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중기유동성 4000억위안 공급하고 금리 10bps 인하했지만…
4000억위안 금융기관에 만기 1년으로 대출 인민은행은 MLF 통해 시장에 유동성 공급 MLF 4천억위안 공급은 MLF의 순증가 아냐 사실상 2000억위안의 유동성을 시중으로부터 흡수 양적으로는 긴축, 질적으로는 완화라는 양면성 띄어. 서로 상반된 정책이 등장한 것은 인민은행의 고뇌 반영
[이코노미21 양영빈] 8월 15일 중국인민은행은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Medium-term Loan Facility)를 통해 4000억위안을 금융기관에 만기 1년으로 대출하고 동시에 10bps 금리인하를 결정했다. 금리 인하로 MLF의 금리는 2.75%로 하락했다. 또한 7일물 역레포 금리는 마찬가지로 10bps 인하해 2%가 됐다. 7일물 역레포의 규모는 20억위안으로 기존 역레포 만기 도래분과 같아 전체 규모는 변화가 없다.
중국인민은행은 2015년 이후 지급준비금 양을 조절하는 도구로 MLF, SLF 등의 공개시장조작 도구들을 사용해 왔다. 이중 MLF는 유동성 공급의 주요 도구로써 역할을 해왔다. MLF를 통해 은행이 인민은행에게 국채 등의 담보를 제출하고 인민은행은 은행에게 지급준비금을 대출해주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시중에 유동성이 부족할 때 인민은행은 MLF를 통해 유동성을 공급한다.
8월 15일 MLF 4천억위안 공급은 MLF의 순증가는 아니다. 8월16일 기존 MLF의 만기도래분이 6000억위안으로 이번 조치는 사실상 2000억위안의 유동성을 시중으로부터 흡수하는 일종의 양적긴축에 해당한다.
현재 중국은행의 평균 지급준비금비율은 8.4%이므로 2천억위안 지급준비금 감소는 단순계산으로 2조3800억위안(2천억/8.4%)의 예금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이번 MLF는 양적 차원에서 판단한다면 결코 완화적 통화정책은 아니다. 그러나 MLF 금리를 10bps 낮춘 것은 질적(가격) 차원에서 완화적 조치이다. 종합하자면 이번 MLF는 양적으로는 긴축, 질적(가격)으로는 완화라는 양면성을 띤다.
인민은행이 양적으로 긴축을 선택한 이유는 시중은행의 상황과 관계가 깊다. 인민은행은 지급준비금에 대해서 이자를 지급하는데 법정필요 지급준비금에는 1.62%, 초과 지급준비금에는 0.72%를 지급한다. 현재 중국 경제는 제로코로나 정책이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으며 언제 어디서 발발할 지 모르는 코로나로 인해 기업들의 투자심리는 극도로 위축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시중은행은 인민은행의 MLF로부터 받은 유동성이 초과 지급준비금으로 묶이는 것을 꺼려할 수밖에 없다. MLF 자금에 지급할 금리는 2.75%이고 이 금액이 전부 초과 지급준비금이 되면 인민은행으로부터 받는 금리는 0.72%이므로 2.03%의 손실을 그대로 떠안게 된다. 최소한 2.03%를 초과하는 대출처를 찾지 못한다면 시중은행은 MLF 만기에 만기상환을 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다.
따라서 이번 MLF 조치의 2천억위안 순감소는 시중은행들의 신규대출의 어려움을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8월 12일 발표한 사회융자 수치는 시장의 기대는 1조3천억위안이었는데 7561억위안으로 전년동기 대비 3191억위안이 감소했다. 사회융자는 은행대출 외에 기업채권, 주식발행 등을 모두 더한 것으로 실물경제에 대한 사회 전체적인 금융 총액을 의미한다. 사회융자의 증감은 중국 실물경제의 성장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기준이다. 사회융자에 대한 시장의 예상치와 실제치에 매우 큰 차이가 난 것이다. 이 정도 수치는 과거 20여년 동안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증가 폭 감소이다.
사회융자의 구성을 보면 정부부문은 전년 동기대비 2178억 증가했으나 기업과 가계는 각각 전년 동기대비 2357억, 4303억 감소해 실물경제 부분의 극심한 투자 위축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올해 초의 사회융자는 증가했지만 정부부문이 주도한 증가였고 이러한 추세가 7월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어 향후 전망이 더욱 어두운 실정이다. 정부의 부양책은 하반기에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을 전망이다. 이미 계획된 1년치 국채발행으로 인프라 건설에 필요한 자금을 거의 다 썼기 때문이다.
사회융자에서 가계부문은 소비대출 또는 중장기 주택대출이 주를 이룬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대출상환거부와 조기상환 움직임이 말해 주듯이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가계의 중장기 대출 감소를 이끌고 있다. 또한 제로코로나 정책으로 휴가철임에도 소비대출이 감소하고 있다.
MLF 총량은 줄고 금리인하가 동시에 발생하는 서로 상반된 정책이 등장한 것은 인민은행의 고뇌를 반영한다. 금리인하로 실물경제 부양 신호를 보냈지만 실물경제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될지는 아직은 미지수다. 시중은행은 자구책으로 비용이 많이 드는 유동성을 줄이는 것으로 대응하고 있어 10bps 금리인하가 큰 역할을 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재정정책에 의한 부양은 이미 상반기에 다 소진했기에 특별채권을 따로 발행하지 않는 한 더 이상의 확장 재정정책은 없으므로 10bps 금리인하로 밖에 대응할 수밖에 없는 인민은행의 고민이 느껴진다. 더군다나 전세계 중앙은행이 금리인상을 계속하고 있는 외부 환경이 인민은행의 금리인하 운신의 폭을 더욱 좁게 했을 것이다.
완화와 긴축이 동시에 등장한 이번 MLF 조치로부터 제로코로나 정책이 하반기에도 계속 유지된다면 2022년 중국경제는 매우 어려운 한 해를 보내게 될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이코노미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