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맨을 위한 중국견문록] 떠오르는 위안화 가라앉는 달러화
2005-08-08 조창완/ 알자여행 대표
그간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결국엔 절상이 이루어졌다.
물론 절상의 폭은 정말 눈꼽만치 작다.
절상과 더불어 일어난 달러화의 가치 절하에 견주면 우리에게는 거의 영향이 없다고 봐도 된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위안화 절상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데는 중국이 드디어 페그제(고정환율제)를 폐지하고, 변동환율제로 갈 여지가 남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 추가적인 절상도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전망이 나돌면서 위안화 절상의 파장은 만만치 않다.
경제학도는 아니지만 필자는 위안화의 평가절상 이야기가 나오던 2000년부터 지속적으로 위안화의 평가절상 가능성을 강조해 왔다.
또 2003년에 펴낸 졸저 <차이나 소프트>에서는 ‘갈수록 귀해지는 위안화’라는 제목의 장을 통해 머지않은 장래에 위안화 절상이 이루어지리라고 내다봤다.
중국 외환 보유고 7110억달러 넘어서 당시 필자가 내세운 논지는 다음과 같다.
중국의 외환보유고가 증가하고, 구매력도 높아 절상압력이 커가는 데 비해 현재 위안화의 가치는 꽤 낮게 평가됐다는 것이었다.
사실 중국 유학생들 사이에는 1997년 이전이야말로 꿈과 같은 시절이라는 말이 나돈다.
원/달러 환율이 800원대에 있었고, 100달러당 위안화의 암달러 시장 가치가 900위안까지 하던 때였기 때문이다.
이 경우 우리 돈 8만원은 900위안에 이른다.
최근 달러의 가치가 절하되었다고는 해도 8만원을 위안화로 바꾸면 615위안 정도를 손에 쥘 수 있을 뿐이다.
과거에 비해 쓸 수 있는 돈이 거의 3분의 2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이미 2년 전부터 암달러 시장의 가치가 기준 환율(827위안 정도)보다 낮게 유지됐다는 사실은 중국 지하경제가 상당히 정상화되고, 위안화가 그만큼 안정적인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봤다.
어쨌든 이제 위안화 절상은 단행됐고, 후속적인 조치나 변화들이 있을 것이다.
이미 우리나라 외환시장에서 달러의 가치는 떨어지고 있다.
당연히 우리도 유로화나 위안화 등 다른 화폐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위안화 절상과 관련해 중요한 것은 궁극적으로 세계 금융시장의 질서가 앞으로 어떻게 변해갈 것인가 하는 문제다.
타림분지 석유 채굴 현장 우선 중국의 외환 보유고가 이미 7110억 달러를 넘어섰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중국 정부는 이 돈을 계속 인민은행의 창고에 쌓아둘 것인가? 당연히 말도 안 되는 말이다.
중국 정부는 이미 수많은 행동을 취하고 있다.
그 한 가지가 바로 우리나라 기업은 물론이고 미국의 석유회사를 비롯한 대기업을 매입하는 일이다.
한 차례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중국해양석유유한공사(CNOOC)는 미국 9위의 석유업체인 유노칼을 인수하려 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미 의회가 해외투자심사위원회(CFIUS)를 통해 해외 자본의 미국 기업인수가 미국의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도록 하는 내용의 새로운 에너지 법안을 통과하는 등 법석을 떤 끝에 유노칼 인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게 됐다.
물론 이번 일이 미칠 파장은 분명해 보인다.
미국은 자국이 마구 찍어낸 돈으로 기업을 인수하는 이들을 방해한다는 혐의를 받기에 충분했는데, 이는 앞으로 달러화의 위상에도 적지 않은 위협 요인이 될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지난 3일자 기사에서 “의회가 에너지기업을 중국이 인수하지 못하도록 하는 데는 성공해 단기적인 성과를 거뒀지만 장기적으로는 아시아와 전 세계에서 미국 기업이 손실을 입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후에 찾아올 파장을 우려하는 기사도 이어졌다.
유노칼의 인수가격은 187억달러다.
사실 중국의 외환보유액 규모로 보면 그다지 큰 규모도 아니다.
그럼에도 그 돈마저 이런저런 이유로 쓸 수 없다면 중국으로서는 달러화를 보유할 이유가 없어진다.
이런 일련의 사건을 통해서 알 수 있듯, 위안화 절상이 앞으로 세계 금융시장에 가져올 영향은 무시할 만한 게 못 된다.
우선 중국은 위안화의 위상을 지속적으로 높일 것이다.
이미 세계의 공장이 되어버린 중국이 국제 금융시장에서 위안화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소극적일 이유가 없다.
중국이 앞으로 사들일 수 있는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자원이다.
물론 국제 자원시장의 수급 상황이라는 변수가 있지만, 어쨌든 중국은 전 세계의 자원을 확보하는 데 지속적으로 공을 들일 것이 뻔하다.
특히 풍부한 석탄 대신에 석유 자원에 눈독을 들일 건 뻔한 일이다.
이번 유노칼 인수 시도는 물론이려니와 후진타오 등 수뇌부의 분주한 자원 외교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항공기 생산 발 빠른 움직임 그렇다면 남는 문제는 미국이 앞으로 국제 금융시장에서 현재와 같은 위상을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이미 미국이 세계 시장에 내다팔 수 있는 물건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미국으로서는 아직 문화 상품이나 소프트웨어 정도로 명색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이런 흐름이 무한정 유지되리라는 보장도 없다.
무기나 항공기시장의 미래도 그리 밝지 않다.
반면, 중국의 움직임은 활기차다.
중국 역시 항공기 생산을 위한 20년 계획을 추진 중에 있다.
우주선을 쏠 수 있을 정도의 기술력을 갖춘 나라이니만큼 항공기를 만들지 못하리라는 법은 없다.
다만 당장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게 중론이어서 때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오랫동안 미국은 중국에게 위안화 절상을 요구해 왔다.
이제 위안화 평가절상이 현실로 나타난 마당에, 미국은 일시적으로 자그마한 수혜를 입을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달러화의 위상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막기는 힘들다.
이미 자원의 블랙홀로 자리 잡은 중국 경제. 이제 한층 값어치가 올라간 위안화라는 무기를 손에 쥔 중국의 행보가 세계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은 서서히 눈앞에 나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