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_part2] 이명박 ‘지지율’ 도 ‘안티’ 도 으뜸 2
2007-05-21 이윤찬 기자
특히 이 전 시장은 ‘바닥 민심’까지 휩쓸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대권 판도에서 일단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코노미21>과 프레인앤리가 5월3일~10일까지 일주일간 ‘바닥민심의 메신저’ 택시기사 148명을 상대로 실시한 ‘대선 설문조사’에서 이명박 전 시장은 38.5%의 지지율을 기록, 당내 경쟁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24.3%), 범여권의 유력 대권주자로 꼽히는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8.1%)를 멀찌감치 따돌리고 1위를 차지했다.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2.7%), 한명숙 전 국무총리(2.0%),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2.0%), 김두관 전 행자부 장관(1.4%), 유시민 복지부장관(0.7%) 등 범여권 대권주자들은 저조한 지지율을 기록하는데 그쳤다(그림1). 보수 성향 충청권서 문국현 두각 지역별 지지율도 이 전 시장이 대부분 석권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명박 대세론’을 실감케 하는 결과다.
수도권 지지율은 이 전 시장(46.9%), 박 전 대표(23.4%), 손 전 지사(6.3%), 정 전 의장(4.7%) 등의 순이었다.
이 결과는 이 전 시장의 핵심 지지층이 수도권에 다수 분포돼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경기도지사를 역임했던 손 전 지사의 수도권 지지율이 이 전 시장의 10%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경상권이 고향인 택시기사들도 박 전 대표(30%)보다는 이 전 시장(45%)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경북과 경남 출신 택시기사들의 지지율은 크게 엇갈려 주목된다.
일단 두 대권주자의 ‘고향’격인 구미(박근혜)·포항(이명박)이 위치한 경북 출신 택시기사들은 이 전 시장(37.5%) 보다는 박 전 대표(50%)를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경남 출신 택시기사들은 이 전 시장(80%)에게 전폭적인 애정을 보냈다.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은 20%에 머물렀다.
이 전 시장이 경남 출신 택시기사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까닭은 현대 계열사가 대거 모여 있는 ‘울산’의 영향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현대건설 회장을 지낸 이 전 시장은 울산을 ‘제2의 고향’으로 여길 정도로 애착을 가지고 있다.
DJ(김대중 전 대통령)가 정치일선에서 물러난 이후 두번째 대선을 맞는 ‘정치1번지’ 전라권의 풍향은 어떨까. 역시 ‘이명박 바람’이 ‘박풍’(朴風) ‘손풍’(孫風) 보다 거센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끈다.
이 전 시장(28%)은 ‘햇볕정책 계승론’을 펼치고 있는 손 전 지사(16%)를 여유 있게 따돌리고 1위를 차지했다.
박 전 대표는 기대에 조금 못 미치는 12%를 얻는데 그쳐, 대조를 이뤘다.
흥미로운 결과는 전라권 출신 택시기사로부터 5.0% 이상의 지지를 받은 범여권 대권주자가 손 전 지사 한명 뿐이라는 사실이다.
이는 전라권 민심이 ‘반노(反盧)-반열린당’으로 기울어져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이 전 시장이 유일하게 선두를 내준 지역은 충청권이다.
충청권 출신 택시기사의 지지율은 박 전 대표(33.3%), 이 전 시장(22.2%), 손 전 지사(7.4%), 문국현 사장(7.4%) 순이었다.
보수 성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는 충청권에서 ‘정치신인’격인 문 사장이 비교적 높은 지지를 받은 것은 주목할 만하다.
연령별 지지율에서도 ‘이명박 바람’의 위력은 거셌다.
이 전 시장은 61세 이상을 제외한 모든 연령대에서 1위를 차지하는 위세를 떨쳤다.
61세 이상 연령대에선 박 전 대표(42.9%)가 이 전 시장(14.3%)을 제치고 1위를 차지, 그나마 자존심을 세웠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박 전 대표는 ‘노장년층’(51세 이상·73.1%)에게 높은 지지를 받은 반면 이 전 시장은 ‘젊은층’(21~30세·60.0%)으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경험한 세대가 박 전 대표를 지지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는 평가다.
이를테면 ‘박정희 향수’가 박 전 대표의 ‘지지율’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충성도’‘경제능력’ 등 세부 설문조사에선 누가 1위를 차지했을까. 이 항목에서도 역시 이 전 시장의 입지가 가장 탄탄한 것으로 드러났다.
‘충성도’를 의미하는 『타인에게 추천할 대권주자는 누구』라는 질문에 응답자 37.2%가 이 전 시장을 지목했고, 박 전 대표(20.9%), 손 전 지사(11.5%)가 뒤를 이었다.
이 전 시장에 대한 ‘충성도’가 다른 후보를 압도하는 있다는 결과다.
‘경제능력’ 조사에서도 이 전 시장을 넘어서는 대권주자는 눈에 띄지 않았다.
『차기 대권 주자 중 경제를 살릴 수 있는 후보는 누구』라는 질문(복수응답)에 응답자의 과반수가 훌쩍 넘는 58.8%가 이 전 시장을 꼽았다.
반면 박 전 대표와 손 전 지사는 각각 31. 1%, 20.9%에 불과했다.
이 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분석이다.
2007 대선의 최대 변수는 ‘경제’가 될 전망이기 때문이다(관련기사 78면). 실제 『차기 대통령이 해결해야 할 주요 현안』이라는 질문에 대해 응답자 대부분은 경제성장(38.5%), 민생경제 안정(27.7%), 양극화 해소(11.5%) 등을 거론했다.
차기 대통령이 해결하기를 원하는 과제 중 76.7%를 경제 분야가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차기 대권주자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에서도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능력’이 58.8%를 기록했다.
참여정부의 국정 어젠다인 국민통합(10.8%), 개혁성(10.1%) 등은 상대적으로 낮은 지지를 받았다.
CEO형 대권주자로 손꼽히는 이 전 시장으로선 그야말로 대권으로 가는 ‘호기’를 만난 격이다.
그렇다고 이 전 시장이 대권행 열차티켓을 예약했다는 뜻은 아니다.
이 전 시장의 정치여정은 의외로 험난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높은 인기만큼이나 그를 반대하는 세력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차기 대선에서 절대 당선돼서는 안 되는 대권주자』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무려 21.6%가 이 전 시장을 지목한 것은 단적인 사례다(그림2). 이는 여야 대권주자 중 최고 수치다.
2위 그룹인 정동영 전 의장, 유시민 장관(이하 14.2%)과 비교해도 무려 7% 이상 많다.
박 전 대표와 손 전 지사는 이 전 시장 보다 훨씬 낮은 8.1%와 2.7%를 기록했다.
이는 이 전 시장의 높은 지지율이 ‘동전의 양면’과 다를 바 없음을 의미한다.
이에 대해 이종혁 프레인 사장(언론학 박사)은 “이 전 시장은 ‘경제 이미지의 편승효과’를 독점한 상태”라면서 “이 전 시장의 경제 이미지에 버금가는 후보가 등장하게 될 경우 의외의 팽팽한 경쟁구도가 설정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李 “주장 너무 강하다” 18.8% ‘이명박 당선불가론(當選不可論)’의 이유는 ‘자기주장이 너무 강하다’(18.8%) ‘신뢰가 가지 않는다’(3.1%) 등이 거론됐다.
이 전 시장에겐 대통령이 반드시 가져야 할 ‘포용력’이 부족하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또한 이 전 시장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즐비하게 제기되는 현실을 반영한 결과로도 볼 수 있다.
『박 전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돼서는 안 되는 이유』에 대해선 ‘권력의 대물림이 싫다’(25.0%)는 의견이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후광’을 이용하는 ‘선거전략’을 펼쳤다간 의외의 ‘역풍’을 맞을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 중 하나는 바닥 민심이 한나라당 쪽으로 쏠려 있다는 것이다(그림3). 응답자 39.9%는 『지지하는 정당』으로 한나라당을 선택했다.
한나라당은 전라권(8.0%)를 제외한 수도권(48.4%), 충청권(37.0%), 경상권(50.0%) 등에서 초강세를 이어갔다.
정당 지지율 2위를 기록한 민주당(7.4%)은 전라권의 맹주(20%)로 부상하는데 성공했지만, 사분오열 위기에 놓여 있는 열우당(4.7%)은 전국 각 지역에서 10% 미만의 지지율을 받는데 그쳐, 대조를 보였다.
대통합을 명분으로 야심 차게 출범한 통합신당(1.4%) 역시 현역의원 5명의 국민중심당과 같은 지지율을 기록, 자존심을 구겼다.
민노당은 응답자의 4.7%가 지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집권 가능성’ 역시 한나라당이 가장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64.9%가 한나라당을 차기 집권 정당으로 점쳤고, 통합신당(3.4%), 열우당, 민주당(이하 1.4%)이 뒤를 이었다(그림4). 다만 “모르겠다”는 의견이 23%를 차지해 부동층(浮動層)의 향배가 대권 판도의 또 다른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나라당의 강세 현상은 ‘정권 교체의 필요성’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난다(그림5). 응답자 10명 중 7명은 『정권 교체의 필요성』에 대해 긍정적인 견해(76.4%)를 밝혔다.
특히 10명 중 4명은 “정권 교체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답변해 참여정부에 대한 민심 이탈현상이 가속화되고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반면 “정권교체가 돼서는 절대 안 된다”는 견해는 0.7%에 그쳤다.
그만큼 참여정부가 바닥민심으로부터 불신을 사고 있다는 반증이다.
“정권교체 안 된다” 0.7% 이번 설문조사 결과에서 주목되는 또 다른 점은 진보진영 대권주자들의 공약이 높은 호응을 끌고 있다는 것이다(관련기사 82면). 설문에 응한 택시기사들은 가장 기대되는 공약으로 이 전 시장의 ‘한반도 대운하 건설’(23.6%)을 꼽았지만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의 ‘세 박자 경제론’도 높은 지지를 받았다.
『대권주자 공약 중 민생 살리기에 가장 적합한 공약』이라는 질문에서도 심 의원의 ‘세 박자 경제론’,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단 대표의 ‘무상의료 및 교육’ 등이 후한 점수를 받았다.
이번 대선에서 ‘공약’이 후보자의 당락을 좌우할 주요 변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정책선거를 지향하고 있는 민노당의 ‘약진’을 조심스럽게 기대할 수 있다는 평가다.
이에 대해 이종혁 사장은 “올 대선은 대권주자들 사이에서 경제 축을 중심으로 하는 동일한 목적과 포지셔닝을 추구하는 치열한 경쟁 구도를 보일 것”이라며 “결국 정책이 대권 후보의 자질을 판단하는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윤찬 기자 chan4877@economy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