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굴가치주] 동서산업(10780), 영업력 회복·자산구조 건전화

2003-02-28     최준철
부도 아픔 딛고 새출발 ‘총성’ 고 정주영 회장의 장남 고 정몽필 회장이 이끌었고 지금도 그의 가족들이 지분을 갖고 있는 회사가 바로 동서산업이다.
이름만으로는 현대 계열사라고 생각하기 힘들지만 이 회사는 1999년까지 현대 계열사였다.
그 이후에야 현대그룹에서 분리됐다.
동서산업은 2001년 회사채 차환발행에 실패해 어음 51억원을 막지 못하고 부도를 냈다.
지금 동서산업은 관리 종목이고 대주주도 정씨 일가가 아닌 구조조정 회사다.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볼 때 비운의 회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 회사는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통해 부도 후 1년 만에 영업력을 회복하고 회생의 실마리를 풀어나갔다.
남은 과제는 관리종목인 동서산업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싸늘한 시선과 인수합병(M&A) 재료 등에 휘둘리는 불안한 주가 움직임이다.
동서산업의 주제품은 타일 및 위생도기와 같은 건설자재다.
변기 중에서 東西産業이라는 한자로 된 상표가 찍혀 있는 게 있는데 이것이 바로 이 회사에서 만든 위생도기다.
위생도기는 계림요업과 대림요업에 밀려 3위지만 내장·바닥 타일 부문에서는 20%가 넘는 시장점유율로 1위를 달린다.
일시적 자금 압박으로 부도가 난 회사라도 확실한 제품력과 브랜드에 바탕을 둔 영업력이 있다면 얼마든지 환골탈태형 기업이 될 수 있다.
최근 5년간 동서산업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살펴보면, 매출은 다소 진폭이 있지만 영업이익은 부도를 맞은 2001년에 잠깐 휘청한 것을 제외하면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지난해에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크게 늘었다.
매출은 98년 수준을 완전히 회복했다.
자산구조도 깨끗하다.
일반적으로 부도가 난 기업은 영업 능력이 좋더라도 거기서 생긴 이익을 이자를 갚는 데 다 써버린다.
또 자금을 끌어들이느라 무분별하게 증자를 한 탓에 주식 수가 지나치게 많아 주식의 가치가 제대로 유지되지 않는 특성도 있다.
참이슬은 여전히 잘 팔리지만 기업만 놓고 보면 별다른 처방이 보이지 않는 진로가 대표적인 경우다.
그러나 동서산업은 관리종목답지 않게 자산구조가 깨끗하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274억원인 반면 이자비용은 고작 53억원이다.
단기차입금은 아예 없고 부채의 대부분이 5년 뒤에 상환할 낮은 이자의 장기정리채무다.
영업력의 회복과 자산구조의 건전화를 통해 동서산업은 다시 새로운 출발선상에 서게 됐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악재들이 상당부분 해소됐다.
동서산업 투자자들은 이제 막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나와 안개가 걷힌 미래를 보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 변화에도 불구하고 채무변제 이익을 뺀 경상이익 기준으로 했을 때 동서산업의 주가수익률(PER)은 1.4 정도에 불과하다.
주가순자산비율(PBR)도 고작 0.3이다.
수치만 놓고 봤을 때는 심각한 저평가 상태라 할 수 있다.
관리종목이라는 이유로 실력에 걸맞지 않은 대우를 받는 것이다.
앞으로 주의해서 봐야 할 점이 하나 있다.
지난해에는 주택 경기가 워낙 좋았다.
동서산업의 좋은 실적에는 이런 좋은 여건도 한몫 했다.
과연 올해에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지속적으로 좋아질지 지켜봐야 한다.
올해에는 주택 경기가 다소 침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도 동서산업이 좋은 실적을 꾸준하게 낸다면 이는 의미 있는 투자 판단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 서울보증보험이 대주주로 있고 2대 주주가 구조조정 전문 회사인 것을 감안할 때 이 회사는 M&A 구설수에 자주 오르내릴 가능성이 있다.
실적이나 기업내용보다 풍문에 의해 주가가 등락을 거듭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표:한국형 가치투자 전략으로 본 동서산업 자연독점형 기업 : 내장타일, 바닥타일 부문 시장점유율 1위 환골탈태형 기업 :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부도의 여파에서 벗어나 영업력 회복중 보물찾기형 기업 : 보유중인 다이너스티 골프장 대주그룹에 매각 저 주가수익비율(PER)형 기업 : 지난해 기준 PER 1대의 낮은 PER 수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