 조달되는 중립적인(부드러운) QT가 아니라 지급준비금으로부터 조달돼 거친 QT가 될 가능성이 높음을 보여주고 있다.
1일물 역레포 증가: 지급준비금 감소로 이어짐
은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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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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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F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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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
부채 |
자산 |
부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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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
부채 |
지급준비금 -10 |
예금 -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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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급준비금 -10 |
예금 -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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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레포 +10 |
역레포 +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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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적으로 ETF와 뮤추얼펀드로부터 순자금 유출이 계속되고 있고 이것은 해당 기금들이 주식, 채권을 팔아 현금으로 바꾸고 있음 의미한다. 현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QT가 거칠게 진행되면 시중 현금 유동성은 더욱 감소하게 된다. 단기 미국국채 공급이 감소해 금리가 낮아지면 단기자금펀드인 MMF는 1일물 역레포에 더욱 몰려 연준의 1일물 역레포 잔고를 늘리게 된다. 이는 QT로 인한 지급준비금 감소 이외에 또 다른 지급준비금 감소를 가져와 시중 유동성의 부족 사태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과거의 뼈저린 경험으로부터 연준은 다양한 안전장치를 준비했으나 아직은 그 실효성이 증명되지는 않았다. 상설레포기구, 상설FIMA 등의 제도를 신설했으며 QT로 인한 금융시장 경색에 대비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이 제도들이 실제 사용된 적은 없다. 향후 거친 QT의 경로를 밟게되는 경우 연준이 야심차게 준비한 제도와 기구들이 제 몫을 할 수 있을지 또는 연준의 또 다른 임기응변적 대응이 필요하게 될지 주목된다.
부드러운 양적긴축이 아니라 거칠고 삐걱거리는 양적긴축의 길을 걷게 되면 채권, 주식 등의 위험자산의 변동성이 높아지게 되고, 필연적으로 금융시장 전체의 변동성이 커져 불안정성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근까지 진행된 양적완화는 전세계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상당히 낮추어 위험자산이 안정적으로 성장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 거칠고 투박한 양적긴축은 이와는 반대로 전세계 금융시장의 급격한 변동성을 가져오고 이에 따라 금융시장 불안정성이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다가올 양적긴축 시기에는 위험자산 투자를 할 때 매우 신중한 자세로 임해야 하는 이유다. [이코노미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