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탐구]'열정과 디테일로 고객감동 실천할 것'
2007-07-30 김은지 기자
신세계첼시의 성공을 두고 유통전문가들은 ‘교외형 명품아울렛’에 대한 국내 수요를 만족시킨 결과라 분석한다.
‘명품’과 ‘아울렛’의 개념을 접목시킨 신세계첼시의 성공에는 ‘Something new, something different’를 추구하는 신세계첼시 김용주 대표의 강단도 한몫했다.
지난 23일 공식적인 기자간담회 외엔 언론 인터뷰를 하지 않는 신세계첼시 김용주 대표를 청담동 본사에서 만났다.
김용주 대표는 지난주까지 줄곧 여주에 머물렀다.
“개장 이후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고 말했다.
손님이 몰려들 때면 소매를 걷어붙이고 땡볕에서 상품박스도 날랐다.
20명 남짓한 직원으론 일손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얼굴도 새까맣게 탔다.
얼마 전 신세계첼시는 당초 연 1500억 선으로 잡았던 목표를 2000억 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여주프리미엄아울렛의 하루 평균 매출은 약 7~8억 수준. 하루 평균 방문객만 1만명에 달한다.
가족단위 고객이 많이 찾는 주말엔 2만명에서 많게는 6만명까지 다녀간다.
김대표에게 개장 50일을 맞는 소감을 물었다.
“예상했던 것보다 좋은 반응을 얻어 감사하지요. 특히 주말에는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나들이 쇼핑객이 많은데요. 고객들의 즐거운 모습을 보면 저까지 기분이 좋아집니다.
최근엔 입소문을 타고 해외관광객도 늘고 있습니다.
” 그는 이 추세대로라면 한해 400만명 이상의 방문객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참고로 제주도 연평균 방문객 수는 500만명 안팎이다.
“만족할 만한 성과에 한숨 돌렸겠다”라고 물었더니 “이제부터 시작이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아직 ‘만족’이라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했다.
“최소 3달은 지나봐야 확실히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몸을 낮췄다.
열정과 섬세함으로 승부해야 여주프리미엄 개점 당일 날, 김대표는 “힘든 순간마다 매듭을 풀게 돼서 감사드린다”는 소감을 밝혔다.
어떤 순간이 가장 힘들었을까? “프리미엄 아울렛같은 패션 리테일(Fashion retail) 사업은 passion과 detail로 승부해야 합니다.
열정으로 무장한 채, 놓치는 게 없는지 눈을 부릅뜨고 살펴봐야지요. 모든 것을 다 만족시킬 순 없지만, 사소한 것도 놓쳐선 안 되는 것이 이쪽 사업이기도 합니다.
” 여느 CEO 답게 그는 ‘디테일’을 중시했다.
평소 ‘디테일은 고객 만족으로 이어진다’고 강조하는 그다.
“패션 유통업은 고객의 세심한 동선을 이해하고 만족시키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 김대표는 “고객의 사소한 것도 놓쳐선 안된다”고 주문했다.
“주말에는 쇼핑객이 몰리면서 진입구간인 여주 IC에 교통체증이 심했습니다.
이를 위해 서울 잠실과 부산을 왕복하는 셔틀버스를 개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 김대표는 자신을 ‘승부욕이 강한 사람’이라 표현했다.
또 남다른 길을 가길 좋아한다고 했다.
“보다 색다르고, 새로운 것(Something new, something different)을 추구하자는 게 제 철학입니다.
” 실제로 ‘프리미엄아울렛’을 생각해낸 것도, 회사를 설득한 것도 김대표다.
미국의 우드버리커먼(Woodbury Common)아울렛과 일본의 고템바를 다니며 열심히 벤치마킹했다.
그러면서 ‘그들과 색다른 것이 필요하다’고 머릴 짜냈다.
‘명품 아울렛이 장사가 되겠냐’ ‘지방 소도시에서 어떻게 손님을 끄냐’는 부정적인 반응도 많았다.
하지만 ‘되겠다’는 확신이 들어 밀어붙였다고 했다.
“앞으로도 갈 길이 멀지만, 기본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에는 변함없습니다.
끊임없이 연구하고 공부해야지요.” 그는 원칙주의자다.
‘조화를 추구하되, 장기적인 안목에서 바라보자’는 소신을 간직하고 있다.
그의 이같은 원칙은 사업에도 칼같이 적용된다.
현재 매장에선 판매호조로 상품 물량이 부족한 실정이다.
브랜드 입점수를 늘려달라는 고객들의 요구도 있다.
그러나 “당장 브랜드 입점수를 늘릴 계획은 없다”고 김대표는 잘라 말했다.
“잦은 브랜드 교체는 단기적인 매출 신장에는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입점 업체의 경제적 손실로 인해 상호신뢰가 무너질 수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입점 브랜드와 돈독한 상호협력이 고객에게 더 좋은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 ‘소탐대실을 경계하겠다’는 그의 의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현재 여주프리미엄아울렛은 지역사회의 발전모델로 각광받고 있다.
여타 지방자치단체에서 와서 배워갈 정도다.
여주군은 쇼핑객을 관광객으로 흡수하겠다는 연계사업 방안까지 내놓았다.
김대표는 “결국 프리미엄아울렛 시장의 성공 여부는 결국 경제발전에 얼마나 기여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밝혔다.
그는 프리미엄아울렛의 경제적 효과로 신 유통채널 확보, 저렴한 물류비용, 상주 일자리 1천개 창출, 국내 소비 진작 유도 등을 꼽았다.
“기업만 돈을 버는 모델로 성공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앞으로는 소비자와 지역사회, 기업의 상호 ‘윈윈’이 이뤄져야 지속적인 경영이 가능한 시대입니다.
” 쇼핑 테마파크2, 3호점 열 계획 김대표는 ‘쇼풍’이란 말을 자주 한다.
쇼풍이란 ‘쇼핑과 소풍의 합성어’로 김대표가 만든 단어다.
“쇼핑하면서 관광을 할 수 있도록 만들었어요. 앞으로는 가족단위의 놀이시설이나 오락·편의시설도 더욱 확충할 계획입니다.
” 지방에 사는 소비자들이 ‘쇼풍’ 하기엔 너무 멀지 않느냐고 물었다.
“대전이나 대구 등 지방에서 오시는 분들께는 고마움과 미안한 마음뿐입니다.
현재 부산을 포함해 적합한 장소를 물색하고 있습니다.
가까운 시일내에 보다 많은 고객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 김대표는 여주에 이은 프리미엄 아울렛 2,3호점을 계획 중이다.
휴일엔 책보는 것을 좋아하는 김대표는 요즘 김훈의 ‘남한산성’을 읽는다.
남한산성의 인물을 보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그렇게 소중할 수 없다고 말한다.
“때로는 대의명분을 주장하며 끝까지 싸우다 죽자는 김상헌이 옳은 것 같기도 하고, 피폐한 민생과 조정을 보존하는 길은 ‘항복’이라는 최명길의 주장이 맞다는 생각 사이에서 갈등했습니다.
아직 미숙한 탓이겠지요. 그러나 멀리 보고 넓게 생각하며 자신의 치욕을 감수하려는 최명길이 확실히 옳다고 생각합니다.
” 김은지 기자 guruej@economy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