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런트]입점업체 울리는 대형유통업체들
2007-12-17 김대섭 기자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 대형유통업체에 제품을 납품하는 10개 업체 중 8개 업체는 불공정거래행위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불공정거래를 경험한 납품업체들의 비율은 76.1%에 달한다.
유형별로는 ‘판매장려금 부담’이 61.5%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으로 ‘단가인하·부당반품’(42.2%), 판촉비 전가, 판촉사원 파견 순이었다.
2002년 1월 초부터 올해 9월 말까지 공정위의 대형유통업체 불공정거래 시정조치 건수는 총 41건. 지난해 2건에서 올해는 11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그 가운데 가장 많은 시정 명령을 받은 곳은 세이브 3사(세이브존, 세이브존아이앤씨, 세이브존리베라)로 총 8건을 위반했다.
부당반품, 부당한 계약변경, 판촉비용 부당강요 등이 주된 위반 내용이다.
과징금만 3억4600만원이 부과됐다.
그다음은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를 운영하는 ‘롯데쇼핑’으로 인테리어비용 부당 전가, 판촉비용 부당 강요, 서면계약 미체결 등 총 6건을 위반했다.
2002년 2건, 2004년 1건, 2005년 1건, 2007년 2건 등이다.
신세계(신세계백화점 1건, 이마트 3건)와 삼성테스코(홈플러스), 그리고 ‘한국까르푸’는 각각 4건으로 그 뒤를 이었다.
이밖에 ‘현대백화점’ 2건, ‘현대 DSF’ 1건, 대우백화점 1건 등이었다.
공정위가 지속적으로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해 조사 및 시정명령을 내리고 있지만 업체들의 공정거래 체감도는 여전히 낮다.
개선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불공정거래는 중소제조업체의 기업경영을 어렵게 하는 주된 요인이다.
근본적인 잘못은 대형유통업체들에 있다.
하지만 대부분 납품업체들이 유통업체의 횡포를 경험하고서도 스스로 불공정행위를 눈감아주는 것도 문제다.
납품·입점업체들은 대형유통업체의 부당한 판매 장려금 징수, 판촉비용 부담 및 판촉사원 파견 요구 등 불공정 관행 요구를 거절하기 곤란하다는 견해다.
거래단절 등의 불이익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2005년 4월부터 도입된 신고포상금제 운영실적도 매우 저조한 것도 이러한 이유다.
실제로 제조업체 가운데 절반 정도는 대형유통업체들과의 거래비중이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거래의존도가 상당히 높다.
이런 점에서 불공정행위에 대해 정면으로 대응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이야기다.
다행히 내년부터는 납품·입점업체에 대한 부당반품, 부당한 부담 전가 등 대형유통업체들의 불공정행위 혐의가 드러날 경우 보다 적극적인 조사와 시정조치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공정위는 ‘대규모 소매점업 고시’ 개정안을 의결, 규제개혁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이르면 내년 초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대형유통업체가 입점한 지 2년이 지나지 않은 매장에 대해 유통업체 사정으로 매장 위치를 옮기게 하면서 인테리어 비용을 입점 업체에 떠넘기면 처벌을 받게 된다.
또 납품업체에 수시로 판매 장려금을 내게 하거나 판촉사원을 파견토록 강요하는 것도 금지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규모소매점업고시를 합리적으로 개정해 납품·입점업체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고 장기적으로는 법률로 격상시키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섭 기자 joas11@economy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