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질좋고싼상품…정말 그럴까? ⑩
2007-04-09 김대섭 기자
하지만 소비자들이 FTA에 따른 직간접 효과를 피부로 느끼려면 빨라도 내년은 되어야 할 듯싶다.
협상 타결 이후에도 긴 절차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FTA는 협상 타결과 체결, 그리고 국회비준 절차로 나눠진다.
현재 협상이 타결됐기 때문에 앞으로는 협정체결과 국회비준 절차만 앞두고 있다.
정부는 협상 내용에 대한 법률 검토와 조문화 작업을 거쳐 올 5월경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고 대통령의 재가를 받은 양국 대표들이 6월경 협정문에 서명하면 FTA가 정식 체결된다.
이후 정부가 올 9월경 국회에 비준동의안을 제출하면 국회 심의와 본회의를 거쳐 최종 처리된다.
하지만 농촌지역구 의원들을 중심으로 정치권의 반대 움직임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법적으로도 비준 시한이 정해져 있지 않아 조속한 처리 여부도 불투명하다.
한국과 칠레의 FTA가 국회 비준까지 1년 4개월이 걸렸다는 점과 비교해 볼 때 한미 FTA가 소비자들에게 미칠 영향은 아직은 먼 이야기다.
한미 FTA는 교역 증진 및 자원배분 효율화, 투자 확대, 생산성 향상 등을 가져온다.
또 이를 통해 소득 증대와 물가 안정, 소비의 선택폭이 확대된다는 점에서 소비자 후생 증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 소비자 물가 수준은 전반적으로 외국에 비해 높은 수준. 재경부 관계자에 따르면 단기적으로 관세 하락으로 인한 수입제품 가격 하락과 이에 따른 국내제품 가격경쟁을 통해 최대 1천억원 이상의 직접적 증대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가장 환영받는 부분은 생활과 직결되는 농산물과 자동차다.
한미 FTA 민간대책위의 홍보 사이트인 가상체험관(www.happyfta.com)의 내용을 살펴보면 가정주부인 A씨의 경우 FTA를 통해 마트 쇼핑 시 이전보다 25.3%나 싸게 장을 볼 수 있다.
FTA 체결 이전에 2만원 하던 쇠고기 값은 1만4280원으로 떨어졌고 오렌지(7000원→4660원), 체리(5000원→4030원), 치즈(6000원→4410원), 그리고 버터(4000원→2110원)도 가격이 떨어진 결과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자동차를 구입하지 않던 A씨의 남편 B씨도 FTA 덕분에 한결 수월하게 자동차를 구입할 수 있을 것 같다.
관세 인하로 인해 평소 가격이 4천만원인 미국산 자동차는 3600만원으로 떨어졌고 이에 따라 3천만원이던 국산 자동차는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해 2700만원으로 가격이 내려갔기 때문이다.
민간대책위 관계자는 “과거 비싼 가격에 사먹지 못했던 바나나가 시장개방을 통해 누구나 쉽게 싼 가격에 먹을 수 있는 과일이 된 것을 상기하면 된다”고 말했다.
또 “국내 소비자들이 보다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칠레산 와인을 선택할 수 있게 된 것도 한·칠레 FTA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농산물, 자동차 싸게 구입“좋아” 전문가들은 자동차의 경우도 특별소비세와 보유세 인하로 세금 부담이 감소하면서 소비자들에게 보다 많은 혜택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다.
이정주 한국생협연합회 회장은 “한미 FTA 협상으로 질 좋고 가격이 싼 상품을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한낱 거짓 수사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 생산된 제품에 한해 관세혜택을 받지만 미국 유명 브랜드의 경우 이미 태국이나 중국 등 전 세계 각국에서 직접 생산돼 판매되는 상품이 많다는 이유다.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한미 FTA 소비자대책위원회 관계자도 “한미 FTA가 소비자에게 도움이 된다는 정부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한미 FTA로 인한 갑작스러운 시장 확대로 국내 소비자들의 식생활 소비시장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와 반대로 소비자 입장에서 가장 부담을 느끼게 된 부분은 의약품. 이번 FTA 협상에는 신약 허가기간 연장과 자료독점권 등 미국 측의 요구가 적극 수용됐다.
이에 따라 특히 특허기간이 최대 3년까지 늘어나는 오리지널 약을 장기간 사용해야 하는 중증환자 및 그 가족들의 고민이 더욱 커지고 있다.
현재는 복제약 출시로 조금이나마 약값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있지만 특허가 연장되면 그만큼 복제약 판매가 금지돼 비용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한미 FTA가 체결되면 의료비가 폭등하고 국민의 의약품 접근성이 저해된다고 주장한다.
또 금융서비스 개방으로 민간 의료 보험에 대한 통제가 불가능해져 건강보험제도가 붕괴된다는 우려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의약품 협상에서 미국 측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해 약 가격의 대폭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한미 FTA는 국민건강권에 재앙 수준의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노했다.
하지만 정부는 기존 건강보험제도의 틀을 그대로 유지하기 때문에 의료비 폭등이나 의약품 접근성이 훼손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전 국민을 건강보험 대상으로 하는 건강보험제도를 유지하고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지난 12월부터 시행함으로써, 의료비용을 합리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틀을 이미 확보했다는 것.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물가인상에 따른 약가 연동 조정, 제네릭(복제) 의약품의 약가협상 제도 도입, 특허 만료 의약품의 약가 인하폭(20%) 축소 등 우리 측 입장을 관철시켰다”고 말했다.
몸 아파도 약값 부담“힘들어” 또 “오리지널 약의 특허권 보호 강화로 약가 상승 요인이 존재하는 건 사실”이라며 “하지만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통해 보험약가의 큰 폭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미 FTA 협상 결과에 대한 찬반양론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국내 소비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관심이 화두가 되고 있다.
FTA를 찬성하는 사람들은 한미 FTA로 소비자가 얻는 혜택이 많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거부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한다.
이는 우리나라의 경우 피해를 보는 집단들의 목소리는 비교적 강력하게 전달되는 반면, 이익을 보는 집단들은 목소리를 크게 내지 않는 것이 특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 국민들은 언론과 매체를 접하면서 피해를 보는 집단의 입장에서 생각하게 되고 소비자로서의 권리는 간과해 버리기 쉽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FTA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정부가 경제적 이익을 앞세워 소비자들에게 악영향을 주려한다고 주장한다.
소비자에게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이 FTA로 인한 소비시장의 변화를 직접 느끼게 될 때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았다”고 말했다.
또 “그동안 정부와 관련단체들이 이견을 좁히고 힘을 모아 소비자들에게 최대한 이득을 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도록 힘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대섭 기자 joas11@economy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