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작 업계의 뛰어난 제작 기술력도 K콘텐츠의 경쟁력
디지털 마케팅을 효율적으로 사용한 비즈니스 모델 구축도 중요해
7월31일 기사에 이어집니다.
[이코노미21 김양미] 드라마 《미생》, 《재벌집 막내아들》, 《운수 오진 날》의 공통점이 무엇일까?
필자가 좋아하는 이성민 배우가 출연한다는 공통점도 있지만 모두 ‘웹툰을 원작으로 만든 드라마’라는 것이다.
웹툰 원작 드라마나 영화가 넘쳐난다. 《이태원클라쓰》, 《지옥》, 《지금 우리 학교는》, 《스위트홈》, 《마스크걸》 등 웹툰의 지적재산권(IP)을 원작으로 제작한 드라마는 공중파, 종편을 막론하고 글로벌OTT 오리지널 시리즈에는 비영어권 인기 10위 안에 몇편 씩은 있다. 네이버웹툰을 원작으로 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가 글로벌 Top 10에 진입할 확률은 100%로 집계된다고 네이버 웹툰 측도 말한다. 2019년부터 2023년 사이 출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중 네이버웹툰 원작인 경우는 26%에 달한다.
웹툰 지적재산권(IP)들이 좀비, 환생, 빙의 등 기존 드라마에서는 잘 나오지 않던 신선한 소재와 범죄, 스릴러, 미스터리 등 자극적인 스토리라인이 대중을 사로잡을 만하기에 글로벌 OTT사에서 오리지널 시리즈로 선호하고, 드라마제작사나 기존 미디어쪽에서도 이미 국내외 독자들에게 흥행성을 검증받은 점에서 투자하기에 용이하다. 아예 제작 초기부터 웹툰과 드라마를 공동 기획·개발하거나 웹소설, 게임, 영화 등 장르를 넘나들면서 재생산되는 OSMU(one/single source & multi-use, 우수한 기획을 통해 제작된 1차 콘텐츠를 시장에 성장시킨 후 재투자 및 라이선스를 통해 2차, 3차 콘텐츠로 발전시키는 전략-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정의)를 전략적으로 차용하는 경우도 많다.
신선한 소재와 흥행성이 검증된 지적재산권(IP)가 웹툰과 웹소설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생산되고 있고, 젊고 기발한 창작자가 네이버 웹툰 등 플랫폼을 통해 배출되고 있는 스토리 산업의 확대 현상이 필자가 꼽는 K콘텐츠의 세번째 경쟁력이고, 이는 K콘텐츠의 생명력과 지속성을 기대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6월 27일 네이버 웹툰의 미국법인 ‘웹툰 엔터테인먼트’가 미국 나스닥에 상장했다. 3억4500만달러(약 4785억원)를 조달하고 상장 직후 기업가치는 약 29억2달러(약 4조237억원)을 인정받았다. 물론 지금은 다소 주가가 낮아지긴 힜지만 지난 2004년 만화를 디지털 이미지로 변환해 주는 서비스로 시작해서, 창작자들의 발굴 통로이자 아마추어 창작자들의 수익원이 되어주고, 일본만화 '망가(漫画まんが, manga)'의 아성을 깨뜨리며 세로 스크롤 방식의 새로운 장르로 개척한 공로를 생각하면 존경과 찬사를 아낄 수 없다. 북미, 일본 뿐만아니라 유럽과 아시아까지 서비스영역을 확대하여 글로벌 IP플랫폼이 되기를 진심으로 축복하고 기대한다.
반면 살짝 걱정이 되는 것이 있다. 콘텐츠가 전세계적으로 흥행하면 창작자의 수익도 확대되어 좋을 것이라는 생각 한켠으로 창작자들의 성과보수가 극과 극으로 나뉠 가능성이 크고, 흥행성공한 IP의 가치가 높아지면 글로벌OTT가 IP를 직접 구매할 수 있는 거래의 통로가 생기는 만큼 상대적으로 열악한 국내 제작사들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현상들이 발생하지 않을 까 염려된다. 실제로 작년 네이버웹툰의 상위 100위권 안 창작자의 연 평균 수익은 100만 달러(약 12억원)이나 된다고 하니 창작자들의 성공사례와 성과 보수가 커져 좋긴 하지만, 국내 콘텐츠 제작사들은 높아진 IP비용을 감당할 제작비용을 충당하기도 어려워지고 투자회수도 어려워질 것이다. 제작비용과 자금조달, 지적재산권에 대해서 다음 기회에 상세히 다뤄보고자 한다.
네번째로 꼽고 싶은 K콘텐츠의 경쟁력은 국내 제작 업계의 뛰어난 제작 기술력이다. 컴퓨터그래픽(CG), 특수효과(VFX)와 음향보정, 더빙, 특수분장 등 제작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국내에 많다.
지난해 9월 ‘넷플릭스 파트너 데이’에서는 우리나라의 제작기술 분야 우수기업들이 소개되었는데 특수 분장 전문 기업 ‘셀’, 음향 회사 ‘라이브톤’, 더빙 및 자막 전문 미디어 그룹인 ‘아이유노 SDI 그룹’ 등과 함께 VFX 분야 기업들도 언급되었다.
‘VFX’는 무엇의 약자일까 퀴즈를 내면 보통 “음…버추얼(virtual)…필름(film)…” 이렇게 말하곤 한다. 실은 ‘Visual Effects’ 의 약자로 문자 그대로 ‘시각특수효과’이다.
VFX분야 가장 많은 일을 하는 기업은 ‘덱스터스튜디오’로 영화감독인 김용화대표가 2011년 설립하여 2015년 기술특례로 코스닥에 상장된 기업이다. 컨텐츠에 기술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넘어 SF 시나리오 공모나 영화를 자체 기획 제작하고 있는데 그 유명한 《신과 함께》시리즈와 《백두산》, 《모가디슈》를 직접 제작했으며 《부산행》, 《아스달연대기》, 《기생충》, 《승리호》, 《외계+인》, 《기생수: 더 그레이》 등 수많은 제작에 참여했다.
‘모팩 스튜디오’는 한국 VFX의 선두주자로 CG업계 1세대로 불리우는 장성호 대표가 1994년 설립해 30년간 300편 이상의 VFX작업을 진행하였고 《JSA 공동경비구역》, 《해운대》, 《7광구》 등의 영화와 드라마 《태왕사신기》, 《별에서 온 그대》 등의 작업을 책임지며 대종상, 청룡영화제 등의 시각효과상을 수상한 화려한 이력을 자랑한다
이 외에도 CG/VFX 분야에서 VR, AR을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메타버스영역까지 확장하고 있어 VR 휴먼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에 참여하여 화제가 된 ‘비브스튜디오스’, 영화, 드라마제작 뿐만아니라 뉴미디어 콘텐츠제작까지 하는 ‘위지윅스튜디오’, 한국 영화에 VFX가 도입될 초기에 일하던 3개의 업체와 바른손이 합병하여 《쓸쓸하고 찬란한 神 - 도깨비》의 VFX를 담당했던 ‘바른손 디지털 아이디어’, 기업공개를 앞두고 있는 ‘엠83(M83)’ 등등 수많은 기업들이 활동하고 있다. 주연과 감독, 작가 외에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역할을 다하는 기업들을 이 지면을 통해서 라도 소개하고 싶었다
현재 VFX 산업은 대규모 설비 투자에 따른 생산성이나 기술 차별성보다 인력에 의존한 경쟁력으로 판가름 나는 치킨게임양상이 있다. VFX 용역을 수주, 총괄하는 핵심 인력이 이탈하여 경쟁사가 되는 구조인데 K콘텐츠의 글로벌 성과에 의해 발주처가 다양해지고 있을 때 R&D와 기술경쟁력을 더욱 강화하여 제대로 된 산업 생태계를 구성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다섯 번째로 소셜미디어(SNS)를 활용한 디지털 마케팅을 효율적으로 사용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한 것을 들겠다. 방탄소년단이 데뷔 초 팬들과 SNS를 통해 소통하면서 함께 성장한 이야기를 앞서 한 바 있다. BTS의 팬클럽 이름이 “A.R.M.Y”라는 것은 잘 알 것이다. 군대라는 뜻으로, 방탄과 늘 함께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Adorable Representative M.C for Youth (청소년을 위한 사랑스러운 대변인 MC)”의 약자이다.
SNS에서는 아티스트와 팬사이에서도 상호교환식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지만, 팬들 사이에서도 가능하고 속도도 매우 빠르고 국경도 초월하여 전파된다. 이것이 한류의 빅뱅기를 만들었던 것이다. 요즘에는 음악, 드라마, 영화, 게임 등 모든 콘텐츠의 기획 단계부터 SNS를 통한 홍보와 팬덤 확대 방안이 글로벌하게 준비된다. 세계 최대 동영상 서비스인 유튜브에 BTS의 하이브가 4K급 초고화질 뮤직비디오를 무료로 공개해 버린 전략이 그것이다. 화려한 볼거리를 무료로 제공하고, 세대공감과 세계관을 입혀 팬들 스스로가 서로 공유하며 소통하고 끊임없이 소비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넷플릭스, 디즈니 등 글로벌OTT에 드라마나 영화를 공개하는 것 또한 그렇다. 1인 영화관람료 보다 1회 시청당 수익이 낮지만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술을 결합해 정교하고 개인화된 추천을 해주는 “추천알고리즘”을 통해 한국드라마 한 편을 보면 #한국드라마 #로맨틱코미디 #좀비 가 떠서 록인(Lock-in)시키고 계속해서 콘텐츠를 소비할 수밖에 없도록 하는 전략적 계산이 숨겨져 있다.
SNS플랫폼의 궁극의 전략은 소비자들을 록인(Lock-in)시키는 것이다. 세계적 경쟁력의 IT인프라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IT 사용지수가 높다 보니 SNS 플랫폼 성격을 너무 잘 파악하고 이를 콘텐츠 종사자들이 비즈니스 모델에 적용해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던게 아닐까 생각된다. [이코노미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