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차녀인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이 에버랜드로 이동, 패션부문 경영기획담당 사장(제일기획 경영전략부문장 겸임)을 맡게 됐다.
삼성은 2일 사장 승진 8명, 이동 및 위촉업무 변경 8명 등 모두 16명의 사장단 인사를 내정, 발표했다.
이서현 사장은 3년 동안 부사장 직책을 유지한 데다 이재용 부회장과 이부진 사장 등 다른 형제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승진이 늦어, 이번 인사에서 승진이 유력한 상태였다.
삼성 관계자는 "이 사장은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글로벌 패션 전문가로서 패션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고 패스트 패션과 아웃도어 사업 진출 등 신성장 동력 확보를 통한 회사의 성장 기반을 마련해 왔다"고 평가했다.
당초 부회장 승진 가능성이 점쳐졌던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승진 명단에서 빠졌다.
올해 삼성전자의 사상 최대실적 달성을 견인한 두 주역인 신종균 삼성전자 IT·모바일부문 사장과 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부문 사장도 부회장 승진 명단에 오르지 못했다.
이인용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은 "삼성전자는 올해 큰 성장을 했지만, 삼성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는 기간은 평균 7~8년 정도 걸린다"면서 "삼성전자의 시니어 사장단의 경우 4~5년 정도 부임했기 때문에 좀 더 시간이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두 사장의 부회장 승진이 아직 '시기상조'라는 뜻이다.
◇'성과주의' 원칙 반영…금융·건설 CEO 교체
삼성의 이번 사장단 인사는 삼성 특유의 '성과주의' 원칙이 반영됐다.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삼성전자에서 사장 승진자가 5명이나 나온 점이 이를 반영한다.
반면 상대적으로 실적이 좋지 않았던 일부 금융·건설 부문 CEO는 교체됐다.
이인용 사장은 "이번 사장단 인사는 '성과 있는 곳에 보상 있다'는 성과주의가 반영됐으며 삼성전자의 성공 경험을 계열사로 전파하려고 했다"며 "또 사업재편과 신성장동력 확보 등 혁신을 선도할 인물을 중용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김영기 부사장은 당사의 네트워크사업부장 사장으로 내정됐으며, 김종호 삼성전자 부사장은 당사 세트제조담당 사장(무선사업부 글로벌 제조센터장 겸임)으로 임명됐다.
삼성전자 조남성 부사장은 제일모직 대표이사 사장에, 원기찬 부사장은 삼성카드 대표이사 사장으로, 이선종 부사장은 삼성벤처투자 대표이사 사장에 각각 선임됐다.
삼성디스플레이 박동건 부사장은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으로, 삼성생명 안민수 부사장은 삼성화재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다.
삼성전자 전동수 DS부문 메모리사업부장 사장은 삼성SDS 대표이사 사장으로 이동했다. 삼성디스플레이 김기남 대표이사 사장은 삼성전자 DS부문 메모리사업부장 사장으로, 삼성화재 김창수 대표이사 사장은 삼성생명 대표이사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삼성카드 최치훈 대표이사 사장은 삼성물산 대표이사 사장 겸 건설부문장으로, 제일모직 윤주화 패션사업총괄 대표이사 사장은 삼성에버랜드 대표이사 사장 겸 패션부문장으로 이동했다.
삼성에버랜드 김봉영 대표이사 사장은 삼성에버랜드 대표이사 사장 겸 리조트·건설부문장으로 업무가 변경됐다.
◇박근희·정연주 부회장 일선에서 물러나…
이번 인사 결과 정연주 삼성물산 부회장, 박근희 삼성생명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또 고순동 삼성SDS 사장, 박종우 제일모직 사장 등도 현직에서 한발 물러섰다.
이인용 사장은 정연주 부회장이 퇴진에 대해 "정 부회장이 부임한 4년 동안 삼성물산을 글로벌 건설사로 성장시키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제 글로벌 건설사로서 도약하기 위해 어떻게 보면 후진에게 (자리를) 물려주는 명예로운 졸업이라고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삼성생명 박근희 대표이사 부회장은 삼성사회공헌위원회 부회장, 삼성벤처투자 최외홍 대표이사 사장은 삼성사회공헌위원회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삼성사회공헌위원회는 그룹 차원의 사회공헌과 대외협력 활동을 추진하는 곳으로 회사 경영과는 거리가 멀다.
당초 삼성은 3일 사장단 인사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삼성에버랜드와 제일모직의 조직 개편일에 맞춰 인사를 하루 앞당겨 발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삼성은 제일모직 패션 부문을 에버랜드로 이관하는 내용의 조직개편을 단행햇다.
삼성은 부사장 이하 임원인사를 이번주 내 각 회사별로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삼성그룹,사장단 인사 '성과주의' 반영
저작권자 © 이코노미21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