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예비타당성조사 전면 폐지...천억 미만 일반 예산 편성
실질적 예타 폐지는 국가재정법 개정 후 가능 개정 전까지 패스트트랙, 면제범위 확대 등 추진
[이코노미21 박원일] 정부는 연구개발(R&D) 예비타당성조사를 폐지하는 방향으로 정책 기조를 잡고 있다. 다만 예타를 폐지하기 위해선 법을 개정해야 한다.
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기획재정부는 2024년도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발표된 ‘연구개발(R&D) 예비타당성조사 폐지’ 세부추진방안으로 ‘대형 국가연구개발사업 투자·관리 시스템 혁신방안’을 제8회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 회의에서 최종 의결했다고 밝혔다.
‘예비타당성조사’ 제도는 대규모 국가재정 투입 전 사전타당성 검증을 위해 1999년에 도입됐으며, R&D 분야는 2008년부터 예타 대상에 포함됐다. 2018년부터는 과기정통부가 기재부로부터 R&D 예타 제도의 운영을 위탁받아 경제성 비중 축소, 패스트트랙 도입 등 유연성과 신속성 확보를 위한 제도 개선 노력을 지속해 온 상황이다.
하지만, 기획부터 예타 통과까지 평균 3년 이상이 소요되며, 신속성과 창의․도전성이 요구되는 R&D와 예타 제도 간 괴리로 연구 현장에서는 예타 제도의 근본적인 개선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오고 있었다. 특히, 제6회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전원회의(4.25.)에서 연구자들이 예타 폐지를 건의한 이후, 국가재정전략회의(5.17.)에서 R&D 분야의 예타 폐지 방침을 확정했으며, 이에 필요한 세부 추진사항들이 이번 방안에 반영된 것이다.
상기 방안에 따르면 1천억원 미만의 모든 신규 R&D사업은 일반 예산편성 과정을 통해 사업이 추진된다. 이럴 경우 500~1000억원 규모 신규사업 착수가 예타 폐지 전보다 약 2년 이상 단축될 것으로 예상했다.
1천억원 이상의 연구형 R&D사업은 심도 있는 검토를 위해 예산요구 전년도 10월에 미리 제출받은 사업추진계획을 민간 전문가를 통해 사전 검토하기로 했다. 당락결정이 아니라 기획 완성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추진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해당 전문검토 결과는 다음해 3월 각 부처에 통보되며, 각 부처는 이를 바탕으로 기획을 보완해 차년도 예산을 요구하는 절차로 진행된다.
1천억원 이상 장비도입·체계개발사업은 사업유형과 관리 난이도에 따라 차별화된 맞춤형 심사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먼저, 단순 연구장비 도입사업은 사업기본계획을 중심으로 신속히 사업추진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고, 기술개발이 수반되고 난이도가 높은 체계개발사업은 기본계획심사와 추진계획심사 단계로 나눠 실시한다. 한편, 대규모 예산투자의 위험성을 낮추기 위해 선행기술개발은 별도의 연구형 R&D로 나눠 먼저 추진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이번 R&D 예타 폐지가 실제 적용되기 위해서는 ‘국가재정법’ 개정이 선행되어야 하는 바, 글로벌 기술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국회에서 초당적인 지원을 해주실 것을 부탁”드리며, “법 개정 전까지는 기존 예타보다 단축된 ‘패스트 트랙(Fast Track), 혁신‧도전형 R&D 사업들에 대한 예타 면제범위 확대 등을 통해 국가 정책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R&D 사업들이 신속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법 개정 과정에서 일정 금액 이하 연구개발에 대해 일괄적으로 예타를 면제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논란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코노미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