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뤼커지엔 /중국 상무부 부국장

2003-08-22     황보연 기자
“한국의 유통기법 배울 만”

중국 상무부 관계자들이 한국의 유통 노하우를 한수 배우기 위해 8월10일 입국했다.
상무부는 지난 3월 대외무역경제합작부와 경제무역위가 통합, 탄생한 조직으로, 중국 내 유통업 관련 업무도 이곳에서 관할한다.
이번에 방한한 아주사(亞洲司)는 상무부에서 아시아 지역을 맡는 팀으로, 8월초 일본 방문에 이어 한국을 찾은 것이다.


“쇼핑을 하러 다니는 사람들의 표정이 어쩜 저렇게 밝을 수가 있지요?” 12일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만난 뤼커지엔(呂克儉·49) 아주사 부사장은 이번 방한이 기대 이상으로 흥미로운 듯했다.
부부가 나란히 쇼핑 카트에 아이를 태우고 다니며 쇼핑을 즐기는 모습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는 것이다.
하루 전날 방문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도 화려한 매장과 밝은 조명, 다양한 문화 공간 등을 보면서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중국에서 유통업은 지난 2001년 WTO 가입 이후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낙후된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곳들이 많다.
상무부의 이번 방한이 선진화된 국내 유통 기법을 벤치마킹하기 위한 것이라는 데서도 이런 분위기는 충분히 읽을 수 있다.
뤼 부사장은 “특히 1200대 이상의 차량을 주차할 수 있는 넓은 주차장이 인상적”이라고 덧붙인다.


중국에서 최근 가장 인기를 모으고 있는 업태는 역시 할인점이란다.
다양한 상품과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점차 대형화하고 있는 할인점에 중국 소비자들이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상당수 부부가 맞벌이로 일하고 있고 주5일근무제가 정착돼 있다는 측면에서 볼 때도 할인점이 유리하다.
이를 반영하듯 여극검 부사장은 하나로마트의 유통 시스템에 대해 구체적인 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자연스레 관심은 국내 유통업체들의 중국 진출로 쏠린다.
13억이라는 거대 시장인 만큼 군침을 흘리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중국에는 까르푸나 월마트와 같은 다국적 기업들이 대거 진출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까르푸는 상해를 중심으로 중국 전역에서 40개의 할인점을 운영하고 있다.
뤼 부사장은 중국 소비자들의 취향을 꼼꼼히 검토한 뒤 그에 맞게 상품을 공급하면 해볼 만한 경쟁이 될 것이라고 조언한다.
“특히 한국은 중국에 진출하기가 딱 좋은 시기죠. 최근 몇 년 동안 중국의 다섯 번째 무역 파트너가 한국으로 꼽힐 만큼 양국 교류가 늘어난 시기거든요.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것도 유리하고….”

내친김에 중국 소비자들의 취향은 어떤지 물어봤다.
한마디로 딱 잘라서 이야기하긴 힘들단다.
예컨대 젊은 여성들은 고급스럽 화장품을 선호하고 젊은 남성들은 브랜드 옷을 즐겨 찾고 있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건강용품은 노인층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한다.


아울러 그는 지난 97년 일찌감치 중국에 진출한 신세계 이마트가 초기엔 다소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금은 경쟁력 있는 업체로 자리를 잡고 있다고 전한다.
상해에 두 번째 점포를 열고 천진에도 이마트가 들어설 예정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라는 것이다.


한편 중국은 다른 다국적 기업들의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자국 내 할인점 중에서 2~3개 업체를 해외 진출이 가능한 기업으로 성장시키기 위한 정책을 진행 중이라고 한다.
그는 한국 정부의 유통 정책에도 높은 관심을 보인다.
산업자원부나 대한상의를 직접 방문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상무부 아주사 방문단은 하나로마트와 신세계백화점 말고도 이마트 가양점과 롯데백화점 등을 견학한 뒤 13일 출국했다.
마지막으로 뤼 부사장에게 한국에서 무엇을 배워 가는지 물었다.
“영업 전략이 철저히 고객 위주로 짜여지는 것 같더군요. 소비자를 ‘하늘’로 보는 마케팅 기법이라고나 할까요. 중국이 배워야 할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