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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런트] 개인파산 급증…순기능도 있다
[커런트] 개인파산 급증…순기능도 있다
  • 황철 기자
  • 승인 2006.08.0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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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극적 면책제도 활성화 기여 … 생계형 채무 불이행자에겐 ‘희망’ 수렁에 빠진 서민 경제가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가계부채 규모가 500조원대에 이르렀고, 금융자산 대비 부채 비율은 50%를 넘어섰다.
그 결과 과도한 채무를 이기지 못한 서민들의 개인파산이 폭증하고 있다.
개인파산 신청 건수는 올 상반기에만 5만명에 육박, 연간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이 비관적이지만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위험 수위에 달한 경기 침체와 가계 불안은 우려할 일이지만, 개인파산 등 면책제도 활성화로 293만명에 달하는 채무 불이행자(신용불량자)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이러한 주장에는 그동안 정부나 금융기관이 내놓은 사적 채무조정제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불신감이 깔려있다.
원금 상환에 초점을 맞춘 현행 제도로는 빚더미에 오른 서민들을 구제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일각에서 개인파산 등 채무 면책제도를 더욱 확대할 수 있도록, 제도 정비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개인파산, 여전히 미미한 수준 대법원이 밝힌 개인파산 신청자는 올해 들어서만 4만9천581명(6월 말 기준)에 이르렀다.
통합도산법이 개정된 지난 4월부터는 매달 1만명 이상씩 증가해 4월 1만247명, 5월 1만304명, 6월 1만1천351명이 파산을 호소했다.
이런 추세라면 연말에는 15만명을 돌파할 가능성도 크다.
지난해 신청 건수가 3만8천여건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가히 폭발적 증가라 불릴만한 수치다.
그러나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열악한 개인회생제도의 현주소가 여실히 드러난다.
우리나라 과중채무자들의 면책 정도는 채무자나 부채 규모에 비해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과거 신용불량자로 불리던 채무 불이행자가 293만명에 달하고, 잠재 파산자 수도 최대 120만명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파산 신청자 5만명은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
선진국과 비교하더라도 우리나라 채무 면책율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금융부채나 지급이자비율이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월등히 높지만, 과잉 채무자에 대한 면책 정도는 턱없이 낮다.
지난해 말 국내 가계의 금융자산 대비 부채 비율은 50.4%에 달한다.
20~30%대에 머물고 있는 일본, 미국, 영국에 비하면 배 이상 수준이다.
그러나 개인파산 신청건수는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의 20배, 미국은 50배 이상이다.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 유경원 과장이 발표한 ‘최근 개인파산 급증 현상과 정책과제’라는 보고서에는 이러한 문제점을 상세히 기술하고 있다.
유 과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주요 선진국에 비해 가계부채의 건전성은 취약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반면, 개인파산 신청 건수는 경제나 인구 규모를 감안했을 때 상당히 적은 편”이라며 “개인파산 신청이 경제적인 요소 이외에 사회적·제도적 요인 등에 의해 제한적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특히 실질적인 파산 상태에 있으면서도 파산을 신청하지 않는 비공식 파산자가 상당 수 존재함을 시사한다”고 보고하고 있다.
그러면 개인파산제도를 제약하고 있는 사회적·제도적 요인은 무엇일까. 정부와 금융기관이 주도하고 있는 사적 채무조정제의 맹점이 일차적 원인으로 지목된다.
원금 상환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신용불량자 대책과 개인 워크아웃 등 사적 채무조정제도가 실질적인 효과를 도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지난해부터 정부가 가동하고 있는 배드뱅크 ‘희망모아’는 지난 4월 말까지 20만명 이상의 신청자를 내며, 개인 연체자의 신용 회복에 일조하고 있다.
그러나 변제 능력을 상실한 개인 연체자들에게는 무용지물로 전락한지 오래다.
3개월 이상 상환을 이행하지 못하거나, 중도에 탈락한 인원이 28%대에 달하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에 따르면 배드뱅크 총 신청자 21만 2천403명 중 13%인 2만8천455명이 3% 선납금을 내지 못해 프로그램에서 탈락했다.
또 3개월 이상 연체로 기한이익을 상실한 사람도 지난해 5월까지 2만 4천109명에 달했다.
이선근 민노당 경제민주화운동본부장은 “채권금융기관에게 배드뱅크는 부실채권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와 부채 상환에 따른 배당 등을 제공하지만, 채무자에게 실질적인 채무조정 효과가 없다”며 “채권기관에게 빚 회수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지만, 채무자에게는 가혹한 변제 조건을 강요하는 문자 그대로 '배드'(Bad)뱅크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금융기관의 채무조정제 역시 과잉 채무자에게 실질적 혜택을 주지 못하고 있다.
신용회복위원회가 의욕적으로 진행 중인 개인워크아웃제는 표면적으로 신청자 수 59만3천134명(6월 말 현재)을 기록하며,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내면을 들여다보면 정부의 배드뱅크와 별반 상황이 다르지 않다.
신청자 중 20% 이상이 빚을 상환하지 못한 채 중도 포기했고, 신용회복 지원 신청 건수 역시 3월 이후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지난 1분기만 해도 매달 9천명선에 달하던 신청자 수가 4월 7천514, 5월 6천982명, 6월 6천398명으로 감소했다.
사회적 장애 제거, 선행돼야 과잉 채무자들의 자생적 회생 통로가 좁아지고 있다는 점도 채무면책제도 활성화를 가로막는 장벽이다.
단적인 예로 개인파산 신청자들이 면책 결정을 받더라도, 사회적 불이익이 이들의 회생을 방해한다.
이들은 법원의 파산 결정과 함께 취업 취약계층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신용회복지원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제도적 맹점이 개인 회생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취업의 장애물이 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은행연합회 등 금융권에서는 이들의 파산이나 면책이 결정되면, 관련 정보를 7년 동안 특수기록으로 남겨 신용평가 참고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대출 등 금융거래 제약은 물론, 일반 기업체에서도 이를 고용상 결격 사유로 분류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대부분 극빈층에 속하는 개인파산자들은 채무를 면책 받더라도 사회적 장애에 봉착, 절대빈곤 상태를 지속할 수밖에 없게 된다.
황철 기자 biggrow@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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