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와처] 레포 시장의 상전벽해(?)
레포 시장, 2026년 6월 30일부터 개혁안 적용 SEC의 개혁안은 사실상 Bilateral Uncleared 시장 겨냥 SEC의 개혁안은 사고를 대비해 보험을 들라는 것과 같아 헤지펀드 운용규모 5천만불 넘으면 딜러로 인정...규제 대상 MMFs·딜러, 거래비용 증가를 레포 금리 상승으로 대응할 것
[이코노미21 양영빈] 미국 내 증권거래를 감독하는 증권거래위원회(SEC, 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은 2023년 12월에 국채 시장, 레포 시장 개혁에 관한 확정안을 내 놓았다. 최종안(The Final Rule)이라고 부르는 이 개혁안은 현물 국채 시장은 2025년 12월 31일부터, 레포 시장은 2026년 6월 30일부터 적용된다.
개혁안의 핵심은 현재 26조달러에 달하는 규모를 가진 국채시장의 안정성이다. 두 시장에 문제가 있었던 대표적인 사건으로 2019년 9월 레포 시장의 유동성 문제가 있었고, 2020년 3월에는 국채 시장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이러한 문제들이 발생하자 통화당국, 재무부, SEC 등은 비슷한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대책을 연구했으며 2023년 12월에 발표한 최종안이 그 결과물이었다.
레포 시장 구조
현재 레포시장에서 거래는 중앙청산소(FICC, Fixed Income Clearing Corporation)의 중앙청산 기능 이용 유무와 제3자가 레포 거래를 도와주는가 또는 일대일(bilateral) 방식인가로 나눈다.
중앙청산 기능을 이용하는 것을 Cleared로 표현하고 그렇지 않은 것은 Uncleared로 표현한다. 제3자가 개입하는 것은 Tri-party, 일대일 방식은 Bilateral로 나눈다. 따라서 미국 레포 시장은 크게 네 종류가 있다.
다음은 미국 레포 시장을 특징에 따라 네 가지로 분류한 것이다.
Tri-party Cleared(빨간 사각형)
레포를 통해 자금 차입자와 자금 대출자 외에 제3자가 레포의 양 당사자 사이에서 중개자 역할을 하며 거래 기간 동안 담보 선택, 결제 및 정산, 보관 및 관리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며 현재 유일한 중앙청산소(FICC)가 이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 시장은 딜러들 사이에 자금을 주고 받는 시장이며 규모가 가장 작다.
Tri-party Uncleared(녹색 사각형)
이 시장은 자금 공급자(MMFs)가 딜러에게 자금을 공급하는 시장이다. 이 시장에는 중앙청산소 기능을 하는 주체는 없지만 Bank of New York Mellon(BNY Mellon)이 딜러가 MMFs에게 제공하는
담보를 예탁하는 기능을 한다. MMFs는 전통적으로 매우 위험 회피적이다. 레포 거래가 끝날 때 상대방이 현금을 되돌려 주지 못하거나 담보를 되돌려 주지 못하는 위험이 있는데 BNY Mellon이 담보를 예탁하므로 이런 위험이 매우 적다. 따라서 자금을 원하는 딜러와 자금을 공급하는 MMFs가 선호하는 시장이다. 또한 이 시장에서 연준의 역레포가 거래된다.
Bilateral Cleared(파란 사각형)
Bilateral은 1:1 계약이 기본이므로 거래 상대방 위험이 상존한다. 그러나 새로 개정된 법에 의해 후견인(Sponsoring bank)의 도움으로 중앙청산소(FICC)가 개입하는 길을 열어 주었다. 중앙청산소 회원인 딜러를 통한 거래는 1:1 계약이라도 중앙청산소 도움을 받을 수 있어 안전한 레포 거래를 보장한다. 이 시장에서는 후견인의 도입으로 MMFs가 상당히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MMFs에게 이 시장은 Bilateral Uncleared 시장 보다 금리도 높고 Sponsoring bank의 존재로 거래가 안전하기 때문이다. 딜러는 이 시장에서 MMFs로부터 자금을 받고(역레포) 헤지펀드에게 자금을 대출하는(레포) 역할을 한다. 이 때 딜러의 대차대조표는 확대되지만 특별히 중앙청산소에서 대차대조표의 대변과 차변에서 상계해서 없애 주므로 대차대조표 부담이 없다. 딜러의 적극적인 딜링 기능으로 레버리지를 일으키려는 헤지펀드에게는 주요한 자금 조달원이 된다. MMFs, 딜러, 헤지펀드 모두가 이익이 되므로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시장이다.
Bilateral Uncleared(노란 사각형)
현재 규제 당국이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시장이다. 1:1 거래이기 때문에 알려진 자료도 없다. 규제 당국은 시범적으로 9개 딜러를 대상으로 이 시장을 조사했는데 이 시장에서 이루어지는 레포 거래는 헤어컷(담보 가치와 자금 대출액의 차이)이 0%인 경우가 무려 74%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헤어컷이 0%라는 것은 헤지펀드의 레버리지를 마음껏 올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1:1 거래이기 때문에 일종의 장외 거래라고도 할 수 있는데 규제 대상이 아니므로 규제 당국이 조사할 권한이 없어 규제 사각지대라고 할 수 있다. SEC의 최종안은 사실상 이 시장을 겨냥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시장에는 상당히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시장에서 딜러는 담보로 받은 국채 등을 다시 다른 주체에게 담보로 사용해 현금을 조달할 수 있는 재담보(repledge)가 가능하다. 딜러로서는 사실상 자기자본 투여없이 레포 거래를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딜러들의 전체 대차대조표에서 데이터가 잘 알려진 세 시장(Tri-party Cleared, Tri-party Uncleared, Bilateral Cleared)의 규모를 빼면 딜러가 Bialteral Uncleared에 참여하는 규모를 가늠할 수 있다. 다음은 딜러가 네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규모를 보여준다.
딜러의 세 시장 규모는 0.9조달러이고 Bilateral Uncleared 시장 규모는 1.67조 달러로 1.9배에 달한다. 2008년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 팬데믹 당시 금융 시장 위기는 딜러들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연준은 전통적인 최종대부자의 역할보다는 최종딜러의 역할을 했다. 두 위기에서 연준이 사용했던 양적완화(QE)라는 통화정책은 최종딜러의 역할에 가까웠다. 두 위기는 딜러가 시장에서 물러났을 때 미국 국채시장, 레포시장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음을 보여 주었다.
규제당국은 향후 금융 시장 유동성 문제가 생기면 바로 데이터도 거의 없고 위기에 가장 취약한 Bilateral Uncleared 시장에서 가장 크게 발생해 다른 시장으로 전이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최종안의 내용(레포 시장 중심)
최종안에서는 거래 당사자 중 한쪽이 FICC의 회원 딜러인 경우에 모든 레포 거래는 중앙청산을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최종안이 실행된다면 Bilateral Uncleared에서 이루어지는 레포 거래 중에서 딜러가 참여하는 거래는 Bilateral Cleared 시장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현재 상황과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가 생긴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레포시장의 안정성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중앙청산 기능을 사용하면 딜러의 대차대조표 부담이 감소한다. 그러나 중앙청산 기능을 사용한다는 것은 그 만큼 증거금을 납부해야하고 수수료가 상승함을 의미한다. 현재는 유일한 청산소인 FICC만 있지만 CME 등이 벌써 새로운 제2의 중앙청산소를 설립하고자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비유하자면 SEC의 최종안은 언제 생길지 모르는 사고를 대비해 보험을 들라는 것과 같다.
최종안에서 눈에 띄는 것 중의 하나는 딜러의 자격에 대한 재정의다. 헤지펀드가 운용 규모가 5천만달러를 넘으면 딜러로 인정한다는 내용이 있다. 헤지펀드가 딜러가 되면 이전과는 달리 당국의 규제 사정거리 안에 들어오게 된다. 이전에 거의 내용을 알 수 없었던 헤지펀드의 활동 내역을 당국이 훤히 들여다 볼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현재 최종안에 대해서 일부 헤지펀드는 벌써 소송에 들어갔다. 헤지펀드에게 핵심인 익명성이 훼손되기 때문이다.
최종안의 영향
주식, 선물 등의 금융시장과 달리 국채, 레포 시장은 전통적으로 중앙청산의 역할이 작았다. FICC 는 최종안이 실행될 경우 Bilateral Uncleared 시장의 1조달러 정도가 중앙청산으로 넘어올 전망을 했다.
단기자금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시장은 SOFR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SOFR 시장의 금리는 Tri-party Cleared, Tri-party Uncleared, Bilateral Cleared 시장에서 결정되는 금리의 거래량 가중평균으로 구한다.
현재 Tri-party Cleared와 Tri-party Uncleared 거래량(파란색)은 750억달러다. 반면에 Bilateral Cleared 거래량은 1.25조달러다. 최종안이 실행되면 주황색 영역이 훨씬 더 커지게 된다. SOFR 금리는 주황색 시장(Bilateral Cleared)에서 대부분 결정되게 된다.
다음은 Tri-party Cleared와 Tri-party Uncleared에서 결정되는 금리(BGCR)와 Bilateral Cleared 시장의 금리까지 전부 가중평균해서 본 SOFR 금리의 흐름이다. SOFR 금리가 BGCR 보다 조금 높게 형성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SOFR 금리와 BGCR(Tri-party 시장 금리)은 역사적으로 3~5bp 차이가 난다. 이것은 최종안이 시행되고 많은 규모의 자금이 Bilateral Uncleared에서 Bilateral Cleared로 넘어 가면 SOFR 금리 역시 몇 bp 정도 오를 것임을 시사한다.
헤지펀드의 당장 급한 문제는 베이시스 트레이드 포지션이다. 헤지펀드는 베이시스 트레이드를 위해 현물 국채를 매입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자금 조달을 Bilateral 시장에서 하고 있다. Bilateral Cleared는 문제가 없지만 Bilateral Uncleared 시장에서 조달한 자금은 앞으로 2년간은 조금씩 Bilateral Cleared 시장으로 옮겨야 한다.
최종안은 그 무엇보다도 중앙청산과 데이터 투명성을 요구한다. 문제가 생기기 전에 문제를 파악해야할 필요 때문인데 데이터 투명성은 헤지펀드에게는 심각한 도전이 된다. 최종안이 결정되기 이전에 SEC는 최근 6개월간 250억달러 이상 규모로 매매를 한 헤지펀드를 딜러로 인정하기로 했다가 헤지펀드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혀 자산규모가 5000만달러 이상인 헤지펀드를 딜러로 인정하는 것으로 후퇴했다. 헤지펀드가 규제당국과 싸움에서 일궈낸 귀중한 승리라고 할 수 있다.
전망
최종안의 최종 승자는 중앙청산소다. FICC는 중앙청산 비용이 270억달러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바클레이는 600억달러의 비용이 더 들 것이라는 예측을 했다. 두 경우 모두 현재 유일한 중앙청산소인 FICC에게는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다.
MMFs와 딜러는 거래비용 증가를 레포 금리 상승으로 대응할 것이다. 헤지펀드는 딜러 인정 자격 요건을 거래량 규모에서 자산규모로 바꿔 나름의 성과를 거뒀다. SEC는 중앙청산이라는 안전 장치와 Bilateral Uncleared는 데이터를 확보할 수 없지만 거래 상대방 중 한쪽이 딜러라면 중앙청산을 강제했기 때문에 데이터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최종안은 2026년 6월 30일을 기점으로 시행될 예정이므로 아직은 2년의 시간이 있다. 과거 제도에서 새로운 제도 또는 과거 균형점에서 새로운 균형점으로 이행하는 시기는 항상 불안정성이 수반된다. 전세계 금융 시장을 떠받치고 있는 미국국채 시장과 미국 레포시장의 부드러운 전환을 기대해 본다. [이코노미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