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삶]고단한 삶의 비타민! 5가지 행복 코드
2005-05-23 강성민/<교수신문> 기자
그렇다면 지금 내 마음은 석탄에 가까운 것일까. 그건 아닌 것 같다.
한국에선 마음이 시꺼멓게 탄다는 의미로 석탄이 사용되기 때문이다.
아무튼 석탄과 다이아몬드는 탄소의 배열 차이와 결합 정도가 다른 것에 지나지 않을 뿐 본질적으로는 같다는 것이 연금술사들의 지혜다.
석탄이 다이아몬드가 되듯, 흩어진 마음의 갈피들을 뚜렷하게 바라볼 수 있는 연금술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 <감정의 연금술>의 주장이다.
이 책은 심리상담가인 저자가 “마음을 습관적인 편견과 감정 패턴이라는 필터에 비치는 대로 보지 않고, 실제 있는 그대로 정확히 보기 위해” 쓴 가이드북이다.
대체로 우리는 스스로 마음의 문제점을 파악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걸 바꾸려고 실천하는 데는 서툴다.
이 책은 그 ‘서툰’ 부분을 잘 파악해서 알려준다.
저자는 ‘인지도식’ 치료라는 걸 소개하는데, ‘인지도식’은 아주 어릴 때 생겨나 우리 인생을 지배하는 부정적인 정서적 패턴을 의미한다.
제프리 영 박사가 창안한 이 용어는 소설가 은희경의 소설집 <상속>을 보면 좀 더 실감 있게 느낄 수 있는데, 아무리 발버둥치며 노력을 해도 문제에 부딪히면 어릴 때 하던 대로 반응하고 말아, 삶을 망치는 한 여인이 등장한다.
비슷한 일을 겪을 때마다 되풀이되는 감정습관은 의외로 보편적 현상이기에 이 소설은 감동을 준다.
배우자가 나를 버리고 떠날 것이라고 늘 불안해하는 ‘버림받음의 덫’, 직장에서 쫓겨나 노숙자가 되고 말 거라는 ‘취약성의 덫’, 사람들이 자신의 진실한 모습을 알면 멀리할 거라고 느끼는 ‘결함의 덫’, 어느 집단에서든 따돌림을 당할 것이라 느끼는 ‘사회적 소외의 덫’, 자신이 하는 일에서 결코 성공하지 못할 거라고 느끼는 ‘실패의 덫’, 다른 사람이 원하는 대로만 하는 ‘종속의 덫’에 속해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볼 필요가 있다.
‘인지도식’이라는 것은 결국 프로이트의 통찰과 유사한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프로이트는 그것을 어릴 때에 겪었던 충격적인 사건에서 받은 ‘트라우마’를 중심으로 파악했을 뿐이다.
자연의 신비로움을 생각한다 <숲에 사는 즐거움>(베른트 하인리히 지음, 김원중 외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 1만5천원) <숲에 사는 즐거움>은 한 생물학자가 곤충과 새에 미쳐서 살아온 자신의 삶을 돌아본 자전적 에세이다.
이 위대한 한 개인의 기록을 읽는 동안 나는 생의 무한한 신비로움에 사로잡히게 됐다.
<감정의 연금술>이 개인들의 사생활을 소개하면서, 그를 통해 우리로 하여금 도시일상과 복잡한 인간관계의 틈바구니를 상상토록 한다면, 이 책은 머리 아픈 인간의 이야기는 오목렌즈로 들여다본 것처럼 저멀리 소실점을 향해 물러가고, 대신 확대경으로 신선하게 확대된 숲 속의 곤충들의 세계가 눈앞에 떡하니 펼쳐진다.
저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할머니가 유대인이어서 저자의 아버지가 독일공군에 자원입대하고 전쟁 말기에 러시아 군대를 피해 필사적으로 탈출하는 모습은 매우 아슬아슬해서 가슴을 쓸어내릴 정도다.
결국 그들 가족이 도착한 곳은 서독의 한 농촌 인근에 있는 숲이었다.
거기서 그들이 먹고살기 위해 치열한 투쟁을 벌이는 과정은 오정희의 소설 <유년의 뜰>에 등장하는 6·25 피난 시절 낯선 마을에 정착한 한 이민가족의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어느 날 죽은 닭을 길에서 주워온 할머니가 손주들에게 닭죽을 해먹이고, 뼈는 땅에 파묻고 깃털은 아궁이에 넣어 태웠다.
이유는 이웃 주민들에게 들켜 공격당하고, 마을에서 쫓겨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이 책에서도 죽은 사슴을 낙엽으로 덮어놓았다가 밤중에 몰래 끌고와서 밤새도록 온 가족이 가죽을 벗기고, 내장을 꺼내고, 고기를 잘게 썰어서 양식을 비축하는 장면이 나온다.
냉장고가 없어 고기는 굴뚝 안에 매달아 연기로 보존한다.
온몸에 피칠갑을 하면서 그들은 얼마나 설렜을까. 숲 속의 곤충들과 친해지며 저자가 점점 생물학자가 될 수밖에 없는 과정이 이 책의 주요 흐름이다.
그걸 일일이 소개하지는 않겠다.
다만 흥미로운 것은 자연을 ‘예찬’의 대상으로 삼는 수많은 생태환경서에서 느꼈던 근본적인 마음의 빈곤함을 이 책을 통해 보충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동물과 새를 잡아서 먹으면서, 생태계의 균형을 깨달아가는 한 과학자의 세계관은 꾸며지지 않고 이상적이지 않은, 현실 속에서 만들어진 소중한 역사적 존재라서 무척 매혹적이었다.
애태우던 연애 시설 돌아보며 <악인열전>(허경진 편역, 한길사 펴냄, 2만5천원) 너무 외국의 얘기만 한 것 같다.
<악인열전>은 음악과 술이 흘러넘치는 조선 시대 풍류의 세계로 우리를 초대한다.
흔히 조선 시대라 하면 이마가 불룩할 정도로 머리를 옥죄는, 가슴이 납작해질 정도로 가슴을 짓누르는 유교의 규율을 떠올리기가 쉽다.
그런데 이 책을 보면 우리 조상들이 은근슬쩍 얼마나 삶을 즐기고 살았는지를, 사랑과 술과 음악의 나날을 보내며 애태우는 연애의 시절을 보냈는지를 잘 알 수가 있다.
수많은 고문헌들을 뒤적이며 거문고, 가야금, 피리를 다뤘던 악인(樂人)과 기생들에 대한 기록을 찾아낸 편역자 허경진 교수는 이를 그대로 번역해서 수백명의 숨은 숨결들을 되살려낸다.
조선 시대 <금랑> 편을 보자. 윤장원이라는 당시 명성을 떨치던 시인이 있었다.
그는 관직에 진출도 못한 채 마루에서 거문고나 뜯고 지내던 한량이었다.
어느 날 그에게 정부의 지체 높은 관료가 찾아왔다.
종이 이를 알리자 윤장원은 그럴 리가 없다고 했으나 이는 사실이었다.
이유인즉, 그 관료는 어느 기생과 눈이 맞아서 연애에 불이 붙은 상태였지만 이뤄질 수 없는 지경에 처해 있었다.
그 기생이 남양부사 장옥견의 여인이었던 것이다.
장옥견은 자신의 계집종 다섯을 번갈아가며 한 달씩 서울에 노래를 배우게 유학을 보내곤 했는데, 그 한 달 동안 둘이 일을 벌인 것이다.
관료는 장옥견에게 장문의 편지를 써서 허락을 구했는데, 장옥견이 말하길 “윤장원 선생의 시 한 수를 얻어오면 고려해 보겠다”는 것. 찾아온 이유가 시를 구걸하기 위한 것이니 참으로 가련하다.
다행히 윤장원은 연애하는 사내의 마음을 이해하고 일필휘지로 시를 써주었다.
“아름다운 방에는 연기 흩어지는데/ 등잔불 식어 작은 병풍 어둑해지니/ 달 떠올라 발 사이로 빛 새오드네/ 혀 내밀면 모두 시샘하고/ 맹세하면 또 헛될까 두렵네/ 낭군의 정이 나와 같다면/ 어찌 100년 된 옥인들 아끼랴.” 예술의 향기에 취해도 보고 <사랑의 이미지>(정진국 지음, 민음사 펴냄, 2만원) 사랑은 서구 회화사의 유장한 주제이기도 하다.
<사랑의 이미지>는 서구회화사의 사랑의 명작들 24점을 ‘동경’(aspirations), ‘우아’(elegance), ‘정념’(passion)으로 구분해서 배치하고 그에 대한 에세이를 덧붙인 책이다.
민음사의 올해의 논픽션상-역사문화 부문 수상작이기도 한 이 책은 미술평론가인 저자가 직접 그림 사진을 찍고 글을 썼다는 점이 이채로운데, 그 사연을 한번 주목해 보자. 저자는 회화 감상에서 실견(實見)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뼈저리게 체험했다.
그런데 독자에게는 그 느낌을 그대로 전달할 수가 없는 것이다.
생각 끝에 그는 자신의 책상에서 글을 쓸 때 보던 구도대로 원서의 도판을 펼쳐놓고 사진을 찍었다.
그래서 이 책엔 펼쳐진 책이 가득하다.
저자가 보던 모습 그대로 독자들도 그림을 만날 수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17세기 프랑스 최대의 궁정화가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거울 앞의 비너스’(1648년경)이다.
벨라스케스는 영국과 전쟁을 치르느라 발전이 지체된 프랑스의 회화를 단숨에 유럽 최고의 수준으로 끌어올린 작가로서 ‘국왕의 친구’로 통할 만큼 왕과 절친했다.
그래서 그는 왕실의 일에 몰두했고, 결국 국가의 일로 출장을 갔다가 격무에 시달린 나머지 귀국해서 곧바로 쓰러져 죽고 만다.
그런 그가 한때 ‘바람’을 피웠는데 이탈리아 나폴리에 머물던 몇 달간이 갓 쉰에 접어든 그에겐 탈선의 황홀함을 맛본 인생의 황금기였다.
그때 사랑을 나눈 여인의 모습을 그린 것이 이 그림인데 누워 있는 뒷모습의 여인이 에로스가 들고 있는 거울을 쳐다보는 이 모습은 “누드는 단순한 주제가 아니라 하나의 예술형식”이라는 평가를 끌어냈을 만큼 완벽한 구도, 황홀하게 타오르는 육체를 향해 저자는 “그토록 죄짓기 쉽고 나약하며, 유혹에 빠지기 쉬운 우리들을 대신해서 화가는 자신의 죄까지 포함해서 하잘것없는 여인의 죄도 용서해 달라고 창조주의 눈을 즐겁게 할 그런 아름다운 피조물을 바친 것일까”라고 짐짓 묻는다.
여러분도 한번 그 모습을 직접 구해보길 바란다.
가족의 의미 곱씹어보라 <가족 1·2>(이창래 지음, 랜덤하우스중앙 펴냄, 각권 ??원) 이제 여정은 재미(在美) 천재소설가 이창래의 최근작 <가족(1-2)>에 다다른다.
‘영원한 이방인’(2000)으로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젊은 작가로 떠오른 그가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된 후에서 지난 십수년간 고민해 온 가족 문제를 털어놓은 소설이다.
언뜻 미국의 유색인종으로서 겪는 경험과 한국과의 관계를 고민할 것 같지만, 이 책은 좀 더 보편적인 차원에서 가족 구성원들 사이에 일어날 수 있는 감정과 역할을 다루고 있다.
“주인공인 제리 배틀은 표면적으로는 나와 무척 다르다.
예순이나 된 이탈리아계 미국인이며 현재는 일선에서 물러나 은퇴해 있는 상태이다.
그럼에도 가족에 대한 그의 희망과 걱정을 표현하면서, 나 역시 가족의 희망과 불안을 그 안에서 이끌어낼 수 있었다.
지금 우리를 있게 한 과거와 앞으로 있게 될 미래와 관련해서 말이다.
따라서 이것은 현대 가족생활의 기쁨과 어려움, 그리고 제약에 관한 소설이다”라는 저자의 말처럼 말이다.
섬세한 마음의 재현과 차분한 되씹음의 인생을 그의 소설을 통해서 만끽하면서 자연스럽게 우리를 둘러싼 가족 문제를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