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큰 것만 살아남는다' 금융그룹화 대세
2008-01-14 김성욱 머니투데이 기자
은행, 보험 증권업계를 막론하고 다양한 자회사를 거느린 금융그룹화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금융지주회사는 투명하고 효율적인 지배구조와 자회사에 대한 통합관리, 다양한 업종 영위에 따른 리스크 분산 등의 효과가 있다.
사업다각화, 교차판매 및 비용절감 등 그룹 전체의 효율성을 높이는 장점 또한 갖고 있다.
특히 금융그룹화는 기존의 자회사 방식에 의한 금융 겸업화보다 훨씬 유연한 합병전략을 추진할 수 있다.
상이한 금융업종간 통합을 통한 비용절감 등 조직 구조상 유리한 점을 갖추고 있어 국내 금융기관들이 선호하는 조직구조다.
은행과 금융지주회사는 자회사 출자한도에 대한 규제 자체가 다르다.
현 은행 체제에서는 자회사 출자한도가 자기자본의 30%로 제한된다.
하지만 금융지주회사는 자기자본을 모두 활용할 수 있다.
국민은행, 최대 금융그룹 ‘뜬다’ 무자년 연초 가장 큰 이슈는 국민은행의 금융지주회사 추진이다.
그동안 금융지주회사 설립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국민은행은 지난해 11월 지주회사설립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금융지주사 설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주회사설립추진위를 구성하기에 앞서 금융지주사의 기본 틀을 갖추기 위해 지난해 한누리증권을 인수했다.
이어 KB생명에 이은 보험사 추가 인수도 검토하고 있다.
카드사 분사와 외환은행 인수에도 의욕을 보인다.
이같은 작업이 완료되면 국민은행은 기존 KB신용정보, KB창업투자, KB부동산신탁, KB선물, KB생명, KB자산운용 외에 증권사와 카드사까지 아우르는 종합금융그룹의 틀을 갖추게 된다.
국민은행의 자기자본 규모는 18조8천억원. 은행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면 자회사 출자한도가 5조원에 불과하다.
따라서 자회사 인수를 통한 덩치를 키우는 데는 금융지주회사가 여러모로 유리하다.
국민은행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을 꾀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지난 몇 년 사이 공격적 영업을 펼쳐 온 우리금융과 신한금융이 외환위기 이후 국내 1등 은행의 모습을 지켜온 국민은행의 턱밑까지 쫓아와 이에 대한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
여기에 외환은행의 인수합병에 사실상 실패하면서 성장에 대한 부담도 크게 늘었다.
특히 외환은행의 해외 점포망을 활용해 추진하려던 해외진출 전략도 무산됐다.
독자 성장이라는 가시적인 성과도 일궈내야 하는 만큼 제도적인 문제 등에서 보다 유리한 금융지주회사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금융지주회사 체제로 변경을 추진하고 있는 곳은 국민은행뿐만이 아니다.
종합금융그룹을 목표로 하고 있는 기업은행도 사실상 금융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업은행의 새로운 은행장으로 취임한 윤용로 전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은 1월 중 신설 증권사 인가서를 금융감독당국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연내에 추가로 보험사 인수도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직 국책은행의 틀에서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사실상 시중은행과 경쟁을 하고 있는 기업은행으로서는 금융지주회사의 선택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국씨티은행도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한국씨티은행은 이미 은행 외에 씨티글로벌마켓증권, 씨티그룹캐피탈 등 이미 여러 금융 계열사를 확보하고 있어 추가적인 인수합병 없이도 지주회사로 전환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있다.
SC제일은행도 증권, 보험사의 인수를 통해 금융지주회사로의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이미 선언한 상태이다.
보험사도 지주회사 대열 합류 보험사들 역시 금융지주회사로의 전환을 염두에 두고 있다.
현재 추진하고 있는 보험업법 개정이 비은행지주사 설립의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검토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정되는 보험업법에서 보험사의 자회사 출자 규제가 어느 정도 완화될 지에 따라 보험금융지주사의 설립 시기가 결정될 전망이다.
현행 법규상으로는 국내 보험사는 은행을 자회사로 두는 금융지주사 설립이 불가능하고 비금융회사의 주식을 15% 이상 소유할 수 없다.
15% 이상의 주식을 소유할 경우 비금융 자회사로 규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 추진되고 있는 보험업법 개정안에는 비은행지주회사의 경우 자회사와 손자회사의 업종을 직접적으로 규제하는 것을 완화하는 방안이 적극 검토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올 1년 동안 작업반을 구성해 금융지주회사법을 이원화해 은행지주회사와 비은행지주회사로 나누는 방법, 또는 보험업법에 보험지주사 설립 규정을 포함하는 방법 등 보험지주사 설립을 위한 근거 마련 방법을 적극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보험업계에서 금융지주회사로의 준비에 가장 앞서 있는 곳은 메리츠화재. 이들은 지난해 한진그룹 소속이었던 메리츠종합금융을 자회사로 편입시키면서 화재, 증권, 종금사를 아우르는 ‘메리츠금융그룹’의 틀을 마련했다.
메리츠금융그룹은 이미 지주사 전환을 위한 태스크포스(TF)팀을 운영 중에 있으며 외부 컨설팅도 진행해 왔다.
현재 계열사 간 지분정리를 통해 지주사 설립을 위한 사전 정지 작업도 진행중이다.
이들은 메리츠화재를 분리해 지주회사를 출범시킨 후 메리츠화재, 메리츠증권, 메리츠종금, 메리츠자산운용을 지배하는 구조를 갖출 것으로 보인다.
동부그룹은 동부화재를 중심으로 한 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동부화재는 동부생명과 동부증권 지분을 각각 31.2%, 14.9%씩 보유하고 있으며 동부자산운용과 동부저축은행ㆍ동부캐피털 등을 금융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다.
전체 금융회사의 매출 가운데 동부화재가 80%를 차지하기 때문에 동부화재를 축으로 한 금융지주회사 설립방안이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미 ‘금융그룹’임을 내세우고 있는 흥국금융도 흥국생명을 메인 회사로 하는 지주회사로 탈바꿈할 것으로 예상된다.
흥국생명 외에 인수를 통해 흥국쌍용화재, 흥국증권, 예가람저축은행 등을 소유하고 있어 지주회사 체제로 변화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미래에셋금융그룹 역시 증권과 생명보험사를 중심으로 하는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생명의 경우, 생보사 중심의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대한생명은 한화손보 지분 70%를 보유하고 있으며 2008년에는 한화투신운용 지분 100%도 인수하게 된다.
김성욱 머니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