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피플]머천다이저와 경영 성적은 정비례
2007-08-06 김은지 기자
” 2002년 국내 최초로 머천다이저(MD) 전문교육기관 ‘아카비전’을 설립한 유혜숙 원장은 유통업계에서 ‘MD 사관학교 교장’으로 불린다.
유원장은 패션업계에만 국한되던 ‘MD’라는 직업군을 유통업계에 대중화시킨 주인공이기도 하다.
고객의 욕구를 읽고 상품을 개발, 기획해 이익창출의 핵심을 담당하는 ‘머천다이저(Merchandiser).’ 지금이야 MD가 ‘유통의 꽃’으로 불릴 만큼 유망직종으로 떠올랐지만, 불과 5년 전만해도 MD란 유통업계에서도 생소한 용어였다.
“당시만 해도 자신이 하는 일이 MD라는 사실조차 모르는 분들이 유통업계에 많이 계셨어요. 아무도 MD에 대해 모르니, 처음엔 상당히 고전했죠.” MD 전문기관을 세운다고 했을 때, ‘MD가 뭐냐’ ‘MD교육학원이 잘 되겠냐’는 회의적인 시각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향후 전문MD에 대한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판단한 유원장은 소신대로 밀어붙였다.
MD가 유망 전문직종으로 무섭게 부상할 것이라는 유원장의 통찰력은 정확했다.
지난 5년간 아카비전의 졸업생은 천명을 훌쩍 넘겼다.
6개월간 고도로 집중된 실무 및 이론 교육을 받은 수강생들의 취업률은 90% 수준. 졸업생들은 홈쇼핑, 온라인 쇼핑몰, 백화점 및 대형마트 등 유통업계에 골고루 포진했다.
‘6개월 배워 뭐하겠느냐’며 처음엔 시큰둥하던 유통업계에선 ‘아카비전 출신 MD면 믿을 수 있다’로 달라졌다.
수강생은 목표의식이 뚜렷한 대학생부터 이직을 고려하는 30대 중반 직장인까지 다양하다.
“직장인이나 학생 외에도 실제 업무 스킬을 배우려는 현직 MD나 마케터, CEO 등이 오셔서 기획안 작성, 시장 조사 및 소비자 분석, 공급망 관리(SCM) 등 마케팅 및 홍보 실무 스킬을 배웁니다.
” MD의 적용 스펙트럼도 훨씬 다양해졌다.
“MD의 범위가 패션이나, 유통업에서 점차 벗어나 벤더사, 무역업, 통신판매업, 제조업, IT업체, 문화관련 콘텐츠와 같은 무형의 상품 분야까지 적용범위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 불황인데도 MD의 수요가 줄지 않는 이유는 뭘까. 유혜숙 원장은 “불황일수록 기업의 입장에선 매출을 증대시키고 이익을 내는 프로카메터인 머천다이저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더욱 다양화, 복잡하진 소비자의 요구에 부합하기 위해선 장기적인 안목으로 시장과 브랜드의 흐름을 꿰뚫는 MD 양성이 필요합니다.
향후 기업들이 유능한 MD를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따라 경영 성적표가 달라질 겁니다.
두고 보세요.” 유원장은 20세기가 화이트칼라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골드칼라의 시대라고 말한다.
‘골드칼라’란 상상력과 창의력을 통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지식 창조형 전문가를 뜻한다.
“나이, 학력, 성별과 관계없이 오직 실력과 전문성에 따라 연봉을 받는 골드칼라의 대표적인 직업군이 바로 MD입니다.
인내심과 긍정적인 마인드, 바른 인성까지 갖춰졌다면 금상첨화겠죠.” 지난 4월 유 원장은 미국, 캐나다 대학을 두루 답사하고 왔다.
또 다른 사업을 위해서다.
“다음 과제는 ‘글로벌 인재 양성’입니다.
국내 최초로 글로벌 MD교육기관으로 거듭나야지요.” 졸업 후 1-2년 간 현장에서 실무를 쌓은 MD들이 미국, 캐나다 등 머천다이징 관련 대학에서 연계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는 것. 출근 시간은 정해져 있어도 퇴근 시간은 없다는 유원장은 “오히려 사무실이 아니면 불편하다”고 말했다.
여름에도 긴 팔 정장을 입고 인터뷰에 나타난 그의 흐트러짐 없는 성격이 국내 최고의 MD전문교육기관으로 자리 잡게 만든 성공 비결인 듯 싶었다.
김은지 기자 guruej@economy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