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1. 메신저를 타고 흐르는 알짜 정보
2002-01-31 이희욱 기자
직원들의 PC 모니터엔 조그만 쪽지창이 여러개 떠 있고, 5~10분 간격으로 암호 같은 메시지가 끊임없이 쪽지창에 뜬다.
예전같으면 흔히 볼 수 있는, 전화통을 붙잡고 목청을 높이는 영업사원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고 그대신 너도나도 모니터 앞에서 메시지를 주고받기에 바쁜 모습이다.
인스턴트 메신저가 일반 네티즌에겐 e메일을 대체하는 종합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라고 한다면, 증권사 직원에겐 사정이 좀 다르다.
이들에게 인스턴트 메신저는 단순한 커뮤니케이션을 넘어, 이제는 없어선 안 될 중요한 업무수단으로 자리잡았다.
LG투자증권은 전용 메신저를 통해 실시간으로 장중 시황을 전송해주는 ‘장중스팟’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LG투자증권 홈페이지에 접속해 메신저를 다운로드해 설치한 뒤 메뉴에서 ‘장중스팟’을 선택하면 별도의 팝업창을 통해 실시간으로 시황중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또한 온라인상에서 별도의 대화방이나 토론방을 개설해 같은 관심종목을 등록한 사람끼리 의견을 나눌 수도 있다.
이밖에 직원과 고객간의 일대일 상담도 이루어진다.
이를 위해 LG투자증권은 여의도 본점에 현재 12명의 온라인 투자상담사를 배치했다.
이들은 종목·시황 상담에서부터 메신저 정보 전송 서비스, 우수고객을 대상으로 한 화상상담 등에 이르기까지 온라인상에서 이루어지는 투자상담 업무를 전담한다.
주로 지점의 영업일선에서 뛰던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길게는 20년이 넘는 경력을 자랑하는 온라인 투자상담사도 있다.
“회사 차원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와는 별도로, 영업직원들은 메신저를 이용한 일대일 상담과 정보전송 서비스를 통해 우수 고객을 따로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 LG투자증권 관계자는 귀띔한다.
한마디로, ‘증권사 입장에서는 시장의 생생한 상황을 곧바로 전달할 수 있고 일대일 상담을 할 수 있는 한편, 고객은 실시간으로 생생한 시장 정보를 무료로 받아볼 수 있는데다 불특정 다수와 관심주에 대한 토론과 정보교환을 할 수 있다’는 게 증권사 직원들이 꼽는 메신저의 장점이다.
대신증권은 메신저를 패널 토의에 활용해 눈길을 끈다.
패널 토의는 특정 시황을 주제로 몇몇 전문가가 메신저를 이용해 토론에 참여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토의를 관람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이는 웹상의 특정 홈페이지에 접속하는 번거로움 없이 인스턴트 메신저의 토론방을 활용해 간단한 회의와 토론을 진행한 사례에 해당한다.
이와 같이 메신저가 증권사 업무의 중심 수단으로 떠오르면서 삼성증권이나 LG투자증권, 굿모닝증권 등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대부분 자체 인스턴트 메신저 프로그램을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
삼성증권의 ‘FN메신저’, LG투자증권의 ‘이프LG 메신저’와 대신증권의 ‘사이보스 메신저’, 굿모닝증권의 ‘굿아이 메신저’ 등이 대표적인 증권사 전용 메신저로 꼽힌다.
일반적으로 증권회사 직원들은 회사 전용 메신저를 포함해 고객이나 다른 업체 직원과 정보교류를 위해 3~4개 이상의 인스턴트 메신저를 사용하고 있다.
자사 직원이나 고객과의 정보교류에는 전용 메신저를, 타 업체나 업종의 직원과는 MSN 메신저나 야후 메신저와 같은 범용 메신저를 사용하는 식이다.
이들 증권사가 시황 속보와 같은 정보를 무료로 제공하는 데 반해, 증권정보 전문 사이트 씽크풀 www.thinkpool.com 같은 경우는 유료회원들을 대상으로 메신저 서비스를 제공한다.
월 10만원의 회비를 지불한 회원들에게 전용 메신저인 ‘씽이’를 통해 제공하는 증권정보 서비스 ‘씽크큐’는 크게 5가지로 나뉜다.
내부 전문가가 매매 현황을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씽크포트폴리오,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분석을 해주는 씽크클리닉, 매매시점을 알려주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매수·매도 서비스를 제공하는 씽크시그널과 루머나 각종 정보에 대한 확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씽크정보분석, 그리고 증권정보 전문지 <씽크머니> 콘텐츠 전송 서비스가 있다.
씽크풀 황성철 팀장은 “실제로 웹페이지를 통해 정보를 검색하는 회원들은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은 메신저를 통해 실시간으로 전송되는 증권이나 뉴스 정보에 큰 호응을 보이고 있다”며 “증권 정보의 특성상 고객 반응이 능동적으로 이루어지는 적이 별로 없는데, 메신저를 이용했을 때 실시간 정보에 대한 반응이 자주 들어옴을 느낄 수 있다”고 메신저를 이용한 정보제공 서비스에 대한 회원들의 높은 관심을 설명했다.
증권사들말고도 몇몇 IT기업들이 메신저를 사내 커뮤니케이션의 핵심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국내의 대표적인 기간통신 사업자 KT는 지난해 9월24일 사내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KT 메신저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후 KT가 자체적으로 조사한 내부 설문조사에 따르면 활용효과도 기대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민원인을 상대하는 부서의 경우 메신저를 이용함으로써 전화를 받으며 동시에 3~4개의 간단한 업무를 처리할 수 있어 효율적이다”, “메신저로 회의를 진행하고부터 공유 폴더에 회의기록을 간편히 남겨두고 다시 확인해볼 수 있게 됐다”, “팀원들의 일일보고를 KT 메신저로 대체해 일일보고서 철을 없앴다”는 등 시간과 절차상의 불필요한 과정을 줄여 업무 효율이 향상됐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여행전문 업체 하나투어는 온라인 쪽지 전송 프로그램인 ‘디케이노트’와 드림위즈의 인스턴트 메신저 ‘지니’를 함께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
하나투어는 “상담전화가 많고 상품 예약과 관련해 직원간에 필요한 정보를 교환하는 일이 많은 여행업의 특성상, 일일이 전화나 e메일을 이용하는 것보다는 실시간으로 빠르게 정보나 메시지를 교환할 수 있는 메신저가 매우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고 설명한다.
하나투어 홍보기획팀 김희선씨는 “메신저 도입 이후 내부적으로 직원들은 정보교환 업무의 효율성이 150% 이상 개선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직원들의 높은 만족도를 전한다.
e메일보다 빠르고 파일 전송량에 제한이 없는 인스턴트 메신저는 사용자 1천만명 시대에 들어서면서 점차 인터넷 기반의 주요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
다른 한편에선 인스턴트 메신저의 편리함을 업무에 적용해 효율을 극대화하는 업체들의 노력도 함께 무르익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