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정승욱 / 데카시스템앤컨설팅 사장
2004-07-09 류현기 기자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죠.” 기꺼이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란 얘기다.
으레 누구나 내뱉기는 어렵지 않은, 정작 실행하기는 힘든 얘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승욱(40) 데카시스템앤컨설팅 사장은 달랐다.
그렇게도 좋아하는 골프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실제 사업과 연결시켰기 때문이다.
골프애호가인 정 사장이 최근 출시한 제품은 휴대용 골프 거리 측정기인 ‘골프버디’. 이 제품은 GPS(위성추적장치)와 첨단 알고리즘을 이용해, 골프를 치는 데 필요한 거리 정보를 정확하게 알려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예컨대 특별한 조작 없이도 홀에서 공까지의 거리나 비거리를 바로 알아낼 수 있다.
휴대폰 정도의 크기이기 때문에 허리춤에 찰 수도 있고, 호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도 있다.
거리를 측정한다는 것이 자칫 만만해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골프애호가들에게는 여간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골프를 즐기기 위해서는 다른 스포츠에 비해 많은 장비가 필요하지만, 실제로 가장 필요한 건 ‘홀과 공과의 거리 측정’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골프장에서 거리를 측정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들이 동원됐다.
하지만 대략적인 거리를 알 수는 있어도 정확한 거리를 측정하는 일은 어려운 법. 예컨대 골프장 주변에 박아놓은 야드목이라는 거리 알림판이나 스프링쿨러에 쓰여진 홀과의 거리를 통해 어림짐작하는 정도였다.
장비를 이용한다 해도 50만~90만원 가량의 고가 레이저 거리측정기를 사용하거나 카트 차량에 부착하는 거리측정기가 고작이었다.
특히 차량 부착형은 카드 차량이 특정한 길로만 다닐 수 있는 한국 환경에는 맞지 않아 사용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정 사장이 선보인 골프버디는 휴대가 간편한 것이 최대의 장점. 게다가 GPS를 이용하기 때문에 오차거리가 1~3미터에 불과할 정도로 거리측정이 정확하다.
골프버디에는 국내 골프장의 위치정보가 들어 있어 티샷을 하고 장소를 이동할 때마다 자신이 치는 곳의 해당 홀에서 자신의 공까지의 거리를 정확하게 알 수 있다.
게다가 골프장이 새로 건설되더라도 인터넷을 통해 골프장 정보를 다운로드받을 수 있기 때문에 쉽게 업데이트할 수 있다.
정 사장이 이 제품을 만들기 위해 투자한 시간은 2년6개월. 비록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은 놓쳤다.
정 사장이 골프버디를 출시하기에 앞서 지난해 미국의 한 업체가 휴대용 거리측정기를 먼저 내놓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 사장의 표정은 밝았다.
“단지 더 나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개발기간이 길어졌을 뿐, 개발시점은 거의 동일해요.” 자신감이 진하게 배어 있는 말투다.
실제로 골프버디는 충분히 합격점을 얻고 있다.
캐디에 대한 만족도가 30%에 그치는 현실에서 골퍼 자신이 직접 비거리는 물론 홀과의 거리를 측정한다는 게 큰 매력이기 때문이다.
미국 제품보다 성능과 디자인, 크기, 가격 면에서 모두 앞선다는 평가도 그에게 힘을 솟게 만든다.
앞으로 국내 시장보다는 해외 시장에 초점을 맞춰 사업을 확대하기로 마음먹은 건 자연스런 수순이다.
판매전략도 다를 수밖에 없다.
일단 국내에서는 처음 선보이는 제품이고 수요층이 한정돼 있어, 고가전략을 쓸 참이다.
일단 프로골퍼들이나 프로 유망주들의 실력향상 용으로 활용되도록 해 제품에 대한 명성과 신뢰를 확보할 계획이다.
대신 해외 시장에서는 이미 자리를 잡은 기존 업체의 시장을 잠식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당분간 저가전략을 유지한다는 게 정 사장의 복안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초기 전략일 뿐이다.
“어느 정도 자리를 잡는다면, 국내외 모든 골퍼들이 하나씩 가질 수 있는 제품으로 보급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