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컴퍼니]“금융강국 한국의 동반자로 거듭날 것”

2007-11-05     김은지 기자
“자본시장통합법 시행 등 금융시장 다변화는 국내 금융 산업에 또 다른 기회를 가져다 줄 것입니다.
” 존 워커 한국 맥쿼리그룹 회장은 “자통법은 한국 금융산업 발전의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시장 경쟁은 한층 치열해지겠지만, 궁극적으로는 국내 자본 시장의 경쟁력을 높이고, 토종 기업들이 해외로 나갈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워커 회장은 “금융회사 간 장벽이 무너지면서 더욱 자유롭게 다양한 상품으로 이윤을 증대시킬 수 있다”며 “금융사들이 경쟁적으로 질 좋은 상품을 제공하게 돼 투자자들이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오늘날 금융시장을 ‘전쟁터’에 비유했다.
증권사와 은행 간 예금 유치 경쟁을 비롯해 글로벌 자산운용 시장도 갈수록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자통법이 시행되면 해외시장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해외 금융회사와의 경쟁도 불가피하게 됩니다.
이 가운데 한국 금융회사만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니치마켓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 그는 국내 금융시장의 경쟁력이 글로벌 은행에 비해 결코 뒤 떨어지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한국의 거대한 자본력이 금융시장을 지탱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국내 투자은행들이 주식시장의 풍부한 유동성 등 국내 시장의 특성을 이용, 글로벌 은행과 차별화해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인터뷰 내내 워커 회장은 웬만한 국내 금융전문가보다도 한국의 금융시장을 낙관했다.
그러면서 “한국 금융시장은 이제 막 본격적인 성장을 하는 중"이라며 맥쿼리는 한국의 잠재력과 가능성에 적극적인 투자의 뜻을 내비쳤다.
그는 중국 상하이나 홍콩, 싱가포르 등이 아시아 금융허브로 부상하고 있지만 한국 시장의 잠재력과 가능성이 더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특히 신한은행의 경우 글로벌 은행과 비교해 손색없을 정도로 탄탄한 자본력과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인만의 ‘빨리빨리’ 문화도 급변하는 금융 시장에 제격이라 평했다.
하지만 국내 금융회사들이 위험을 감수하는 능력이 부족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국내 대규모 은행들이 소매금융에 치중하는 바람에 투자 위험을 떠안고 적극적으로 투자은행 시장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글로벌 금융회사로 거듭나기 위해선 위험에 베팅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며 “위험이 큰 만큼 혁신과 성공이 뒤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회사지만 국내투자자 모아 한국 인프라 시설에 투자 호주 최대의 투자은행인 맥쿼리는 기간 시설에 투자하는 ‘인프라스트럭처 펀드’를 수익원으로 삼고 있다.
국내에선 ‘사회간접자본(SOC)펀드’로 통한다.
기관이나 개인 투자자들로부터 모은 돈으로 도로나 항만, 터널 등 기간시설 등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인프라 펀드는 1996년 맥쿼리가 세계 최초로 선보인 신개념 펀드로, 후발주자로 출발한 맥쿼리에 독보적인 명성을 가져다줬다.
골드만삭스 등 다른 투자은행과 차별화된 맥쿼리만의 ‘블루오션 전략’으로 작용했다.
워커 회장은 “인프라 펀드는 기간시설 건설의 투자 재원을 마련할 수 없는 경우 민간의 돈을 끌어들이는 강력한 수단이 된다”며 또 “증시에 상장되면 안전판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국 맥쿼리그룹은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 대구~부산 고속도로, 서울 지하철 9호선, 천안-논산 고속도로 등 다양한 인프라 시설에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 3월 국내 최초의 인프라 펀드인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MKIF)를 서울과 런던 증시에 동시 상장시키기도 했다.
2000년 맥쿼리그룹이 국내에 진출할 당시만 해도 ‘맥쿼리’는 한국 시장에서 생소한 이름이었다.
5명 남짓으로 출발한 한국 맥쿼리는 현재 350명으로 늘었다.
신한 맥쿼리금융 자문, 맥쿼리 증권,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 등 7개의 법인을 거느린 금융계의 ‘큰 손’으로 부상했다.
총자산은 170억불(호주 달러 기준)로 불어났다.
현재 한국은 아시아시장에서 48%의 비중을 차지할 만큼 매력적인 투자처로 부상했다.
맥쿼리 성공 비결, 철저한 현지화 맥쿼리의 외형적 성장의 이면에는 철저한 현지화의 노력이 있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본사나 홍콩 등에서 영입한 소수 인력으로 운영되는 것과 달리 맥쿼리는 직원의 90% 이상이 국내 인력이다.
우리은행, 신한은행, 국민은행과도 손을 잡고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지난해 워커 회장은 한국과학기술원 테크노경영대학원에 200만 달러(20억원)를 기부했다.
외국계 자산운용사가 국내 교육기관에 거액의 돈을 기부한 것은 이례적인 일. 이에 대해 워커 회장은 “한국에서 벌어들인 이익을 한국에 돌려준다는 뜻으로 봐 달라”고 말했다.
또 한국 금융 인재에 대한 장기투자로서의 의미도 있다고 귀띔했다.
“맥쿼리그룹은 전 세계 기간산업에 투자하기 때문에 신뢰와 명성이 생명입니다.
” 론스타 문제 등 반 외국자본 정서에 대한 입장을 묻자 칼 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한국에서 사업을 하면서 한국 사회에 환원한다는 철칙은 변함없다고 했다.
워커 회장은 1993년 호주 교통부 차관과 재정경제부 차관 등 공직을 두루 거쳐 99년 맥쿼리그룹에 합류했다.
그는 1시간 넘게 진행된 인터뷰에서 질문을 받으면 거침없이 답했으며, 중요한 사안에선 말을 아꼈다.
‘(소비자, 시장과의) 신뢰’라는 단어를 수십 번 썼다.
또 이따금 한국말을 사용하려고 애를 썼다.
“한국인 특유의 철저한 현지화를 채득한 거냐”라고 묻자 “그럴지도 모른다”며 웃었다.
한국 문화에 대해서는 “역동적이고 깊이가 있어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자리를 털며 일어서는 기자에게 그는 갑자기 생각난 듯이 말을 건넸다.
“언제 술이나 한잔합시다.
폭탄주도 좋구요.” 김은지 기자 guruej@economy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