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시스템의 의존도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정보화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정보시스템 감리(監理)’가 그 무엇보다 중요해진 까닭이다.
정보시스템 감리는 정보시스템의 효과성·효율성 및 안전성 향상을 위해 정보시스템의 구축·운영에 관한 사항을 종합적으로 점검·평가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통해 정보화 추진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는 게 업계 한 관계자의 귀띔이다.
특정업체 몰아주기 의혹 불러 정보시스템 감리의 필요성은 이미 수년 전부터 제기돼 왔다.
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전산원이 지난 2002년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4%가 “정보시스템 감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현재 정보시스템 감리의 중심은 한국전산원이다.
지난 99년 전까지 한국전산원은 정보시스템 감리를 전담했다.
감리업무가 민간업체에 이관된 이후에도 위탁감리를 통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전산원에 등록돼 있는 감리업체는 총 24개다.
하지만 한국전산원의 위탁감리 업무를 둘러싸고 볼멘소리가 새어나온다.
‘한국전산원이 발주하는 감리가 지나치게 편중돼 있다’는 게 불만의 골자. 사실 이는 어제 오늘의 불만이 아니다.
감리가 민간기업에 위탁된 99년 이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03년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강재섭 의원이 질의한 내용이다.
“한국전산원이 위탁감리를 하는 경우 공개경쟁입찰방식으로 감리업체를 선정하고 있지만 일부 업체에 집중적으로 위탁을 하고 있어 형평성에 어긋나 있지 않느냐는 의문을 가지게 한다.
” 강 의원에 따르면 2000~2003년 한국전산원은 총 53억원의 위탁감리 사업을 발주했다.
그 중 한국전산원 출신이 각각 대표감리인, 대표이사로 재직하고 있는 한국전산감리원, 에이스솔루션 등 두 개 업체가 16억2천만원을 수주했다.
전체 사업비용의 30%에 해당하는 수치다.
그렇다면 최근엔 어떨까. 2005년 한국전산원 발주 및 수주 현황에 따르면 특정업체의 편중현상은 완화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국전산원은 2005년 총 96개의 감리사업을 발주했다.
그 중 한국전산감리원, 에이스솔류션이 총 37개 사업을 수주했다.
이는 한국전산원 전체 사업 규모의 40%에 해당한다.
사업 비용은 한술 더 뜬다.
2005년도 한국전산원의 총 감리비 예산은 약 56억원. 그 중 한국전산감리원과 에이스솔루션이 수주한 비용은 전체의 52%에 해당하는 약 30억원이다.
그럼에도 한국전산원측은 ‘독점현상은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전산원의 위탁감리발주는 <전자정부지원사업 관리지침>에 따라 공개 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특혜는 아예 불가능하다’고 목청을 높인다.
한국전산원 이병만 감리연구팀장은 “입찰에서 떨어진 업체가 이유 없이 의혹을 제기하는 것일 뿐”이라면서 “지난해 비슷한 문제로 투서가 들어와서 정통부로부터 감사까지 받았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확인을 받았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감리사업을 독점하고 있다는 한국전산감리원과 에이스솔루션의 올 상반기 사업 수주실적은 상당히 낮아졌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팀장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지난해 8~9월 한 달 간 한국전산원에 대한 종합정기감사를 실시한 정통부는 한국전산감리원, 에이스솔루션의 감리 편중현상을 지적했다.
그 일환으로 “감리 편중을 완화시킬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라”는 공문까지 하달했다.
이는 구속력이 있는 처분이다.
정통부 감사 “편중현상 심화돼 있다” 정통부 신병철 감사관은 “한국전산원이 발주한 감리가 특정업체에 편중되는 현상이 심화돼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따라서 한국전산원에 제도개선 처분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논란의 당사자 한국전산감리원과 에이스솔루션측은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한국전산감리원 김희태 이사는 “제안서뿐 아니라 감리기술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에 수주를 많이 한 것이지 특혜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고 목청을 높였다.
에이스솔루션 임만택 이사도 “특정업체가 감리사업을 독점하고 있다는 것은 완전 잘못된 이야기”라면서 “오히려 올 상반기 때 사업을 전혀 수주하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한 반론 역시 만만찮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감리는 통상 하반기에 몰리기 때문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면서 “올 연말 분석을 보면 특정업체의 편중현상이 낱낱이 드러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처럼 한국전산원이 발주하는 감리사업을 둘러싸고 ‘편중화 논쟁’이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
한국전산원과 독점업체로 거론된 한국전산감리원, 에이스솔루션은 “독점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실체 없는 독점화 주장 때문에 우리가 손해보고 있다”고 목청을 높인다.
이를테면 ‘역차별론’이다.
반면 중소 감리업체는 여전히 ‘독점화 현상’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과연 누가 진실을 말하고 있는 것일까. 2006년 말 한국전산원 감리사업 발주 및 수주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윤찬 기자 chan4877@economy21.co.kr
정보시스템 감리를 이해하기 위해선 ‘정보시스템 통제’와 ‘소프트웨어 품질보증’을 인지해야 한다. ‘정보시스템 통제’는 정보시스템의 기획·개발·운영·유지보수 전반에 걸쳐 효과성·효율성·안전성 및 준거성에 반하는 위험을 예방하고 통제하는 수단을 확보할 수 있는 체계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소프트웨어 품질보증’은 품질속성을 소프트웨어 제품의 기능성·신뢰성·사용용이성·효율성·유지보수성에 두고 이의 적정 수준 달성을 위한 검토 및 평가활동과 제품을 생산하는 절차 개선에 초점을 맞춘다. ‘정보시스템 감리’는 이 같은 정보시스템 통제와 소프트웨어 품질보증 개념을 포괄적으로 수용, 정보 시스템의 효과성·효율성 및 안전성을 증진시키고 정보기술의 활용에 수반되는 각종 위험 및 통제 상태를 객관적인 입장에서 종합적으로 점검·평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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