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투자자들 중국과 ‘헤어질 결심’(?)…중국 FDI 첫 마이너스

FDI 2분기에 67억달러, 3분기에 -120억달러 지방정부 관료들 투자, 특히 FDI 유치에 적극적 FDI 감소만으로 중국경제가 어렵다고 볼 수 없어 중국은 현재 FDI를 점진적으로 국내 투자로 대체 중

2023-11-09     양영빈 기자

[이코노미21 양영빈] 중국으로 향하는 외국인들의 직접투자(Foreign Direct Investment, FDI)가 통계가 집계된 이래 최초로 3분기에 -120억달러(추정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소식이 나오고 있다. 현재 중국 정부의 공식적인 수치는 지난 2분기(+67억달러)까지만 나와 있지만 블룸버그의 추정치라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

다음 그림에서 FDI는 3분기에 -120억달러(빨간색, 추정치)이다.

출처=중국외환관리국(https://www.safe.gov.cn/safe/2019/0627/13519.html)

FDI 수치는 유량 데이터이며 매 분기 중국으로 들어오는 순 직접투자 금액을 보여준다. 중국이 개방한 이후 FDI는 중국 경제 성장에 상당히 큰 영향을 주었다. 자본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중국에게 FDI 유치는 지방정부 지도자들의 성과를 측정하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

부패한 중국은 왜 성장하는가에 나오는 후베이성의 한 관료의 이야기를 빌자면 “투자자는 하느님이다. 투자자를 데려오는 사람은 영웅이다. 관료들은 공복이다. 기업의 이익을 침해하는 자들은 죄인이다”라는 구호가 등장할 정도로 지방정부 관료들은 투자 유치에 사활을 걸었다. 투자 유치 중에서도 외국인이 투자하는 FDI는 관료의 출세를 보장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 중 하나였다.

그러나 중국의 성장에서 지대한 영향을 끼쳤던 FDI가 25년만에 최초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는 것에 대해서는 대체로 부정적인 평가가 많다. 중국의 미국의 무역전쟁으로 촉발된 미중 갈등과 디커플링의 결과로 이번 FDI 마이너스 성장이 있었다는 평가로부터 제로 코로나 정책을 철회한 후 기대한 만큼 성장이 안 나오자 중국의 성장 동력이 약화된 결과라는 평가도 있다.

FDI와 외국계 기업의 목적

해외 투자자가 FDI로 중국에 진출할 때는 크게 두 가지 목적을 가지고 있다(이하 내용은 @GlennLuk의 논의(https://x.com/GlennLuk/status/1718818290192244790?s=20)를 기초로 했다).

  1. 선진국 시장을 겨냥한 수출 산업에 FDI 투자
  2. 다국적 기업이 중국 내수 시장에 진출을 목적으로 FDI 투자

선진국 시장을 겨냥한 기업들은 주로 중국의 값싼 임금을 활용해 저렴한 수출 상품을 생산하려는 목적으로 FDI 투자를 했다. 소비자 가전제품, 완구, 의류 등에 진출한 해외 기업들은 중국의 값싼 임금을 이용해 큰 수익을 낼 수 있었다. 미국의 월마트를 점령하고 있는 소비재의 대부분이 중국산이란 사실을 생각한다면 첫번째 유형의 FDI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두번째 유형으로는 GM, 토요타 등의 자동차 회사가 중국내 생산업체와 합자회사를 설립해 GM, 토요타의 상표를 부착한 자동차를 생산해 중국내에서 판매하는 것이 있다. 이러한 산업은 자본집약도가 상당히 높다. 중국의 경제 성장 초기에는 자동차 산업처럼 거대한 설비가 필요한 산업에 자본과 기술이 절대적으로 부족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 정부는 FDI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2000년 이후 중국의 사기업, 외자기업(FDI로 중국에 진출한 외국기업), 국영기업의 수출에서 차지하는 금액과 비율을 보면 중국의 FDI가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보다 명확하게 드러난다.

다음은 기업 유형별로 본 수출금액을 나타낸 것이다. 2023년은 9월까지의 자료이다.

출처=중국세관(http://www.customs.gov.cn/customs/302249/zfxxgk/2799825/302274/302277/4899681/index.html)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사기업(노란색)의 역할은 매우 미미했다. 중국의 수출은 대부분 외자기업(파란색)과 국유기업(주황색)이 차지했고 초기에는 외자기업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높아졌음을 알 수 있다.

다음은 기업 유형별로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다.

출처=중국세관(http://www.customs.gov.cn/customs/302249/zfxxgk/2799825/302274/302277/4899681/index.html)

외자기업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06년 60%까지 올랐다가 점점 하락하고 있으며 현재는 29%로 절반 수준까지 떨어졌다. 국유기업은 43%에서 지속적으로 하락해 현재는 8%이다. 사기업은 처음에는 6%에서 시작했지만 현재는 63%를 차지해 10배 이상 성장했다.

첫번째 유형의 FDI는 중국의 값싼 노동력을 이용해 해외 시장에 수출을 목표로 했는데 외자기업의 수출 비중 감소는 이러한 유형의 FDI가 점차 매력을 잃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 중국의 임금은 꾸준히 상승했으며 더 이상 중국은 해외 기업들에게 값싸고 풍부한 노동력을 제공했던 과거의 이점을 잃고 있다.

두번째 유형은 부족한 자본과 기술이 필수 조건이다. 개혁개방 초기처럼 중국은 더 이상 자본이 부족한 나라는 아니다. 또한 중국의 기업들은 단순히 자본 뿐만 아니라 생산, 마케팅 등에서 상당한 노우하우를 축적했다. 이것은 중국 사기업이 수출에서 비약적 성장을 보여준 밑 바탕이다.

우리에게 친숙한 화웨이, 샤오미, BYD 등의 기업들은 이제는 더 이상 과거처럼 전적으로 FDI에 의존한 해외의 기술과 자본을 필요로 하지 않는 단계에 왔다고 볼 수 있다.

FDI 감소 원인

FDI 감소 자체만으로 중국 경제가 어려움에 처했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FDI는 여러 요인에 의해 변하기 때문이다.

최근 10월 24일 발표를 보면 중국의 광기자동차 그룹은 미쓰비시와의 합자회사를 청산하기로 결정했다. 합자회사를 청산하면 미쓰비시는 보유했던 주식을 광기자동차에게 양도하고 그 대금은 일본으로 송금하게 된다. 이런 경우 FDI는 감소하게 된다. 이 사건은 두번째 유형의 FDI가 중국에서 어떤 길을 걷고 있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계기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의 FDI 감소를 시진핑 주석 체제의 중국 정치 체제 불안, 부동산 산업 불황으로 인한 경제 성장 어려움, 미중 갈등에 이은 디커플링 심화 등에 대한 해외 자본의 불신으로 생긴 해외 자본 탈출 러쉬로 단순하게만 봐서는 안 된다.

다른 측면에서 본다면 중국 경제의 질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값싼 노동력을 이용했던 첫번째 유형의 FDI는 점차 그 이점을 잃고 있다. 이런 기업들이 중국내 상황을 좋게 전망하고 발생한 이윤을 재투자한다면 FDI 투자는 늘어나게 된다. 수익은 나고 있는 상태지만 투자 증가 대비 수익성이 확보가 되지 않는다면 발생한 수익을 본국으로 송금하게 된다. 이런 경우에 FDI 투자는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

중국에 합자회사를 설립해 중국의 부족한 기술, 자본을 제공했던 두번째 유형의 FDI 역시 중국 내 기업과 경제 전체의 성장에 의해 중요성이 점차 하락하고 있다. 중국은 과거 FDI에 의존했던 발전 모델을 점진적으로 국내 투자로 대체하는 과정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외국기업들은 미쓰비시처럼 더 이상 중국 내 기업의 필요가 없게 되면 FDI를 회수하게 될 것이다. FDI 감소가 곧 중국 경제의 쇠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또한 맨 앞에서 소개한 FDI 금액 차트는 유량을 나타낸 것에 주의해야 한다.

누적으로 본 FDI는 무려 4.1조달러에 달한다.

출처=중국외환관리국(https://www.safe.gov.cn/safe/2019/0627/13519.html)

4.1조달러에 달하는 FDI는 어느 한 순간에 갑자기 본국으로 회수하는 일은 좀처럼 벌어지지 않는다. 애플처럼 중국 시장과 중국 내에서 생산이 필요한 기업은 중국에 남아 있을 것이며 더 이상 이점이 없는 기업들은 점차 중국을 떠나게 될 것이다.

현재 중국 경제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FDI 감소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기 보다는 감소한 원인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중국내 유입된 FDI가 최초로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을 해외 투자자가 중국과 ‘헤어질 결심’을 한 것으로 침소봉대식 해석은 곤란하다. ‘헤어질 결심’은 미쓰비시처럼 조건이 맞아야 가능하다. 4.1조달러에 달하는 누적 FDI 잔고는 어느 순간 갈등이 고조돼 홧김에 이별 통보를 하는 것이 얼마나 미련한 것인지를 시사한다.

이것을 기존의 발전 모델을 폐기하고 새로운 발전 모델을 도입하는 초기 단계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본다면 큰 틀에서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판단할 수도 있다. 다짜고짜 혐중 인식에 사로잡혀 개별적인 지표에만 치중한다면 도도하고 묵직한 거대한 흐름을 놓칠 수 있다. [이코노미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