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보수체계 연공주의 혁신은 빠져 있어
2020년 예산안 공무원 보수인상률 2.8%로 현 정부 최대폭
[이코노미21 조준상 선임기자] 연공주의에서 ‘늘공’(늘 공무원)은 해마다 일정액씩 보수가 올라가고, 근속 20년만 채우면 관대한 연금이 나온다. 일정한 위험을 동반하는 문제는 모조리 민간 부문에 떠넘기는 게 체질화해 있다. 남발되는 외부 연구용역 프로젝트는 ‘국가역량의 외주화’라는 평가까지 나오게 한다. 크게 무리하지 않고 평균 정도의 업무역량을 보이면 승진을 하는 데도 그다지 지장이 없다. 익숙해질 만하면 부서 이동을 하게 된다. 이전에는 다른 나라를 추격해서 따라잡는다는 일정한 사명감이라도 존재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이마저도 매우 희미해졌다는 조짐이 곳곳에 보인다.
2014년 4월 한국행정연구원이 수행한 ‘행정에 관한 국민의식 조사’에서 ‘공무원이 무사안일하다고 생각하느냐?’라는 물음에 응답자의 57.8%가 그렇다고 답한 5년여 전의 인식과 국민의 인식은 확실히 다르다고 자신하기는 매우 어렵다. 105만 공무원 사회는 가혹하다 할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임기를 절반 정도 지나고 총선이 채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집권여당 안에서 이런 고민이 고개를 들기 시작하는 모습이 보인다. 지난 8월28일 오영훈 의원실(민주당)과 국가인재센터, 지속가능한사회연구소 등이 ‘문재인 정부는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 정책감사와 개혁과제를 중심으로’ 토론회를 열었다.
참여정부 인사비서관 출신인 김용석 국가인재센터 소장은 105만 공무원 혁신과 관련해 ‘ 정년보장?’, ‘105만명, 구조조정?’, ‘실적평가, 승진과 퇴직 시스템 개선?’, ‘행정고시 출신이 다수를 이루는 채용구조 혁신?’, ‘국비유학 제도 개선?’ 등 물음표를 잔뜩 늘어놓았다. 그런 뒤 그가 내세운 답은 감사원 혁신이다. 핵심은 국가․지방자치단체 등 3만8700여개 기관의 회계업무 감사 의무 등 회계감사 일변도의 감사원 업무에 정책감사를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공무원 등이 성실하게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했을 경우 공익성․투명성․타당성이 인정되는 책임을 줄여주는 ‘적극행정 면책 제도’의 실효성이 있는지를 반문하며 회계감사도 더 엄격해야 한다고 말했다.
좀 더 큰 틀에서 감사원이 ‘국가운영포럼’을 가동하고, 미국처럼 플럼북(Plum Book)을 준비해야 하기 위해 국회 안에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연구단체를 등록하자는 제안도 했다. 플럼북은 4년마다 치러지는 미국 대통령 선거 직후 발간되는 일종의 인명록으로, 미국 연방정부의 공무원 현황을 수록하고 있다. 정식 명칭은 `‘미국 정부 정책과 지원 직책’(The United States Government Policy and Supporting Positions)이다. 경험적으로 주변에서 아는 사람이나 검증된 사람을 쓰게 되면서 대통령 중심의 좁은 인사 폭을 갖게 되고 이 방식이 갖는 한계를 넘어서보자는 것이다.
공무원 혁신은 현 정부가 강조하는 혁신성장이 이후에라도 열매를 맺기 위해서라도 필수적이다. 국가혁신역량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이 역량 회복을 위한 과제에서 김 소장의 물음표에는 한 가지가 빠져 있다. 공무원 사회의 지나친 연공주의에 대한 혁신이다. 얼마 전 인사혁신처가 6급 이하 공무원 보수체계의 지나친 연공주의에 기반한 호봉제를 수정하고 직무급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마련하려고 준비한다는 소식이 들려오기도 했다. 총선을 채 1년도 안 남긴 상황을 감안하면 공무원 군기를 다잡기 위한 성격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공무원 혁신에서 연공주의를 빼놓는다는 것은 뭔가 크게 비어있는 것이다.
2020년 예산안 공무원 인건비 들여다 보면 연공주의 혁신 빼놓을 수 있을까
공무원 사회의 반발은 이미 시작됐다. 2020년 예산안을 마련하는 작업을 하며 기획재정부는 지난 8월22일 내년 총지출 대비 공무원 인건비 비중을 8.2~8.3%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내용을 언론에 흘렸다. 이미 총지출을 510조원 이상으로 가져간다고 부총리가 이미 밝혔던 터라 올해 37조1천억원인 공무원 인건비(봉급+각종 수당)를 42조3천억원까지 높이려고 한다고 밝힌 것이다.
정부가 8월29일 의결한 2020년 예산안을 보면, 공무원 인건비 비중은 올해보다 1조9천억원 늘어난 39조원으로 총지출 대비 7.6% 수준에서 책정됐다. 정부와 공무원노조로 구성되는 공무원보수위원회가 결정한 보수인상률 2.8~3.3%에서 2.8%를 채택했다고 한다. 기재부가 흘린 것보다 낮아지긴 했지만 결코 낮은 게 아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최대폭이다. 2018년 2.6%, 2019년 1.8%였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018년 1.5%, 올해 1%를 밑도는 점을 감안하면 이것도 낮은 게 아니다. 게다가 최근 대법원은 공무원 복지포인트가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했다. 올해 공무원 복지포인트는 약 1조4500억원이고, 복지포인트를 상품권으로 지급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부문에 사용하게 한다는 명분으로 내년에도 최소 1천억원 이상 늘어날 게 확실하다.
이런 부분을 과연 정책감사로 해결할 수 있을까? 토론회를 돌아보며 드는 아쉬움이다. [이코노미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