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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런트] 대기업 위주 정책…중소기업‘벼랑끝’
[커런트] 대기업 위주 정책…중소기업‘벼랑끝’
  • 황철 기자
  • 승인 2006.09.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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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 양극화 대책 없나] 2년간 중소 건설사 부도 223개…최저가 낙찰제, 후분양제도‘악재’ 건설산업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계속되는 건설경기 악화로 건설 물량이 정체되면서, 중소형 업체들이 자금난을 호소하고 있다.
정부 주도의 사업 역시, 대규모 도시개발계획에 집중돼, 대형업체들의 시장장악력만 더욱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최저가 낙찰제, 주택시장 후분양제 시행 등 제도적 악재들이 겹치면서 건설업계의 ‘빈익빈 부익부’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대형사 물량 독식에 중소업체 줄도산 건설경기의 장기 침체 현상이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
공공, 민간부문 할 것 없이 건설 물량은 정체 상태에 놓여 있고, 업체들의 공사 계약도 수개월간 감소하고 있다.
지난 달 대한건설협회가 집계한 건설공사 계약액 현황을 보면 악화일로에 있는 건설경기를 체감할 수 있다.
지난 6월, 건설공사 계약액은 10조 5천635억으로 전년 동월 대비 7.1% 감소했다.
지난 2월 이후 4개월 연속 줄어든 수치다.
공공부문은 항만, 토지조성, 철도 등의 부진으로 전년 동월대비 23.6%나 축소됐고, 민간부문도 건축부문만 전년 수준을 유지했을 뿐 토목부문은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올 상반기 전체적으로 봐도 공사계약액은 전년 동기 대비 11.7%나 줄어들었다.
하반기 전망 역시 암울하기만 하다.
재건축 개발 부담금, 종합부동산세 대상 확대 등 건설경기를 위축시킬 각종 규제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건축업계 관계자는 “공공 부문의 발주 물량 감소나, 주택시장 위축 등이 하반기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건설 경기를 위축시킬 제도들이 올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지속적으로 예고되고 있어 이래저래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이러한 건설경기 침체가 중소 건설업체들의 줄도산을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2년간 부도업체 수는 223개. 올 들어서만 7월까지 58개 건설사가 부도 신고를 했다.
건설업계는 부도 건설사의 대부분이 지방 중소업체들에 몰려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들은 부도 업체의 70~80%가 지방 중소업체로 파악하고,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 이러한 현상이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자금력과 기획력이 부족한 지방 중소업체들에게 경기 침체가 얼마나 혹독한 시련인지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대목이다.
S건설사 한 관계자는 “영세한 지방 건설사들이 경기에 쉽게 노출되는 것은 당연하다.
지방 건설사들이 수주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지역 경제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렇게 중소 건설업체들의 고충이 가중되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대형 건설사들에 편중된 수주 비율에서 찾을 수 있다.
중소건설사들이 경기 악화와 함께 대형사의 물량 독식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밝힌 지난해 1~30위권 대형 건설사의 수주 비중은 41.6%로 97년 35.5%보다 6.1%나 증가했다.
이중 10위권 이내 건설사 비중은 27.1%(6.0% 증가)로 초대형사의 수주 집중도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반면 31위 이하 1000위 업체의 수주 비중은 감소세를 면치 못한다.
31위에서 100권의 중견 업체의 수주율은 15%대로 5% 가까이 줄어들었고, 101위~1000위 중소형 업체 비중도 6% 이상 감소했다.
지역별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각한 지경이다.
지방 소재업체의 수주 비중은 2001년 41.2%를 정점으로 지난해 30% 내외까지 떨어졌고, 올해 상반기 동안 18.0%로 크게 위축됐다.
지방 업체들이 볼멘소리를 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수도권 소재 업체들의 지방 진출과 재건축 재개발사업, 턴키대안공사 등 대형 공사 증가가 가장 큰 원인으로 보고 있다.
프로젝트 기획력과 자금력을 갖춘 수도권 소재 대형사들의 물량 독식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방의 건설사 한 관계자는 “지역 개발 사업에 외지 기업들만 넘쳐나다 보니, 지방 건설업체들이 설 자리가 없다”면서 “정부 주도사업 역시 도시개발 등 초대형 물량이 대부분이어서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건설사 난립 현상도 중소형 업체의 자금난을 가중시키는 한 원인이다.
소형 업체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다 보니, 지방 업체들을 중심으로 과당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 물량이 정체된 상황에서 건설사가 폭증하면, 수주 계약률은 현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물량 정체와 계약률 저하, 자금난 심화라는 악순환의 고리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97년 3천896개였던 일반건설업체는 지난해 1만 3천202개로 늘어났고, 1사당 평균 수주금액은 192억원에서 78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최저가 낙찰제, 후분양제 등 제도적 변화도 중소업체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발주 규모가 점점 대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관련 제도까지 자금력을 요구하고 있으니 영세 업체들의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정부, 말로만 중소기업 살리기 정부는 현행 300억원 이상 공사에 적용하고 있는 최저가 낙찰제를 장기적으로 100억원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자금 경쟁력을 갖춘 업체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말로는 지역 경기 부양을 외치면서, 조직적으로 지방 건설사 죽이기에 나섰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저가 낙찰제 안에서 수주를 받기 위해서는 적자 사업을 감수해야 하지만, 그만한 자금력을 갖추지 않는 이상 도산 위기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지방의 건설사 한 관계자는 “최저가 낙찰제로 영세업체들의 참여율과 낙찰률이 현격히 떨어지고 있다”면서 “최저가 낙찰제 확대는 대형사 독식 현상을 더욱 부추겨, 지역 업체들의 줄도산을 야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주택시장 후분양 제도 역시 유사한 현상을 야기한다.
정부는 내년부터 공정률 40% 단계에서 분양을 시작하는 후분양제도를 시행하기로 했다.
또 2009년에는 60%, 2011년부터는 80% 이후에 분양하는 업체에게 공공택지를 우선적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건설사들은 선분양으로 조달하던 공사대금을 금융권 등에서 마련해야만 한다.
건설금융이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신용도가 떨어지는 건설사들은 자금 공급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위 관계자는 “은행들이 대출심사를 엄격하게 하고 있는 상황에서 후분양제까지 시행되면, 자금력을 갖춘 대형사만 살아남게 된다”며 “정부가 직접 나서 양극화를 부추기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건설업계에서는 공공사업에 대한 중소업체 참여 의무화 등 각종 우대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대기업에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는 최저가 낙찰제, 설계ㆍ시공 일괄 수주 등의 제도도 수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황철 기자 biggrow@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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