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나왔던 규제 방안들이 총동원된 것을 보면 무슨 일이 있어도 판교만은 꽁꽁 묶어두겠다는 정부의 단호한 의지를 느낄 수 있다.
이미 민간에 분양된 25.7평 이하 소형 주택을 제외하고 공영개발 방식이 전면 도입된다.
원가연동제와 채권입찰제가 실시되고, 10년 동안 분양받은 아파트를 전매하는 것도 금지된다.
‘판교 로또’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이중 삼중의 규제를 동원해 로또로서의 상품성을 아예 없애버린 셈이다.
그러나 이것은 판교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을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포기해 버린 것이기도 하다.
판교는 판교만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최근의 판교 대책에서 부동산 문제에 대한 정부의 기본적인 시각을 읽어낼 수 있다.
첫째는 분양 아파트를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정부에서 임대주택 활성화를 말하고 있지만, 분양 아파트를 포기하는 것은 너무 급격한 변화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얼마 전 주택건설업계에서 임대타운으로 가느니 차라리 분양가 규제를 다시 해달라고 제안했던 것과도 궤를 같이한다.
주택건설협회 관계자는 “정부에 정식 건의서를 제출한 것은 아니지만, 부동산 안정대책을 굳이 하겠다면 차라리 분양가 상한제를 실시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언론을 통해 밝힌 적이 있다”고 말했다.
분양 유지하는 한 ‘특혜’ 시비 끊이지 않아 그러나 분양을 유지하는 한 ‘특혜’ 논란은 근본적으로 사라질 수 없다.
판교는 주택건설촉진법에 따라 해당 지역의 토지를 강제 수용해 조성한 공공택지다.
공익을 목적으로 개인의 재산권을 법으로 제한해 만든 땅인 셈이다.
기존에는 이 땅을 민간건설업체가 싼값에 분양받아 아파트를 지은 후, 분양가를 마음대로 올려 엄청난 폭리를 챙겨가는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나온 것이 공영 개발과 원가연동제다.
그러나 이럴 경우 비교적 저렴한 분양가로 최초 분양을 받는 사람이 주변 시세와의 차익을 고스란히 가져가게 된다는 문제가 또 발생한다.
공공 목적으로 조성한 택지에서 발생하는 이득을 민간건설업체가 챙겨가는 것이 문제라면, 아파트를 싼값에 분양받은 개인이라고 해서 문제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그래서 또 나온 것이 채권입찰제와 10년 전매제한이다.
채권입찰제는 최초 분양가와 주변 시세의 차이의 일정 비율만큼 국민주택채권을 사도록 해 그 차익을 환수하겠다는 것이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채권입찰제는 98년까지 시행되다 폐지됐던 제도”라며 “매입한 채권을 할인하면 50~60%를 바로 회수할 수 있어 실제 환수 효과는 절반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채권입찰제가 시행되면 초기 자금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에 일반 서민들의 집 장만은 오히려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10년 전매제한의 경우 더 큰 말썽의 소지를 안고 있다.
주택건설협회 관계자는 “정부에서 주택을 구입할 때 전매제한을 알고 사는 것이기 때문에 재산권 침해가 아니라고 하지만, 얼마 지나면 주민들이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라며 “정권이 바뀌면 정책이 또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오히려 과도한 규제로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성만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얘기다.
일부에서는 불법 전매의 가능성을 우려하기도 한다.
매매계약서의 공증을 받거나, 채권 담보를 설정하는 등 편법 전매의 길은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쪽에서 전매제한 기간 동안 부득이한 사정으로 집을 팔아야 할 경우 공공이 최초 분양가에 정기예금 이자만을 붙여 되사주는 방안도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나 정기예금 이자를 반영해 주는 것이 옳으냐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도 적지 않다.
자기 책임으로 집(자산)에 투자를 한 것인데 거기에 일정한 수익률을 보장해 주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주식투자에 대해서도 정기예금 이자만큼의 수익률을 항상 보장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물론 이런 논란을 모두 피해간다 해도 문제는 남는다.
공공택지에 공영 개발 방식으로 지은 아파트를 특정 개인에게 분양한다면, 채권입찰제와 10년 전매제한을 동원한다 하더라도 특혜의 정도가 다소 줄어드는 것일 뿐이지 특혜라는 성격 자체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판교 공영 개발 통해 정책 전환점 마련해야” 100% 영구임대주택으로 지을 경우 이런 복잡한 문제들은 간단하게 해결된다.
전강수 교수는 “판교를 100% 영구임대주택으로 짓는 것은 주택정책 방향의 일대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판교 임대타운 건설은 임대주택 활성화라는 정책 방향과도 잘 맞아떨어진다.
현재 2.5%에 불과한 공공임대주택 비율을 앞으로 2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다.
이 계획을 실현하려면 앞으로 개발되는 공공택지에 모두 임대주택을 지어도 모자랄 지경이다.
게다가 판교를 다양한 평형이 들어간 임대타운으로 조성할 경우 강남, 분당 등 주변 집값을 끌어내리는 등 투기를 억제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결국 각종 규제로 꽉 짜인 판교 대책은 쉬운 길을 놓아두고 먼 길을 고집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판교 대책과 관련해 또 하나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집값 하락에 대한 정부의 뿌리 깊은 불안감이다.
집값이 폭등하는 것도 문제지만 절대 떨어져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최근 재경부에서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실질주택가격이 90년대 초반에 비해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는 통계자료를 낸 데서도 이러한 정부의 인식의 일단이 잘 드러나고 있다.
최소한 집값은 현재 수준을 유지하거나 조금 더 올라야 한다는 것. 그러나 현재의 집값은 2001~2002년의 부동산 투기로 인해 이미 한계 수준을 넘어서 있는 상태다.
지난해 집값이 일시 조정을 받았다고는 해도 하락 폭은 미미한 수준에 불과했다.
투기로 한차례 뛴 가격을 인정하고, 거기서부터 출발하겠다는 것은 편리하기는 하지만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다.
자동차나 핸드폰 등 생산경제와 주식, 주택 등 자산경제는 근본적인 작동 매커니즘이 상이하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생산경제는 철저히 수요와 공급에 따라 움직인다.
자동차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자신의 필요 이상으로 여러 대 구입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나 주식이나 주택시장에서는 그런 일이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다.
수요와 공급이 아니라 투기심리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이다.
생산경제와 자산경제는 가격 결정의 방식도 전혀 다르다.
자동차의 가격은 전체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되며, 모든 자동차가 그렇게 정해진 똑같은 가격으로 판매된다.
그러나 주식이나 주택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주식 발행 총 물량 가운데 실제로 거래되는 물량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렇게 결정된 가격이 다른 주식에도 적용돼 평가가격은 똑같이 올라간다.
놀라운 것은 모든 주식이 그렇게 결정된 가격에 매매되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점이다.
차익을 실현하겠다고 매물이 쏟아지면 당장 가격이 폭락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주택시장도 마찬가지다.
이는 자산경제가 구조적으로 투기에 취약한 특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투기라고 판단될 때는 거기에 걸맞는 대응이 필요하다.
집값, 소득에 비해 턱없이 높은 게 문제 전체적으로 볼 때 우리 경제는 2001~2002년 불어닥친 부동산 투기의 여파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진단할 수 있다.
장기화되고 있는 내수 침체가 이를 분명하게 확인시켜 주고 있다.
천문학적인 은행대출금을 능력 이상으로 끌어다 투기에 동참한 많은 가계들이 미처 정상적인 상태로 복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내수 회복을 위해서는 집값이 30~40% 하락해 주택에 묶여 있는 돈이 풀려나 흐르도록 해줘야 한다.
최근의 부동산과 관련해 정말 문제가 되는 것은 하늘 높을 줄 모르고 치솟는 강남의 집값이나 일부 투기꾼들이 아니다.
강남의 아파트값이 20억원을 한다고 해도 우리의 삶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일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의 집값이 전반적으로 소득 수준에 비해 턱없이 올라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집값을 끌어내릴 수 있는 정책당국의 용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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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인터뷰에서는 그러한 주장이 나온 배경에 대해서는 거의 소개되지 못했다. 그러나 김광수 소장은 2001년 2분기부터 2003년 3분기 사이에 벌어진 부동산 투기에 동원된 가계의 투자 규모와 그 여파에 대해 비교적 정확한 분석을 해놓고 있었다. 1년이 지난 현재 시점에서도 그의 분석은 여전히 많은 것을 시사해 주고 있다. 김 소장은 “정부에서 집값을 절대 떨어뜨릴 수 없다는 데 집착해 1년 동안 여러 가지 정책을 폈지만 결과적으로 모두 실패했다”며 “올 초 집값 상승을 고려하면 주택가격은 30~40% 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소장은 2001~2003년까지 가계가 부동산 투기에 쏟아부은 자금의 규모를 137조~183조원로 추정하고 있다. 이 가운데 110조원은 은행 차입금, 27조~73조원은 자기자금으로 분석됐다. 김 소장이 부동산 투기에 동원된 가계의 은행 차입금 규모를 계산해 낸 방식은 단순하지만 획기적이다. 한국은행에서 분기별로 발표하는 자금순환표를 활용한 것이다. 김 소장은 “부동산 투기의 실체와 그 경제적 영향을 체계적으로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유일한 방법은 모든 실물 투기 거래에는 반드시 투기 관련 금융 거래가 동반된다는 점에 주목해 이를 찾아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투기로 인해 개인의 금융이자수지는 +6.3조원에서 -6.5조원으로 반전됐다. 전체적으로 약 -13조원가량의 이자수지 기회손실을 떠안게 된 것이다. 이러한 이자수지 기회손실을 만회할 수 있는 적정수익률은 7.1~9.5% 수준이 된다. 반면 이 기간 동안 전국 도시 지역 아파트 상승률은 49.5%, 서울 지역 아파트가격 상승률은 59.8%를 기록했다. 김 소장은 이처럼 실현된 가격에서 적정수익률을 뺀 부분을 부동산 투기 버블로 보고 있다. 문제는 -13조원의 이자수지 기회손실 부담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 부분이 바로 내수 위축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13조원이면 GDP의 2%가 넘는 규모다. 바꿔 말하면 GDP 2%에 해당하는 소비가 줄어든 것이다. 김 소장은 부동산가격이 2004년 상태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 2007~2008년에야 비로소 부동산 버블이 해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부동산가격이 10%, 20% 하락하면 그 시기는 2006~2008년, 2005~2007년으로 앞당겨질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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