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론] 바이오테크와 스파이더맨

2007-04-23     이코노미21
영화 ‘스파이더맨’을 보면 주인공은 거미줄을 이용해 건물과 건물 사이를 자유자재로 넘나든다.
심지어 거미줄로 사람을 들어올리기도 하고, 달리는 지하철을 막기도 한다.
이것은 영화에서만 가능한 일일까? 언뜻 불가능해 보이는 일도 생명공학을 기반으로 한 바이오산업을 거치면 가능해진다.
실제로 몬트리올의 넥시아 바이오테크놀로지에서 이와 유사한 일을 해냈다.
2002년 미 육군과 함께 세계 최초로 천연 거미줄과 같은 성질을 가진 합성거미줄을 만들어 낸 것이다.
바이오스틸(Biosteel)이라고 불리는 이 합성거미줄은 이전에 비해 훨씬 가볍지만 더 강하고 튼튼한 기능을 가진다.
지금은 수술용 봉합사나 방탄조끼를 비롯한 우주선과 미니밴의 경량 부품으로 사용되지만 이보다 더 발전하면, 스파이더맨처럼 거미줄을 이용해 건물과 건물을 날아다니는 것도 가능할지 모른다.
스파이더맨뿐만이 아니다.
생명공학과 바이오산업의 발전은 ‘600만 달러의 사나이’나 ‘X맨’ 같은 영화들이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고 예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실리콘밸리에 이은 ‘바이오테크 베이’의 시대가 왔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바이오테크 베이는 미국 남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바이오 클러스터(집적단지)를 말한다.
바이오산업의 눈부신 발전이 전 세계를 바이오테크 베이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빠른 속도로 바이오테크 베이에 합류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약 600여개의 바이오 벤처기업 및 대기업들이 바이오산업 영역에서 활동 중이다.
하지만 이런 급성장에도 불구하고 바이오산업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단편적인 것이 사실이다.
흔히 바이오산업이나 생명공학기술이라고 하면 신약개발이나 유전자 복제만을 연상하고, 다른 분야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은 간과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
하지만 바이오스틸 개발 사례에서 보았듯이 바이오산업이 인간의 생활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은 무궁무진하다.
필자가 연구하고 있는 것은 단백질 전달체 PTD(Protain Transduction Domain)의 일종이다.
듣기에도 생소한 이것은 체내 세포까지 전달이 어려운 단백질과 DNA, 펩타이드, 거대화학물질 등을 효과적으로 세포까지 전달시키는 물질이다.
쉽게 이야기하면, 약물이 가진 약효를 필요한 부위에 최대한 손상 없이 전달하면서 다른 부위에 독성이 전달되는 것은 막는 것이다.
현재 전임상 중인 이 물질의 개발이 완료되면 적은 양의 치료약으로도 천식이나 아토피, 류마티스 관절염 같은 질환을 개선하는 효과가 뛰어나고 부작용은 적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른 바이오벤처가 그렇듯, 필자도 연구 초기에 어려움이 많았다.
필자를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은 바로 사람들의 인식이었다.
타깃이 확실한 전문 치료제를 연구하는 것이 더 이익이지 않겠냐는 반응 일색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약효가 좋은 치료제도 단백질 전달물질 없이는 약효를 100% 발휘할 수 없다는 신념을 가지고 연구에 임했다.
그 결과, 운 좋게도 든든한 파트너를 만나 현재는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느낀 것은 바이오산업에 대한 열린 시각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바이오산업이 곧 신약개발이나 유전자 복제라는 인식을 벗어나 모든 면에 폭넓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면 바이오산업에 대한 투자도 활성화 되리라고 믿는다.
열린 시각이 한국의 바이오테크 베이를 발전시킬 원동력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