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21] [안성용] 신자유주의와 친일친미반북극우주의를 토대로 하는 국민의힘은 자산 및 소득 상위 1%층의 지배세력으로 굳건히 얽혀 있고, 이 지배세력의 이익을 뒷받침하는 상위 10%의 기반 위에 서 있다. 지배세력은 재벌, 금융자본가, 정치인, 고위관료, 법조, 언론, 학계, 종교계, 국정원 군 경찰 고위층 등으로 구성돼 있다. 그리고 이들의 일을 대리하며 이익을 갖는 10%는 주로 전문가 집단으로 이루어져 있다.
한편 현재 민주당은 이들 지배세력과 거리가 매우 가까운 그룹, 가까운 그룹, 다소 먼 그룹, 먼 그룹으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민주당은 중산층과 서민을 대변한다고 자처해 왔지만 보편적인 복지와 적극적인 노동 정책, 사회문화 정책에는 많이 모자랐다. 하지만 민주당은 평화문제에서는 대미 의존성을 가지지만 대북 협력 기조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기조를 가지고 있고, 절차적 민주주의를 중시하며, 친생태 정책 기조를 어느 정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민주당은 1960년 4.19 후에도, 1979-1980년에도, 1987년 6월항쟁 후에도, 2016-2017년에도, 각 역사적 시기마다 ‘눈앞의 집권 욕심’에 따라 ‘타협적인 기조’를 취해왔다. 이번에도 이런 태도를 취했다. 이는 이미 한덕수 및 국무위원들에 대한 태도와 6개 법안 처리에서 드러났다.
사태 후 국회에 나와 머리를 조아리던 이들의 태도를 보고 원내 야당을 이끌고 있는 민주당이 마음을 놓은 것이 결정적인 실수였다. 민주당에는 한덕수가 경험이 많고 합리적이어서 현 국면을 큰 무리 없이 조정해 나갈 것으로 기대하는 이들이 많았다. 내란 사태로 인해 탄핵 절차가 진행됨에 따라 윤석열을 일방적으로 편드는 일은 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는 이들도 많았다. 그래서 민주당은 축구에서 사용하는 일종의 ‘빌드 업’ 전술을 택했다. 6개 법안 처리가 그것이었다. 그러나 국힘과 한덕수의 명확한 거부로 벽에 부딪혔다. 민주당의 ‘빌드 업’보다 국힘의 ‘보호 전술’이 오히려 한덕수를 움직였고, 그는 시간을 벌며 스스로 탄핵되는 방식을 택했다.
야당은 여론의 힘으로 헌재를 압박하여 윤석열의 최대한 빠른 파면 결정을 얻는 것이 1차적 목표다. 그리고 헌법재판관 6인 체제보다 9인 체제가 안정적이라고 판단했으면 한덕수나 국무위원들, 국힘 의원들, 대통령 비서실 등이 이번 사태에 얼마나 어떻게 연루되었는지를 강하게 몰아붙였어야 했다. 국회 상임위는 물론 국정조사가 그것이었다. 여야 합의가 아닌 의석수와 여론으로 밀어붙였어야 했다. 현재 유일한 선출 권력은 국회기 때문이다. 명분은 충분했다. 계속 생중계를 했어야 했다. 이를 빠르게 진행하면서 한편으로 이번 사태에 연루된 이들의 범죄 사실을 계속 드러내며 여론의 힘을 키우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핵심은 위헌과 불법을 저지른 윤석열 일당이 누구인지 계속 드러내는 것이었다. 12월 4일부터 검찰, 경찰, 공수처는 야권 편에 서기 시작했고, 수구 언론도 조선일보까지 포함해서 윤석열의 잘못을 지적했었다. 강력한 여론의 힘을 얻은 상태에서 민주당 등 야권에 매우 유리한 지형이 형성되었다.
그런데 민주당은 한동훈계가 강화되도록 돕지 못했다. 우원식-이재명-한동훈(이 세 명이 체포대상이었음은 당시 보도된 바 있었다) 테이블을 만들어 ‘불법 계엄’ 진상과 책임 추궁 국면을 만들었어야 했다. 이것이 안 되면서 한동훈의 갈팡지팡이 있었고, 12.7과 12.14 탄핵소추 가결 때 한동훈계를 제대로 끌어내지 못했다. 한동훈계가 강화되었으면 2016~2017년 같이 국힘의 분당도 가능했고, 친윤 그룹의 발호는 약화될 수밖에 없었다. 물론 한동훈이 스스로 승부수를 던지지 못한 것도 크다. 한동훈은 수구-극우가 아닌 보수세력의 대표자가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
게다가 민주당은 쌍특검과 6대 법안 처리라는 실수를 저질렀다. 이는 사태의 본질을 희석시켰다. ‘내란 특검법’만 집중했어야 했다. 검찰을 장악하고 있던 윤석열이 임명한 이들로 현재 검찰 상층부가 구성되어 있으므로(공수처도 마찬가지) ‘내란 특검’은 충분한 명분이 있었다. 검찰은 발 빠르게 윤석열을 버리고 김용현과 장성들, 경찰청장 등을 구속했다. 살아남기 위해서였다. 경찰도 마찬가지였다. 경찰은 탄핵과 대선 이후를 내다보고 과감하게 움직였다. 민주당은 빨리 경찰에 힘을 실어주었어야 했다. 나머지 법안들은 나중에 해도 됐다. 본질이 희석되고 초점이 분산되면서 ‘윤석열의 행위’는 권성동 지도부에 의해 점차 ‘양비론’으로 옮겨갔다. 민주당은 무려 12.24까지 전술적인 실패가 있었고, 26일 한덕수의 기자회견을 통해 다시 공을 넘겨받은 후에야 27일 그를 직무 정지시켰다. 후 순위자인 최상목 및 국무위원과 고위관료들을 본격적으로 압박해야 했으나 실기했다.
노종면이 방송에 나와 말했던 대로 몇 명의 국무위원들을 더 탄핵하여 국무회의를 무력화하고, 국회가 결정권을 가지는 방식을 적극적으로 채택했어야 한다. 지금은 비상시국이고, 또 헌법과 법률에 부합하기 때문이고, 차관들을 통해 행정 집행은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프랑스 등의 역사를 볼 때 주권자가 선거로 의회를 구성하고, 의회가 행정부 및 사법부, 기타 국가기관을 구성하고 통제하는 것이 원래 주권자의 의지가 관철되는 민주주의기 때문이다. 맹목적인 삼권분립론은 의회의 권력을 약화시킨다.

한편 민주당이 ‘기존의 제도와 절차’에 머무르게 될수록 국힘은 유리하다. 하지만 ‘제도와 절차’의 원천은 주권자와 광장의 힘에 있다. ‘기존’ 것을 뛰어넘는 ‘새로운’ 행동을 해야 했다. 그러나 못했다. 이렇게 했으면 이른바 중도층은 계속 현 국면에 집중하고 윤석열 일당에 단호히 맞서게 되며, 따라서 국힘 지지율은 올라가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가 보았듯 12월 12일 윤석열의 발언부터 집권세력은 다음과 같이 본격적으로 행동했다.
첫째, 탄핵 절차를 최대한 늦춘다. 또 수사기관의 수사와 체포에 최대한 버티며 응하지 않는다. 윤석열이 늦출 수 있는 것은 늦추고, 국힘과 국무위원들이 늦출 수 있는 것은 최대한 늦춘다. 이 과정에서 야당 원인 제공론을 키우고 국힘 지지율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지율이 높아지는 만큼 국힘은 단일대오 형성이 가능하고 방어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둘째, ‘국정혼란론’을 극대화한다. 동시에 법원을 압박하여 이재명 2심 판결을 유죄로 최대한 빨리 끌어낸다. 이 과정에서 야당 원인 제공론에 더해 이재명 불가론을 키운다.
셋째, 수구-극우세력을 동원하여 맞불을 놓는 것이다. 그리고 직접적인 ‘폭력사태’ 유발을 꾀한다. 이는 전광훈 등의 집회와 백골단, 서부지법 폭동 사태로 나타났다.
한편 12.14 탄핵 소추 가결 시 여의도에 모인 시민의 숫자는 경향신문 분석에 의하면 42만 명이었다. 이후 광화문 집회의 참여자 숫자는 많이 줄어들었다. 예전 박근혜 탄핵 때의 학습 효과로 인해 탄핵이 될 것으로 생각하는 진보층, 중도층 시민들이 나오지 않는 이유도 있다.
하지만 광장의 전술적인 실패도 있다. 즉 ‘윤석열즉각퇴진 사회대개혁비상행동’에 참여하고 있는 단체 중 가장 큰 단체인 민주노총 내의 일부가 ‘노동자의 힘으로 윤석열을 체포하자’는 의견을 강하게 내면서 이를 민주노총 지도부가 받았다. 그리고 비상행동 지도부가 한남동 관저 앞으로 따라갔다.
그러나 관저 앞 집회는 광화문 집회와는 전혀 다른 성격의 일이었고, 따라서 전혀 다른 국면을 낳게 했다. 즉 윤석열 체포 문제는 관저 앞에서의 찬반 집회로 귀결되었다. 모든 언론은 여기에 집중했다. TV 화면을 통해 나타난 찬반 행동은 양비론이 커지게 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공수처의 체포 영장 청구부터 윤석열이 체포될 때까지 정국은 체포국면으로 전환되었다. 야당이 할 수 있는 일은 빨리 체포하라는 목소리를 내는 것뿐이었고, 국힘은 헌재가 진행 중인데 현직 대통령의 체포와 구속은 너무한 것 아니냐는 국격론과 이재명 불가론을 키웠다.
광장 지도부는 광화문에서 윤석열 체포와 구속, 국힘 해체, 헌재의 조기 파면 등을 외쳤어야 했다. 그러면 더 많은 시민이 계속 참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용산 관저 앞의 태극기-성조기 부대는 더욱 초라해졌고 조롱거리가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공수처와 경찰이 체포와 구속을 보다 수월하게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생각할 점이 있다. 실제로 보수층과 중도층의 많은 사람이 현직 대통령의 체포와 구속은 심하다고 생각한다. 박근혜처럼 파면 후 구속되는 것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만 말이다. 즉 중도층은 “윤석열이 대죄를 저질렀고, 탄핵이 빨리 돼야 한다. 그래야 경제도 살고 사회도 정상화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보수층에서도 “파면되면 당연히 구속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진보층에서는 “관저에 가둬두나 구치소에 가둬두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많았다.
이런 점을 고려하고 윤석열 일당을 옹호하는 이들의 실체를 계속 폭로하는 데 집중했어야 했다. 민주당 등 야당은 추경호를 몰아붙여서 체포해야 했다. 국힘 강경파를 몰아붙였어야 했다. 그런데 국회의 운영에서 또 여론전에서 쓸데없이 책잡히고 ‘논란’이라고 명명되는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다.
종합적으로 야당을 이끌고 있는 민주당은 국면을 돌파하는데 서툴렀고, 당내에서 과감한 기조를 만들지 못했다. 이는 결국 국힘의 원인 제공론-국정 혼란론-양비론-이재명 불가론이 이어지고 힘을 받게 했다. 다수 시민이 현 국면에 집중하지 못하고 탄핵 이후 대선을 미리 생각하게 했다. 이재명에 대한 반대론이 조기에 점화되었다. 이 과정에서 수구-보수층이 결집하고 중도층의 일부도 민주당에 거리를 두게 됐다. 그래서 민주당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국힘 지지율이 올라간 것은 자연스럽다고 본다.
그러나 최근 여론조사는 문제가 많다. 우선 한국여론평가연구소라는 기관은 그 정체와 여론조사 의도에 의혹이 있으며 이를 받아 쓴 다수 언론의 보도들도 문제였다. 마치 명태균이 했던 일을 연상케 한다. 또 갤럽의 1월 2주차 조사는 보수 응답자가 한 달 만에 1.4배 늘어나서 보수층은 과대 표집, 진보와 중도층은 과소 표집되었고, 리얼미터의 1.20 조사 발표도 보수는 과대 진보는 과소 표집됐다는 ‘이코노미 21’의 분석은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두 기관의 조사 흐름에서 국힘 지지율이 올라가고 민주당이 떨어지는 흐름은 분명히 있다. 이는 ‘여론조사 꽃’의 최근 4주간 조사에서 국힘 지지도가 24.2%, 26.8%, 33.2%, 38.1%로 연속 상승세를 나타낸 것에서도 확인된다. 물론 김어준은 “최근 ‘여론조사 꽃’의 조사뿐 아니라 대부분의 다른 여론조사에도 문제가 많다”고 밝힌 바 있지만 말이다. 특정 세력이 여론조사에 적극 개입하거나 활용하는 일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서부지법 폭동 사태 이후 실제 여론은 반전의 계기를 만났다. 민주당을 포함한 야당들은 지금부터 잘하기를 바란다. 물론 광장이 가장 중요하다. 명절, 계절 모두 광장에 불리하다. 지난주에는 인원이 적었다. 매주 토요일 많은 시민이 모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코노미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