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위기 일발, 무너지는 세계 달러경제
2005-02-28 이정환 월간<말>기자
지난몇년동안미국이그랬다.
우리나라를비롯한아시아나라들이엄청난달러와미국국채를사준덕분에미국은빚더미를끌어안고도탄탄한성장을이어올수있었다.
그러나이런상황이계속될수없다는것은분명하다.
결국빚은빚이고언젠가는갚아야한다.
달러는세계어디에서나통용된다.
미국은심지어돈이없으면은행에서찍어서주면된다.
미국이기때문에가능한일이다.
물론자꾸찍어서뿌리다보면달러가치가떨어지겠지만지금까지는그럭저럭버텨왔다.
우리나라를비롯해아시아나라들이쌓아두고있는엄청난규모의외환보유액덕분이다.
문제는세계적으로외환보유액이포화상태에이르면서달러약세가계속되고있기때문에불거졌다.
미국의쌍둥이적자가걷잡을수없이불어나고있는것도한요인이다.
세계적으로외환보유액포화상태
우리나라외환보유액이마침내2천억달러를넘어선것이그신호탄이다.
IMF외환위기무렵73억달러에서지난2월15일기준으로2002억달러까지무려28배나불어났다.
우리나라의외환보유액은일본과중국,대만에이어세계4위규모다.
문제는달러약세가계속되면서달러자산의가치가줄어든다는데있다.
우리나라외환보유액가운데달러자산은1600억달러정도,특히미국국채가700억달러에이른다는게일반적인추산이다.
전체미국국채의4%규모다.
만약한국은행이미국국채를팔기시작하면미국국채는물론이고달러가치가크게떨어질수밖에없다.
당연히미국의적자도눈덩이처럼불어나게된다.
세계적으로달러를팔고유로화나엔화로옮겨가는분위기가역력하며달러약세는이미분명한추세다.
한국은행도마냥달러를쥐고있을게아니라다른데로눈을돌릴필요가있다는말이다.
문제는외환보유액의덩치가너무커서쉽사리움직이기어렵다는데있다.
지난2월22일에는한국은행이달러자산을줄이려한다는소문이퍼지면서세계적으로달러투매가확산되기도했다.
이른바한국은행쇼크다.
환율이폭락하면서잠깐이나마원/달러환율1천원선이무너지기도했다.
환율1천원선이무너진것은1997년11월이후7년3개월만이다.
한국은행은뒤늦게해명에나섰고사태는일단진정됐다.
그러나문제는여전히남아있다.
여전히달러는약세추세고외환보유액의손실은계속불어나고있다.
외환보유액가운데달러자산을1600억달러로잡으면환율이10원떨어질경우1조6천억원이날아간다.
환율1140원선이깨진지난해10월이후부터보면4개월만에무려20조원이사라진것으로추산된다.
환율이떨어지면수출기업들실적이악화되고,주가가떨어지면서경기침체로이어진다.
더답답한문제는이렇게환율이떨어지고한국은행이환율방어에나서면서외환보유액이더늘어난다는데있다.
그렇다고외환보유액을줄이면환율이다시떨어지고한국은행은또환율방어에나서야한다.
결국외환보유액이계속늘어나는데도환율이계속떨어지는악순환이계속된다.
환율대책이거의무의미하다는이야기다.
게다가달러를사들이면시중에돈이풀린다.
그돈을흡수하려고통화안정증권을발행하는데그이자비용만한해6조원을넘어선다.
여기에다달러자산의가치하락까지감안하면환율을지키는데그야말로천문학적인비용이들어가는셈이다.
좀더근본적인문제는미국의쌍둥이적자와달러약세정책에서비롯한다.
지난해기준미국의대외채무는국내총생산대비27%에이른다.
재정적자와경상수지적자도각각4.5%와6%규모다.
감세정책과이라크전쟁도이엄청난적자에한몫을했다.
웬만한나라라면일찌감치무너졌겠지만미국의경우는다르다.
달러를찍어빚을갚는데도달러가치는크게하락하지않고버텨줬다.
적어도지금까지는그랬다.
최근2년동안달러이탈눈에띄게늘어
그러나최근2년동안상황은달라졌다.
달러약세가기정사실로받아들여지면서세계적으로달러이탈이눈에띄게늘어났고달러약세가더욱가속화되고있다.
최근한국은행쇼크도이런맥락에서이해할수있다.
위기감이확산되고있는가운데마침울고싶은데뺨을때려준격이다.
미국달러경제의한계가서서히다가오고있음을알수있다.
2003년기준으로미국은,미국을제외한세계수출의20%를수입하고있다.
적자는늘어나는데저축률은1%수준에머물러있다.
미국은지난해세계저축의80%를끌어다썼다.
하루평균20억달러정도를외국에서빌리고있다.
미국은그렇게다른나라들에게빌린돈으로그나라들이수출한물건을사들여왔다.
그동안미국의빚이세계경제성장의원동력이됐다는이야기다.
그런미국이무너지면세계경제가한꺼번에위기를맞게된다.
현재로서는다들눈치만보면서,달러를내다팔고싶어도팔지못하는상황이다.
우리나라뿐만아니라일본이나중국,대만등외환보유액이많은나라들가운데하나라도먼저달러를팔기시작하면걷잡을수없이투매가확산될수도있다.
<뉴욕타임스>의칼럼니스트토머스프리드먼은최근사설에서“위기폭발의순간이점점가까워지고있다”면서“한국을비롯해거액의외환보유국들이달러보유액을줄여나가기만해도달러화가치에치명적인타격이될것”이라고우려를나타냈다.
물론미국도이런위기를마냥방치하지는않을것으로보인다.
박승한국은행총재는지난2월25일기자간담회에서조만간달러가강세로돌아설것이라고전망했다.
조만간재정적자를줄이고금리를높여환율을끌어올릴가능성이있다는이야기다.
“현재로서는안정성이나수익성,유동성측면에서달러를대체할만한게없다.
다만미국의과도한재정적자나분수에넘치는경제생활,베트남이나이라크전쟁등능력이상의국제적활동등에대해아시아뿐만아니라유럽등에서적극적으로문제제기를하고있다.
미국도지금같은달러약세를마냥방치하기는어려울걸로본다.
”
양극화문제해결,내수소비늘려야
우리나라는그동안높은환율덕분에수출에서짭짤한재미를봤다.
그러나달러가약세로돌아서면서수출기업들은경쟁력을잃고있다.
달러가치가회복될거라는기대도많지만분명한것은이제미국에의존하는수출중심경제로그동안과같은짜릿한성장을담보할수없다는사실이다.
무서운속도로쫓아오는중국도큰위협이다.
우리는이제미국시장을상당부분잃을준비를해야한다.
상황에따라서는달러경제의몰락이후를준비해야할수도있다.
환율하락과감당할수없을만큼엄청난규모의외환보유액은수요공급의문제라기보다는세계경제의구조적인문제다.
고집스럽게버티고있는중국이위안화의고정환율제를포기하고무너지면위기는더욱확산될수있다.
미국에목을매고있기보다는좀더적극적이고구조적인대안이필요한시점이다.
하상주대우증권전문위원의이야기를들어보자.
“결국성장방식의문제다.
우리는소비를줄이면서저축을했고미국은저축을줄이면서소비를했다.
무엇이옳고그르냐의문제가아니라선택의문제다.
미국의소비에의존하는수출중심의성장방식이한계를맞았다면대안을찾아야한다.
양극화문제를해결하고내수소비를확충하는것도하나의대안이될수있다.
분명한것은지금미국의달러경제가무너지고있다는사실이다.
”
외환보유액이 급기야 2천억달러를 넘어섰다. 노진호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외환보유액 급증의 5가지 원인을 아래와 같이 정리한다. 첫 번째로 개발도상국 출신의 원죄라고 볼 수 있다. 대외 차입이 쉽지 않은 데다 환율이 흔들리면 빌린 시점보다 갚아야 할 금액이 커지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환율 안정과 위험 헤지를 위해 충분한 외환보유액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는 성장전략상 불가피한 부분도 있다. 수출 주도형 성장전략을 유지하려면 통화가 평가절상되거나 최소한 안정돼야 한다. 환차손의 위험도 줄어들고 이런 조건이 갖춰져야 외국인 직접 투자도 늘어난다. 세 번째는 여전히 존재하는 외환위기의 위험 때문이다. 펀더멘털이 아무리 튼튼해도 투기세력의 공격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실제로 지난달 24일 엔디 시에 모건스탠리 이코노미스트는 대만의 한 언론사 인터뷰에서 “헤지펀드의 한국과 대만 외환시장 공략이 가시화하고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강순삼 한국은행 국제금융팀 조사역은 2천억달러에 이르는 외환보유액이 결코 과도한 수준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1년 내에 갚아야 하는 단기외채가 760억달러에 이르는 데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식투자 자금이 1400억달러에 이른다. 단기간에 빠져나가지는 않겠지만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
지난 2월 중순 기준으로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4.07%다. 우리나라의 국채는 같은 만기 상품의 금리가 4.52%다. 우리나라 정부가 외환보유액을 미국 국채로 보유하고 있다면 4.52%에 돈을 끌어들여 4.07%에 미국에 빌려주고 있는 셈이다. 결국 0.45%포인트만큼 손해를 보는 셈이다. 2천억달러가 모두 미국 국채라면 한 해 9억달러씩 손해를 보게 된다. 노진호 현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기회비용을 포함한 외환보유액의 사회적 비용이 국내총생산의 0.4%에 이른다는 조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기회비용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허리띠를 졸라매고 모은 국가 자원이 엉뚱하게도 미국의 적자를 메우고 미국의 성장동력을 유지하는 쪽으로 흘러간다는 데 있다. 외환보유액은 외화 자금이 갑자기 빠져나가거나 은행이나 기업들이 외환이 부족해 결제를 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비해 중앙은행이 준비하는 외화 자산을 말한다. 달러를 얼마든지 찍어낼 수 있는 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 공동통화 유로를 쓰는 유럽도 굳이 외환보유액을 필요 이상으로 끌어안고 있을 이유가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나 아시아 나라들은 외환보유액을 마냥 쌓아두는 것 말고는 갑작스런 위기를 막을 방법이 마땅치 않다. 한때 한국과 중국, 일본과 동남아시아의 여러 나라들끼리 모여 아시아통화기금(AMF)을 만들자는 시도가 있었지만 IMF의 반대로 무산된 전례도 있다. AMF를 만들게 되면 공동으로 기금을 조성하고 위기상황이 닥치면 달러를 여기서 빌려다 쓰면 된다. 굳이 외환보유액을 쌓아둘 이유가 없다는 이야기다. 2005년 태국에서 체결된 치앙마이 협정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금융위기가 터졌을 때 서로 통화를 교환해 환율 하락을 막아보자는 협정이다. 그러나 이 협정도 IMF의 반대에 부딪혀 당초 계획했던 규모의 10분의 1로 줄어들었다. 이 밖에도 아시아 단일통화나 공동통화를 만들자는 제안도 있다. 중요한 것은 외환보유액 가운데 달러 비중을 낮추되 아시아 나라들이 긴밀한 협조를 유지하면서 달러화 절하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부분이다. 이와 관련해 전창환 한신대학교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달러 의존도를 벗어나기는 어렵겠지만 멀리 내다보고 동아시아 지역 금융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200조원에 이르는 외환보유액을 민간 차원으로 돌려 내수소비를 창출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