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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칼럼]당신이라면 어떻게 조언했을 것인가?
[커리어칼럼]당신이라면 어떻게 조언했을 것인가?
  • 신현만/ 커리어케어 대표이사
  • 승인 2006.01.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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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헌팅회사 사장으로 일하다 보니 많은 사람들의 자문요청을 받게 된다.
계속되는 자문에 응하다 보면 업무가 헝클어지고, 잘못 조언했을 경우 폐해가 커서 부담이 적지 않다.
그래서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도망가게 되는데, “인생의 갈림길”이라며 압박해 오는 사람들을 만나면 외면하기가 쉽지 않다.
다음은 최근에 만났던 한 여성의 경우다.
여러분이 헤드헌터라면, 한 사람의 진로에 큰 영향을 주는 커리어 컨설턴트라면, 어떻게 조언을 했을까? 내가 이 사람과 같은 처지에 놓였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K씨는 대학에서 중국어를 전공한 30대 초반의 여성이다.
졸업 후 특허사무소에서 2년간 중국 관련 문서를 번역하다 중소기업으로 자리를 옮겨 다시 2년간 총무로 일하면서 중국 관련 서류를 번역하는 일을 했다.
이렇게 지내던 어느 날 그는 문득 자기 미래의 끝이 보였다.
이대로 가다가는 얼마 지나지 않아 전문성도 이렇다 할 경력도 없는 평범한 중소기업의 사무직 직원으로 남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이 공습했다.
결국 ‘이래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해 과감하게 회사를 그만두고 중국으로 건너가 1년 동안 중국어 공부를 했다.
귀국 후 열심히 구직활동을 펼친 결과 다행히도 그는 여러 기업으로부터 제안을 받을 수 있었는데, 그 중 두 곳을 놓고 마지막까지 저울질을 하게 됐다.
하나는 장래성이 있는 IT분야의 벤처회사였다.
중국사업을 막 시작하려는 이 회사는 그를 중국마케팅 담당자로 뽑고 싶어했다.
그는 중국어를 전공한 데다 그동안 중국 관련 회사에서 일했고 중국 어학연수까지 다녀왔기 때문에 부담이 적었다.
회사의 중국사업이 초기단계여서 일이 많긴 하겠지만 배우는 것도 상대적으로 많을 것이고, 여기서 성과를 내고 열심히 배우면 좀더 큰 기업으로 옮겨서 본격적으로 마케팅 전문가로 성장해 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그는 이제껏 마케팅 업무를 해보지 않은 데다 벤처기업이라는 게 걸렸다.
벤처는 아무래도 안정성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또 마케팅 전문가가 되면 좋겠지만, 자칫하다가는 영업지원자에 머물 가능성도 있었다.
중국사업부서의 경우 사업초기 단계여서 인원이 적은 데다 핵심인력들은 반 년씩 중국의 현지 근무를 원칙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에게 마케팅 지식과 경험을 전수해 줄 사람이 거의 없었다.
특히 성장하는 벤처기업의 특성상 근무강도가 세서 토요일 근무는 기본이고 야근과 휴일 근무도 잦을 것 같았다.
출산휴가도 없어서 아이를 낳고 나면 직장을 새로 얻는 게 불가피해 보였다.
그의 관심을 잡아 맨 또 하나의 기업은 중국계 공연예술 마케팅 회사였다.
그는 2년쯤 뒤에 본격적으로 한국에 진출하기 위해 현재 준비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회사로부터 ‘같이 일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공연은 성장일로에 있는 엔터테인먼트산업의 주요한 분야다.
또 이 기업은 중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전체로 볼 때도 상당한 위치에 있는 기업이었다.
만약 근무기간 중 업무를 제대로 배울 수만 있다면 공연 전문가로 미래를 열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장래가 유망한 평생직업을 얻게 되는 것이다.
이 회사는 또 주5일 근무제라는 장점도 있었다.
그렇지만 장점만큼 단점도 많았다.
우선 그는 공연을 좋아하긴 했지만 지식이나 경험이 거의 없었다.
중국기업이 자신을 원하는 것은 단지 중국어를 전공하고 중국 관련 기업에서 근무하고 중국문화를 이해한다는 점 때문이지 그가 공연 분야의 전문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 아니었다.
이런 상황에서 그가 공연 전문가로 성장할 가능성은 미지수였다.
만약 그가 전문성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출산 이후에 이 회사에 계속 근무하기가 어렵다면 재취업이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엔터테인먼트산업의 특성상 인력수요가 적은데다 알음알음으로 사람을 찾는 경우가 많아서 자칫하면 일자리를 얻지 못해 애를 먹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자, 당신이라면 이 사람에게 어떤 얘길 해줄 것인가? 신현만/ 커리어케어 대표이사 mannn@careerca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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