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최원 / 한국납세자연맹 정책위원장

2004-06-04     장승규 기자
“국민연금 파문...본질은 조세저항”

‘국민연금의 8가지 비밀.’ 네티즌의 글 한 편이 몰고 온 파장은 엄청나다.
지난 5월 초부터 몇 주 내내 국민연금의 ‘횡포’에 대한 충격과 분노로 인터넷은 들끓었고, 일부에선 촛불시위 움직임까지 나타났다.
그러자 지난 5월27일 보건복지부가 개선안을 내놓고 사태수습에 나섰다.
문제가 된 연금 수급권 제한의 일부 완화를 약속했다.
그러나 논란은 쉽게 가라앉을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국민연금 불복운동을 벌이고 있는 한국납세자연맹의 정책위원장 최원(38) 변호사는 “정부의 개선안이 미흡하다”고 평가한다.
이번 사태가 ‘조세저항’의 성격을 갖고 있다는 게 최 변호사의 판단이다.
8가지 ‘비밀’에 대한 해명과 처방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8가지 비밀’이 지적한 내용은 일부는 맞고, 일부는 오해도 있어요. 국민연금이 사회보장 성격을 갖는 공적보험이라는 것을 간과하고 일반 보험사에서 파는 사보험과 단순 비교한 측면이 있는 거죠. 중요한 것은 왜 많은 국민들이 그런 주장에 공감하고 있는가 하는 거죠.” 최 변호사는 그 이유를 국민연금을 내는 데 실제로 부담을 느끼는 사람이 의외로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GDP에서 조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사회보장 비용까지 포함하면 28%에 이른다.
“미국, 일본과는 비슷한 수준이지만, 유럽에 비해서는 여전히 낮죠. 그래서 정부는 조세부담률이 결코 높은 게 아니라고 설명해요. 하지만 각 나라의 국민소득 수준이 얼마인가, 이걸 봐야죠.” 조세부담률이 우리와 비슷한 일본의 1인당 국민소득은 3만5천달러다.
반면 우리는 겨우 1만달러를 넘었다.
일본은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 수준일 때 조세부담률은 15%에 불과했다.
때문에 우리나라의 소득 수준에 비해 조세부담률이 지나치게 높다는 게 최 변호사의 생각이다.
“복지제도를 강화하겠다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죠. 하지만 국민들이 당장 쓸 돈이 부족한데, 국가에서 이를 대부분 회수해 가는 건 경제발전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어요.”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는, 월 평균으로 따지면 100만원 꼴이다.
우리나라 4인가족 최저생계비가 바로 월 100만원. 대다수가 미래를 위해 저축할 여유가 없는 것이다.
최 변호사는 우선 국민연금 지역가입자를 임의가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 국민 의무가입은 지금 단계에서는 무리라는 판단 때문이다.


현행 국민연금의 부실한 제도 자체도 문제다.
소득에 비례해 보험료를 부가하는데, ‘소득’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
그렇다 보니 보험료를 둘러싼 분쟁이 끊이지 않는다.
“미국의 경우 신고할 소득과 안할 소득을 분명하게 구분하고 있어요. 우리는 어디까지 소득으로 봐야 하는지 근거가 없죠. 무조건 편의적으로 표준소득을 적용하거나, 임의로 소득을 산정해 보험료를 부가하는 사례가 적지 않아요.” 자영업자 등 지역 가입자의 경우 이런 문제가 특히 심하다.
일례로, 사업자 등록을 하면 2개월 뒤부터 곧바로 보험료 고지서가 날아온다.
그러나 실제 소득을 파악하려면 일정 기간이 지나봐야 한다.
그럼에도 사업 초기 적자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표준소득을 적용해 보험료를 일방적으로 부가한다.
최 변호사는 최근 이와 관련된 2건의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지나친 수급권 제한도 빼놓을 수 없는 문제다.
“일반 사보험에 비해 수급권 제한이 많다는 건 이해할 수 있지만, 공무원 연금보다 보험료 타기가 더 까다롭게 돼 있다는 건 납득하기 어려워요. 국민연금 문제도 해결 못하면서, 수천 억원의 국민세금을 넣어 퇴직 공무원 생계를 돕는다는 건, 정부나 공무원 위주의 정책 아닌가요?”

대학 4학년 때인 89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최 변호사는 개업 초기부터 세금 문제에 관심을 가져왔다.
경희대학교에서 세법으로 석사학위를 받았고, 미국 워싱턴대에서 연수과정을 마치기도 했다.
미국 연수를 통해 우리 세금제도가 선진국에 비해 낙후돼 있다는 걸 절감했고, 2002년 벌어진 자동차세 불복운동을 계기로 한국납세자연맹에 참여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