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런트]DDA, 긴급수입관세 이견으로 결렬
2008-08-11 김창기
‘개발 라운드'를 기치로 2001년 11월 카타르 도하에서 시작됐던 이 협상은 이번 결렬로 앞으로의 방향이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이번 협상에서 최대 걸림돌은 농업분야로서, 개도국 긴급수입관세(SSM) 발동요건 완화를 비롯한 쟁점을 두고 미국과 인도, 중국의 이견으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반면에 농업과 비농산물(NAMA) 분야의 자유화 세부원칙들(modalities)에 관해선 잠정 타협안 마련 등 일부 진전도 있었다.
파스칼 라미 WTO 사무총장은 지난 29일 제네바 WTO 사무국에서 153개 전 회원국 대표가 참가한 무역협상위원회(TNC) 회의를 소집해 G7(7대 무역국)회의와 주요국 통상각료회의에서 아무런 합의도 도출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라미 총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회원국들이 서로 이견들을 좁히지 못했다"며 "협상이 결렬됐다"고 말했다.
또 DDA 협상의 향후 전망과 관련해선 “지금 미래를 너무 멀리 보는 것은 어렵고 회원국들이 정신을 차린 뒤 다시 협상할지 여부 등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개도국 긴급수입관세가 첨예한 대립점이 된 것은 농산물 수입량이 급증할 경우 추가관세를 어느 선에서 부여할 것인가가 각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달랐기 때문이다.
7월25일의 잠정 타협안에 따르면, 우루과이라운드(UR) 양허관세를 초과해서 추가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개도국 긴급수입관세의 발동 요건을 수입물량의 증가분이 기준물량(과거 3년 평균)보다 40% 이상일 경우로 했다.
그러나 인도는 수입물량 증가분을 40% 이상에서 10% 이상으로 완화할 것을 주장해왔다.
결국 개도국 긴급수입관세 발동요건의 완화를 두고 이를 요구하는 인도, 중국과 이를 반대하는 미국의 입장이 맞서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이다.
이와 함께 G7은 ▲개도국의 분야별 자유화협상 참여 ▲미국의 면화보조금 삭감 ▲공산품 분야에서 WTO 최근 가입국 대우를 포함한 9개 잔여 쟁점을 놓고 협상을 벌였으나 이견만 확인했다.
수전 슈워브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글로벌 식량가격 위기의 와중에, 각국이 그들의 식량 수입 장벽들을 얼마나 많이, 그리고 얼마나 빨리 높일 것인지를 놓고 논쟁했다는 것은 아이러니"라고 미국의 입장을 재확인한 뒤 "미국은 앞으로 협상 테이블에 계속 남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말 나스 인도 상업장관은 "미국의 요구들은 비합리적인 것이었다"며 "불행하게도 생계 보장과 관련한 이슈로 인해 우리가 개발협상의 마지막 마일을 달릴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피터 만델슨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국제 무역시스템 입장에서 이는 중대한 후퇴이며, 그 피해는 세계 경제에서 가장 취약하고, 누구보다 기회를 가장 필요로 했던 층에게 더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DDA 협상은 당분간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
11월에 있을 미국 대통령 선거, 내년의 EU 집행부와 WTO사무총장 등의 교체, 인도 총선 등 주요국들의 정치 일정이 연달아 있기 때문이다.
한국정부 수석대표인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협상 결렬과 관련 "아쉽다"면서 "주원인은 개도국의 긴급수입관세 발동요건 완화 여부를 둘러싸고 선진국들과 신흥개도국들이 서로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DDA협상은 결렬됐지만 이번 협상에서 불거진 각국의 입장을 재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대응방안은 무엇인지 면밀히 따져 준비해야 할 것이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협상은 이 다시 시작될 것이기 때문이다.
김창기 기자 kcg@economy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