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전 국회 앞에서 전국대학강사노동조합,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공동주최로 `강사법 개선안 입법촉구`를 위한 공동 기자회견이 개최됐다.
전국대학강사노동조합 김영곤 대표는 모두 발언에서 “(강사의) 교원지위 회복은 1977년 강사 교원지위를 박탈한 박정희 유신정권의 우민정책에서 벗어나 학문연구와 교육지도에서 비판의 자유를 회복하는 것”이라며 대학이 예산을 이유로 이를 반대하는 것에 대해 “대학이 돈이 없다 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며 유은혜의원이 작성한 「4년제 사립대학 2016년 결산분석보고서」를 근거로 들었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2016년 4년제 사립대의 이월금이 7062억원이며 누적 적립금은 8조735억원에 달한다.
또한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 구슬아 위원장은 연대사를 통해 “이번 합의안으로 강사에 대한 보장 범위가 확장되었으며 방학 중 강사료 지급, 3년 간의 계약 보증 등 내용 면에서 진전을 확인 할 수 있다.”면서도 “이것으로 완벽하다.”고 말하기는 이르다고 주장했다. 구 위원장은 이어서 “강단에서 벌어지는 가시적 노동 뿐만 아니라 그것을 준비하기 위한 비가시적 노동 (연구, 수업준비, 평가, 채점 등) 역시 강사의 노동이며, 양질의 교육을 위해서 연구하고 가르치는 이의 처우가 일부 관철된 것은 유의미한 성과.“라고 발언했다.
죽음으로 촉발된 강사지위 개선 논의
강사관련 법안은 2010년 조선대 시간강사 고 서정민 박사가 열악한 시간강사의 현실을 비관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을 계기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듬해 2011년 주 9시간 이상 강의하는 강사에게 교원 지위를 부여하고 임용 기간을 1년 이상 보장해 주는 이른바 '시간강사법'이 국회에서 발의됐다.
그러나 최초 법안이 발의된 후 현재까지 네 차례나 시행이 유예됐다.
일부 강사들이 법안의 신분보장과 처우개선이 미흡하다며 반대했기 때문이다. 시간강사의 대다수가 주당 강의시간이 6시간에 못 미치는 상황이 고려되지 않았고, 일부 강사에게 강의를 몰아주면 대량 해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대학들도 재정 부담을 이유로 반대하는 등 이견이 좁혀지지 않다가 올해 들어 강사대표 4인, 대학대표 4인, 전문가 4인으로 “강사제도개선협의회”를 구성해 합의안을 만들게 된 것이다.
이번 개선안의 주요내용은 시간강사에게 교원의 지위를 부여, 임용 기간 중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임용 기간 중에는 의사에 반하는 면직이나 권고사직을 강요하지 않도록 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강사법이란 것이 별도로 있는 것이 아니고 법적 용어로 <고등교육법 일부 개정안>이다. 다만 그 개정안의 주요 내용이 고등교육법 제 14조(교직원의 구분)에서 강사를 교원으로 포함하고 이하 14조의2를 신설하여 여기에서 '강사'라는 조항을 별도로 다루어 지위와 권리를 규정한 것이다. 특히 강사에 관한 법률 부분인 14조의2와 관련된 법규 및 시행령을 통칭해 '강사법'이라 부른다.
개선안의 구체적 내용을 보면 대부분 대학에서 시간강사를 학기단위로 계약, 임용했지만 앞으로는 최소 1년 이상으로 계약해야 한다. 다만 기존 교원이 6개월 미만의 병가·출산휴가·휴직·징계·파견 등 사유로 한 학기 동안 자리를 비울 때는 1년 미만 계약이 가능하다.
특히 기존 강사법은 계약기간 1년이 지나면 자동 퇴직토록 했지만 개선안은 3년까지 재임용을 보장토록 했다.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는 한 최소 3년간은 재임용을 보장하고, 그 뒤에도 대학과 강사가 협의해 재임용 할 수 있다.
또한 대학은 수업이 없는 방학기간에도 시간강사에게 입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방학기간도 임용기간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한편 강사측 입장에서 “강사제도개선협의회”에 참여했던, 채효정 협의위원은 “이번 합의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일부 지적이 있지만 기존 강사들의 가혹한 현실을 이해해야 한다”며 “대부분 대학 강의의 절반을 시간강사가 수행하고 있지만 이들에게 돌아 오는 보수는 강의시간당 5~6만원 정도의 시급이다. 지방대학은 2~3만원 받는 곳도 허다하다. 강의준비를 위한 연구나 채점, 평가 등의 시간은 노동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 방학 때는 대부분의 강사가 실업자가 되어야 했다. 일단 숨이 트여야 다음을 기약할 수 있고 강사의 지위와 대학현실을 고려할 때 풀어야 할 것이 너무나 많아 한번에 풀기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그간 한국의 열악한 대학현실을 비판해 온 오슬로대학의 박노자 교수도 SNS를 통해 “한국의 너무나 열악했던 강사지위와 대학현실을 생각할 때 이번 개선안은 진전이라고 봐야 한다”며 지지의사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