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 ‘착한’ 기업에 투자한다 SRI 펀드시대 본격 개막

2006-08-14     장승규 기자
시장평균 초과하는 수익률 꾸준히 유지…투자 패턴 변화도 한 몫 국내 첫 사회책임투자(SRI)펀드인 ‘아름다운펀드’가 최근 수탁고 1천억원 고지를 돌파하며 순항을 거듭하고 있다.
SH자산운용이 지난해 11월 출시한 이 상품은 수익률에서도 돋보인다.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지난 8월8일까지 종합주가지수(KOSPI)는 3.2% 상승하는 데 그친 반면, 같은 기간동안 아름다운펀드는 이보다 3배 가까이 높은 9.4%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출시 후 아직 9개월이 채안돼 평가가 이르기는 하지만, 사회적 책임에 충실한 기업에 장기투자하는 것이 더 은 수익을 가져다준다는 것을 확인시켜준 셈이다.
아름다운펀드가 당초의 예상을 깨고 1천29억원(8월7일 기준)어치나 팔려나간 데는 투자자들의 투자 패턴의 변화도 한몫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단기적인 고수익보다는 장기간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투자 대안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단기적인 고수익보다는 장기간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투자대안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아름다운펀드가‘수익률 1등’펀드는 아니다.
하지만 아름다운펀드는 꾸준히 시장평균을 초과하는 수익률을 유지하고 있다.
단기 실적보다 지속 가능성 윤일성 SH자산운용 상품전략팀 차장은“고수익만 좇을 경우 시장 상황에 따라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아름다운펀드는 절대 수익률도 높지만, 이러한 투자위험 대비 수익률 면에서는 더 뛰어나다”고 말했다.
또한 윤 차장은“고령화로 인해 장기간 안정적인 수익이 필요한 고객들이 늘어나고 있다”며“아름다운펀드의 경우 바로 그런 고객들에게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아름다운펀드는 경제적, 환경적, 사회적 측면에서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평가해 이를 잣대로 투자하는 SRI펀드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것만이 유일한 투자기준은 아니다.
박정현 SH자산운용 리서치팀장은 “전통적인 재무 분석과 지속 가능성 평가를 병행하는 ‘듀얼 스크리닝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선 첫 단계로 재무적 분석을 통해 문제가 있는 종목들을 걸러낸다.
재무적으로 문제가 있는 기업은 아무리 지속 가능성이 뛰어나도 펀드에 편입될 수 없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재무 분석을 통해 골라낸 120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국내 지속 가능성평가 업체인 에코프론티어의 평가모델를 활용해 정밀분석을 벌인다.
이를 통해 AA등급 이상을 받은 곳만이 투자후보 기업에 들어갈 수 있다.
최종적으로 이들 가운데 언제, 어떤 종목을 투자 포트폴리오에 넣을 것인지는 주가 등 시장상황을 고려해 결정한다.
그렇다면 밖으로 쉽게 드러나지 않는 가치인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어떻게 평가할까. SH자산운영은 지속 가능성을 세 가지 리스크와 관련지어 평가한다.
우선, 경제적 리스크다.
기업 지배구조가 잘 돼 있는지, 공정경쟁의 룰을 준수하는지, 이익배당을 절절하게 하는지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두 번째는 환경적 리스크다.
제품의 생산에서부터, 유통, 폐기 단계까지 환경을 얼마나 염두에 두는지를 보는 것이다.
마지막은 사회적 리스크다.
고객이나 종업원, 하청업체의 인권, 산업재해, 직원이동률, 정년퇴직까지 마치는 비율, 여성이나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등이다.
이러한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기업은 예기치 못한 리스크에 대한 방어능력이 뛰어나고, 그만큼 장기간 안정적인 수익을 낼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아름다운펀드는 편입종목에 대해서는 단기 실적 변동에 좌우되지 않고 최소 1년 이상 투자하는 걸 원칙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기업의 지속 가능성과 관련된 이슈에서는 예외다.
초기에 투자했던 글로비스의 경우, 비자금 사건이 터지자 바로 당일 전량 매도했다.
그동안 SRI펀드의 엄격한 기준에 맞는 기업이 국내에 몇 개나 되겠냐는 회의적인 목소리가적지않았다.
하지만 박팀장의 평가는 다르다.
그는“환경문제 등 지속 가능성과 관련해 오래 전부터 준비를 해온 기업들이 의외로 많아 놀랐다”고 말했다.
특히대표적인 공해유발산업으로 꼽히는 화학업체나 철강업체의 지속 가능성 등급이 예상보다 높게 나타났다.
리스크에 많이 노출된 업체일수록 대응준비를 철저하게 해왔기 때문이라는 것이 박 팀장의 분석이다.
국내에서 SRI는 이제 막 출발단계지만, 기업들은 상당수준 준비가 돼있다는 것이다.
농협CA투신운용도 지난 8월1일부터 농협과 NH증권을 통해 ‘뉴아너스 SRI펀드’를 판매하고 있다.
기본적인 투자철학 등은 아름다운펀드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제휴 관계인 프랑스 CA그룹의 SRI전문운용 자회사인 이데암(IDEAM)의 포트폴리오 모델을 도입했다는 점이 강점이다.
김영준 농협CA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고객들에게 경쟁력 있는 장기투자 상 품을 제공하기 위해 SRI펀드를 출시했다”며“펀드의 특성상 변동성을 최소화해 안정적인 수익률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농협CA투신운용도 기업의 지속 가능성 등급을 매기는 데는 에코프론티어의 도움 을받는다.
하지만 실제 투자단계에서는 이데암의 포트폴리오 모델을 이용한다.
김 본부장은“종목 선정도 중요하지만, 이들을 어떤 비중으로‘믹스’해 포트폴리오를 짜느냐가 더 중요하다”며“이데암의 모델은 투자자들이 언제 들어와도 안정적인 수익 흐름을 확보할 수 있게 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져있다”고 말했다.
35종목으로 운영되는아름다운펀드보다 편입 종목도 40여개로 더 많다.
김 본부장은“기업의 재무적 성과는 수면위에 보이는 일부분에 불과하다”며“수면 밑의 다양한 요소들이 기업의 지속 가능성에 더 큰 영향을 미치며, 이제는 이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는 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잴 수없다”고 말했다.
그는 거액의 투자 보다는 소액을 꾸준히 SRI펀드에 넣는 적립식 투자를 권한다.
많은 자금을 한꺼번에 넣을 경우, 아무래도 단기 수익률에 예민해 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 4월 말 출시한 삼성투신운용의 ‘좋은세상펀드’는 투자자들에게 해외의 SRI펀드를 경험할 수 있게 해준다.
전체 자산의 70% 가량을 해외 SRI펀드에 투자하는 ‘펀드 오브 펀드’의 형태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이찬석 삼성투신운용 해외투자팀장은“해외에서 이미 검증받은 SRI펀드들이 투자 대상”이라고 말했다.
해외 SRI펀드에도 투자 현재 투자하고 있는 펀드는 유럽지역 펀드가 70%, 미국이 30%를 차지한다.
미국 의 경우, 미국 국내용 SRI펀드가 대부분이라 해외거주자들이 살 수 있는 숫자가 얼마 안되기때문이다.
하지만 하위펀드의 편입 비율을 보면 미국기업이 40%, 유럽기업이 30%를 차지한다.
유럽 펀드든 미국 펀드든 전세계 기업을 대상으로 지속가능성을 평가해 투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좋은세상펀드는 해외 SRI펀드에 투자하는 단순한 펀드 오브 펀드는 아니다.
전체 자산의 나머지 30%를 국내 기업에 투자하기 때문이다.
물론 투자 기준은 기업의지속 가능성이다.
이 팀장은“2003년 SRI펀드의 초기 형태인 에코펀드를 운영했던 경험을 살려 시너지 효과를 내기위해 다소 복잡하기는 하지만 해외투자와 국내 투자를 결합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좋은세상펀드는 280억원어치가 팔려나갔다.
24조원에 이르는 삼성투신운용 의 전체 수탁고와 비교한다면 아직은 작은 규모다.
주식시장이 고점일 때 출시돼 수익률도 아직은 저조한 편이다.
이 팀장은“아직 마이너스 수익률을 내고 있지만, 글로벌 증시가 전체적으로 크게 하락했기 때문에 시장 평균과 견줘서는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자산운용사 입장에서 보면 SRI펀드는 고비용 상품임이 분명하다.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정보와 정밀 리서치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고객들에게 SRI의 개념과 장점을 어느 정도는 ‘교육’해야 한다는 점도 큰 부담이다.
그렇지만 향후 SRI펀드가 국내에서도 큰 흐름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라는 걸 의심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장승규 기자 skjang@economy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