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임금피크제는 직무급으로 가는 징검다리?
2005-08-01 황보연 기자
출발점부터가확연히다르기때문이다.
그렇다면한국식임금피크제는어떤모습으로뿌리내려져야할까.
우선임금피크제의정의부터되짚어보자.임금피크제는일정기간고용을보장하되,정해진연령이후에는임금을단계적으로삭감하는제도다.
지난2003년5월신용보증기금이임금피크제를도입하면서화제가된이후,금융권과언론사,민간제조업으로까지꽤빠른속도로퍼졌다.
김정한한국노동연구원연구위원은“지금까지임금피크제를도입한기업들은주로인사적체해소를이유로들고있지만,상대적으로고임금인기업에서인건비부담을줄이고구조조정의대안으로기능하고있기도하다”고분석했다.
일본서는고령화대비하기위해도입
이런측면에서전문가들은일본과한국의임금피크제도입배경이달랐다고입을모은다.
허동한일본큐슈국제대학교경제학부교수는“일본에선2007년부터패전후베이비붐세대(단카이세대,약680만명)가60살정년을맞아노동시장을떠나기시작하기때문에심각한노동력부족이예상된다”고말한다.
이미내년이면65살이상인구가전체의25%를넘어서기때문에이를대비하기위해임금피크제가도입되기시작했다는것이다.
또허교수는“일본의임금피크제는정부주도형성격이뚜렷하다”고말한다.
지난1994년연금개혁을단행해서연금지급을개시하는연령을현행60살에서2013년까지65살로단계적으로연장한것.따라서60살정년이후연금수급이시작되는65살까지의소득보장이필요했고,이를뒷받침하기위해‘고령자고용확대제도’가만들어졌다는설명이다.
내년부터개정안이시행되는‘고령자고용안정법’은좀더강력해질전망이다.
이때부터기업들은정년연장,계속고용제도의도입,정년제도의폐지등3가지중에서한가지를반드시선택해야하기때문이다.
기업들이가장선호하는방식은아무래도계속고용제도의도입이다.
일단고용관계를종료한뒤,새로계약을체결하는식이다.
나머지2가지방식의경우기업의인건비부담이더크다고판단하기때문이다.
실제일본기업의73.8%가고령자고용확대제도를시행중인데,이중47.6%가이방식을채택하고있다.
반면국내에선임금피크제의도입양상이반드시‘고령화’에맞춰져있진않다.
김정한연구위원은“한국에선고령층이구조조정의일순위가되면서정년을늘리기는커녕정년까지회사를다니기도힘든실정”이라고말한다.
초기임금피크제를도입한기업의대부분이정년보장형임금피크제를도입한것도이런맥락에서다.
하성임대한전선상무는“전선사업의성장성이멈추면서희망퇴직을제시하자노조가들고나온것이바로임금피크제”라며“고령화대비책으로도입된것은아니다”라고전한다.
한국,고용연장보다임금삭감수단으로작용
이때문에임금피크제가고용연장보다는임금삭감의수단으로작용하고있다며이에반대하고있는노동계의주장도들어볼필요가있다.
김종각한국노총정책본부장은“임금삭감수단이아닌고용연장을위한임금피크제는그나마정년이보장되는공기업등에국한돼서이슈로제기될것”이라며회의적시각을보였다.
무엇보다김연구위원은“임금체계의골간을이루는연공급임금제도로인해연령이높아질수록임금수준과생산성간의괴리가나타나고있다는점에주목해야한다”고주장한다.
직무급이나연봉제로전환하기어려운기업에서과도기적수단으로임금피크제를활용할필요가있다는이야기다.
궁극적으로직무와성과에맞게임금이매겨진다면,임금피크제의필요성도사라진다.
결과적으로정년보장형의임금피크제일수록임금을어떤수준으로조정해나갈것인지에대해선좀더신중하게접근할필요가있다.
김정한연구위원은“지금까지는일정연령이지나면단계적으로삭감되는점감유형이많이채택되고있지만,정년보장형임금피크제모델을도입할경우상승둔화형이나수평유형등이노조의반발을최소화할수있다”고말한다.
일본에선정년에도달하기전에임금피크제를실시한기업들의사례를보면,25%이상깎이는경우도적잖다.
최저임금법만준수한다면어떤처우로재고용할것인지는노사간에자유롭게정할수있도록돼있어,기업측에유리한경우가많다는것이다.
허동한교수는“고령자의노동을싼임금에착취할가능성을배제할수없어산업별로모델임금액가이드라인을제시해줄필요가있다”며“또기업이우수인재를중심으로대상자를제한하는경우가많은데이를넓혀야할것”이라고지적한다.
지난해일본후생노동성의조사결과에따르면희망자전원에게고령자고용확대제도를도입하는기업은전체의6.7%에그친다.
대체로회사가특별히필요하다고인정한직원이나회사가정한기준에적합한직원들을대상으로한다는것이다.
한편임금피크제의확산을위해선일본처럼정부지원이늘어나야한다는의견이중론이다.
일본의경우계속고용정착촉진장려금등다양한지원제도를통해고령자고용시기업의인건비부담을덜어주고있다.
특히일본의고연령고용계속급무급은고령노동자에게직접돈을지급하는방식이어서주목할만하다.
예컨대60~64살의노동자가5년이상근속하는경우,현재의임금수준이60살시점의75%미만으로떨어질경우에매월임금의15%를지급하는식이다.
이와관련이재윤노동부청년고령자고용과장은“고령자의임금삭감분을일부지원해주는내용을포함한지원제도설계를올해안에마칠계획”이라고말했다.
이런가운데고령자고용을촉진하기위한목적으로정부가지원금을조성할경우,부각되는문제가바로청년실업이다.
고령자에대한인건비부담이적어지면,그만큼청년층의고용기회가줄어들위험이있는것아니냐는것이다.
이에따라허동한교수는“청년실업문제가심각한경우에는고령자고용을지원하는조성금제도의시행에신중을기해야할것”이라며“청년노동자의고용촉진정책과병행하는것도생각해볼수있을것”이라고말한다.
하지만김정한박사는다른주장을편다.
근본적으로고령자고용지원과청년층의실업해소는별개의사안으로다뤄져야한다는것이다.
김박사는“청년실업문제는기업의투자촉진과지속적경제성장을통해풀어야할과제”라며“정규직아버지가회사를그만둔다고해도젊은아들이취직하기어려운게현실”이라고꼬집는다.
노동부의이재윤과장도“고령자고용을장기적으로부족한노동력의공급차원에서인식해야한다면,청년실업해소는대학구조조정이나청년층의눈높이조절등의차원에서접근해야할것”이라고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