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김춘길 뱅크타운 사장
2003-08-01 이희욱 기자
뱅크타운 www.banktown.com의 김춘길(42) 사장은 국내에 인터넷뱅킹을 처음 도입한 사람이다.
“그러니까 그때가…KT, 옛 한국통신에서 일하던 95년이었을 겁니다.
네트워크 관련 연구직으로 근무한 덕에 다른 사람보다 먼저 인터넷을 접할 수 있었죠. 그런데 이게 가만히 보니,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 ‘물건’이더라고요. 그래서 이걸로 남들보다 먼저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고민했죠. 그리고 내린 결론이 ‘뱅킹’을 인터넷에 얹어 보자는 것이었습니다.
”
고생이야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인터넷에 대한 개념조차 없던 시절이니, 거기에 대고 e뱅킹을 어떻게 설득시킬 수 있었겠냐”고 김춘길 사장은 씁쓸하게 웃는다.
“우선 KT부터 설득하기로 했습니다.
96년에 겨우 연구비를 받아 내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죠. 개발 첫해인 96년에 14개, 이듬해인 97년에는 15개 은행과 제휴를 맺었습니다.
” 여기까진 좋았다.
그런데 주무 부처인 재경부가 인터넷 금융거래를 믿지 못하겠다며 보안성 검토를 해주지 않는 것이었다.
몇 년 동안 실랑이를 벌인 끝에 99년 5월 보안성 검토를 얻어 냈고, 그해 7월부터 신한은행을 필두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국내 최초의 인터넷뱅킹 서비스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덕분에 99년 9월에는 KT 사내기업 1호로 선정되는 영광도 안았습니다.
당시엔 한국통신커머스솔루션즈(KTCS)란 사명을 썼는데, 2001년 분사하면서 뱅크타운으로 바꾼 거죠.” KT에서 독립해 뱅크타운으로 새출발하면서, 김춘길 사장은 ‘금융권 인터넷뱅킹 아웃소싱’을 주력 사업으로 내세웠다.
일종의 e뱅킹 임대(ASP) 사업이었다.
그런데 은행들이 하나둘 자체 시스템을 구축해 쓰기 시작했다.
고민 끝에 ‘실시간 백업 ASP서비스’로 사업 아이템을 변경했다.
“그런데, 참 웃기죠. 뱅크타운 설립일이 2001년 9월11일인데요. 마침 그날 미국 무역센터 테러 사건이 일어났어요. 그 덕분에 백업 서비스의 중요성이 전 세계적으로 부각됐고, 우리 사업도 탄력을 받게 된 겁니다.
”
김춘길 사장은 지금, 또 다른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
전국 인터넷데이터센터(IDC)에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해 서버나 회선의 이상 유무를 실시간으로 체크해 고객에게 알려 주는 ‘실시간 관제센터’를 구축하는 것이다.
9월께 선보일 수 있을 거라고 한다.
“꿈이요? 기회가 닿는다면 디지털 금융관련 회사를 여러 개 만들고 싶어요. 이들을 거느린 ‘e금융 전문그룹 회장’ 한번 해보고 싶습니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