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반도체 올림픽은 '신소재' 독무대

2000-09-27     온기홍(전자신문기자)
꿈의 반도체를 위한 불꽃튀는 신소재 경쟁…구리에서 실리콘게르마늄, 나노기술 등 급부상
반도체 업체들의 신소재 개발 경쟁이 뜨겁다.
부단한 연구와 정교한 기술이 간발의 승리로 이끈다.
승자에게는 ‘미래형 반도체’라는 월계관이 기다린다.


경쟁에 불을 당긴 첫 주자는 ‘구리(Cu)칩’이다.
반도체 회로의 배선물질을 기존 알루미늄에서 구리로 대체한 이 칩은 동작이 빠르고 전력을 적게 잡아먹는다.
지난 97년 모습을 드러낸 이후 대규모집적회로(LSI)를 만드는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
실리콘게르마늄(SiGe)도 갈륨비소(GaAs)를 대체할 차세대 고주파집적회로용 반도체 소재로 손꼽히고 있다.
실리콘카바이드(SiC)는 고온·고전력에서도 견딘다는 장점을 앞세워 무서운 신인으로 떠올랐다.
여기에 꿈의 반도체 공정기술로 주목받는 나노(nano) 테크놀로지까지 가세했다.
외국의 유명 반도체 제조업체들은 이미 반도체 신소재 개발 및 신공정의 실용화를 선언하고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국내 반도체 업체들도 뒤질세라 신소재 개발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메모리 부문에 편중돼 국제 메모리 가격 등락에 따라 일희일비해야 하는 고달픈 처지에서 벗어나고 차세대 반도체의 독자기술 확보를 위해서다.
정부와 기업·학계가 협력체제를 구축해 차세대 반도체 응용기술 개발과 상품화에 성공한다면 또하나의 효자상품이 탄생할 것이라는 기대를 낳고 있다.
반도체 회로는 지금 ‘구리칩’ 파워 IBM이 세계 최초로 발표한 구리칩은 지난 15년간 반도체 회로의 합성물질로 사용된 알루미늄을 대신해 구리를 실리콘 표면에 부착한 반도체다.
기존 알루미늄 칩에 비해 신호전송 능력을 40% 가량 향상시키고 전력소모량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구리는 5천만∼1억개의 트랜지스터를 하나의 마이크로프로세서(MPU)에 집적시킬 수 있어 알루미늄을 압도한다.
칩 제조비용도 지금보다 30% 가량 절감할 수 있다.
IBM은 구리칩 기술을 적용한 64비트 MPU를 98년 말부터 자사 서버에 내장하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2개의 1GHz 64비트 MPU를 하나의 칩에 집적한 구리칩 기반의 ‘파워4’ 프로세서 기술을 선보였다.
IBM은 0.18미크론 기반의 프로세서에는 구리칩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다.
미국 AMD는 독일 드레스덴 공장에서 구리칩 기술을 적용한 고성능 MPU ‘애슬론’을 7월부터 생산하고 있고, 인텔도 지난 8월 출시한 1.4GHz 펜티엄Ⅲ에 이 기술을 적용했다.
인텔은 0.13미크론 공정의 300mm 웨이퍼부터 구리칩 기술을 도입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2002년까지 모두 20억달러가 들어갈 신규공장 건설에 착수했다.
휴렛팩커드도 내년 초 구리 배선기술을 이용한 차세대 칩을 출시하며, 대만의 최대 반도체 수탁생산업체인 TSMC와 UMC는 올해 안에 구리칩을 본격적으로 출하할 계획이다.
일본 NEC 역시 0.15미크론 공정에 구리 배선기술을 내년부터 도입할 예정이다.
국내 업체로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말 0.18미크론의 4층 구리배선 공정기술을 개발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안으로 7층 배선기술을 적용한 1.2GHz 알파칩을 생산할 계획이다.
현대전자도 차세대 시스템 집적회로에 구리 공정기술을 도입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기술확보에 나섰다.
고주파 집적회로의 새 강자 실리콘게르마늄 반도체 실리콘(Si)과 게르마늄(Ge) 원자를 합성해 만든 실리콘게르마늄(SiGe) 반도체는 실리콘(Si)보다 고주파에서 잡음이 적다.
또 현재 고주파 집적회로 시장에서 주류를 이루는 갈륨비소(GaAs) 반도체에 비해 집적도가 높고 가격이 싸다.
전자소자의 고속동작을 구현할 수 있고 효율이 높은 광기능 소자를 만들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열전도율은 갈륨비소 반도체에 비해 3배 정도 커 방열성이 좋고, 패키징 비용은 10배 가량 저렴하다.
디지털 회로와 아날로그 회로를 하나에 집적할 수 있어 시스템온칩(SOC; System on a Chip)을 구현하는 데도 매우 유리하다.
이미 일부 외국 업체들은 고주파 집적회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실리콘게르마늄 반도체를 공급하고 있다.
IBM이 역시 선두다.
IBM은 지난 98년 말 65GHz급 실리콘게르마늄 이중접합양극성트랜지스터(HBT)를 개발하고, 위치측정시스템(GPS) 수신기, 파워PC용 프로세서 등 응용제품 개발에 나섰다.
독일 테믹은 지난해 실리콘게르마늄을 활용한 PCS, 유럽형디지털무선전화기(DECT), 무선 LAN용 저잡음증폭기(LNA) 및 전력증폭기 등을 선보였다.
올 상반기에는 광통신용 고속 소자를 개발해 40Gbps 광전송용 먹스(MUX)를 실장하는 데 성공했으며, 조만간 이중상보성 금속산화막반도체(BiCMOS) 공정에 기반한 새로운 칩을 개발할 예정이다.
국내 업체들도 실리콘게르마늄 반도체 기술개발 및 상용화에 본격 나섰다.
지난 91년부터 기술개발에 들어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98년 실리콘게르마늄 이종접합 트랜지스터(HBT)를 개발한 데 이어, 올 상반기 HBT를 금속산화물(MOS)과 접합한 BiCMOS 개발에 착수해 2001년 중 수탁생산 서비스가 가능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계획이다.
벤처기업인 에이에스비는 ETRI에서 개발한 기술을 활용해 대우전자와 함께 70GHz급 실리콘게르마늄 HBT 상품화를 위한 막바지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자·KEC·광전자 등도 ETRI로부터 HBT 기술을 이전받아 각각 집적회로와 단위소자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고온·고전력에 강한 신소재 ‘탄화규소’ 탄화규소(SiC, Silicon Carbide)는 다이아몬드 수준의 경도를 지닌 세라믹의 일종으로 실리콘(Si)보다 고온·고전력면에서 장점을 갖춘 차세대 반도체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실리콘과 비교해 10배나 센 전압을 걸어도 성능이 떨어지지 않을 뿐 아니라 방전 전류도 기존 3분의 1에서 4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재료가 얇아도 높은 전압에 견딜 수 있어 장치의 소형화에 유용하다.
이 때문에 고온·고출력·고주파용 전기소자 및 청색 발광다이오드(LED) 응용에 적합한 반도체 재료로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 소자를 만드는 데 필요한 단결정 구현이 힘들어 아직까지 지름 2인치 크기의 웨이퍼까지만 상용화된 상태다.
그러던 것이 최근 탄화규소 기술의 상용화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 크리(Cree)가 세계 최초로 지름 4인치짜리 웨이퍼 시제품을 개발하는 데 성공해 눈길을 끌고 있다.
미국·일본·러시아·스웨덴 등의 연구기관과 기업들은 시장선점을 위해 막대한 자금을 탄화규소 반도체의 상용화에 쏟아붓고 있다.
국내에서는 한국전기연구소와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 등이 국책과제로 삼아 개발하고 있다.
200평 크기를 데스크톱 크기로 ‘나노’ 테크놀로지 신소재와 함께 새로운 반도체 공정 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 나노 테크놀로지다.
나노는 10억분의 1을 가리키는 미세단위로, 1나노는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1에 해당한다.
현재 반도체에서 적용되는 회로 선폭기술은 0.18㎛(1㎛=100만분의 1m) 이하 수준. 회로 선폭의 물리적 한계는 0.03㎛이다.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제시된 여러가지 기술 가운데 하나가 나노미터 규모의 회로에서도 자성을 갖게 해주는 ‘나노 기술’이다.
회로 선폭을 나노 크기로 줄일 수 있다면 상상을 초월하는 반도체 집적도가 실현된다.
200평 크기를 차지하는 슈퍼컴퓨터를 데스크톱 크기로 줄이는 것은 일도 아니다.
나노 기술은 그래서 물리적 한계를 극복한 ‘꿈의 기술’로 불린다.
이미 국내외에서 이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중이다.
신소재에 나노 테크놀로지가 접목됐을 때 그야말로 ‘꿈같은 반도체’가 탄생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