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에는 높다란 감시탑이 서 있는데 '팬'은 모두라는 뜻이고 '옵티콘'은 본다는 뜻이다.
그 뒤 미셀 푸코는 팬옵티콘의 감시 체계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고 팬옵티시즘이 규범사회의 핵심 원리로 자리 잡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우스갯소리로 이야기하자면 현대판 팬옵티콘은 구글어스라고 할 수도 있다.
구글어스는 구글의 위성 지도 서비스인데 최근 선보인 4.0 버전에서는 동네 구석구석 주차된 승용차의 차종이나 길거리에 지나가는 사람들의 헤어스타일과 옷차림까지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선명도가 높아졌다.
그야말로 우리들 생활 구석구석을 관찰하고 있는 것이다.
승용차 차종까지 구분 가능 북한에서 핵 실험을 했다고 발표했을 때 네티즌들이 가장 먼저 달려간 곳도 구글어스였다.
핵 실험 장소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제 FBI나 국가정보원이 아니라도 누구나 세계 곳곳의 위성사진을 확인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선명도도 높아지는 것은 물론 업데이트 주기도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
구글어스가 위성사진이라면 구글맵스는 지도 서비스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서비스가 안 되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인기가 대단하다.
구글 어스와 맵스는 무엇보다도 API를 공개하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매쉬업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는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의 줄임말이다.
구글의 API를 활용하면 구글의 콘텐츠를 가져다가 다양한 방식으로 조합할 수 있다.
이를테면 구글의 지도 서비스를 가져다가 부동산 정보 사이트와 연결할 수도 있다.
지도 위의 집을 클릭하면 부동산 정보가 뜨는 방식이다.
이렇게 API를 조합해 전혀 다른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걸 매쉬업이라고 한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게 공짜라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구글어스나 맵스를 이용한 다양한 매쉬업 서비스가 쏟아지고 있다.
플러드맵스라는 곳에서는 빙하가 녹아 지구의 해수면이 상승했을 경우의 세계 지도를 보여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당장 해수면이 14m만 올라가도 일본의 상당부분이 물에 가라앉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모든 데이터는 구글에 있고 이 사이트는 그 데이터를 끌어와서 조합한 뒤 보여주기만 할 뿐이라는 사실이다.
매쉬업 서비스의 매력이 바로 여기에 있다.
아이디어만 있으면 이 무궁무진한 데이터베이스를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다.
네티즌들이 매쉬업에 열광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새로운 수익창출의 기회도 열려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tm에서는 역시 구글맵스를 활용해 2003년부터 2005년 사이에 벌어진 1662건의 살인사건을 지도에 표시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런 서비스는 단순히 기사로 읽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정보를 줄 수 있다.
생각하기에 따라 훨씬 더 많은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하다.
도시가스 요금과 지도 정보를 결합한 서비스도 있고 곰이 자주 출몰하는 지역을 뉴스 기사와 함께 배치한 서비스도 있다.
부동산 매매 정보와 결합한 서비스는 너무 많아서 추리기 어려울 정도다.
간단히는 결혼 청첩장에 예식장 약도를 고배율의 위성사진으로 대체할 수도 있다.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를 본떠 만든 위키매피아에서는 세계 여러 나라의 사용자들이 구글맵스 위에 지리 정보를 입력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맥줏집 정보도 위성으로 찾는다 구글어스를 활용해 실시간 구름 사진을 확인할 수 있는 사이트도 있고 남성 잡지<맥심>에서는 사막에 100피트에 이르는 대형 광고판을 만들고 구글어스에서 위도와 경도를 입력해 확인하도록 하는 행사를 기획하기도 했다.
구글어스에서 미스터리서클을 확인하는 사람들의 동호회도 생겼다.
이밖에도 하우징맵이라는 사이트는 미국 전역의 호텔 정보를 가격정보와 함께 소개하고 있다.
비어헌터라는 캐나다 사이트에서는 캐나다 전역의 맥줏집을 지도 위에 표시하고 있다.
이 모든 서비스들이 구글의 지도 데이터베이스를 공짜로 활용하는 사례들이다.
구글은 이미 휴대전화로 지도를 확인할 수 있는 모바일 구글맵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머지않아 종이 지도가 아예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 전문가들도 있다.
인터넷만 접속할 수 있으면 휴대전화로도 언제 어디서나 세계 지도를 100만분의 1 이상의 축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앞으로는 모바일 매쉬업도 가능하게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나 한 시간 만에 새로운 매쉬업 서비스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한다.
구글 뿐만 아니라 아마존, 이베이 등 API를 공개하는 사이트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위치 정보에 도서 정보나 물품 정보를 결합하는 것도 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결국 아이디어다.
굳이 구글을 찾지 않더라도 우리나라에도 지도 서비스를 하는 곳이 많고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API를 공개하고 있다.
이미 구글어스와 네이버 지도를 연결한 매쉬업 서비스도 나와 있다.
네이버는 지도 위에 간단한 메모를 붙여 다른 사용자들과 공유할 수 있는 포스트 맵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구글에 비해 활용도가 떨어지기는 하지만 네이버도 다양한 매쉬업 서비스가 기대된다.
싸이월드는 미니홈피의 사진을 지도와 연동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야후코리아는 '길 찾기 검색' 서비스를 도입해 목적지의 위치와 주변 지역의 상세 정보 등을 지도에서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독립적으로 인터넷 지도 서비스를 하는 회사로 콩나물(www.congnamul.com)이라는 회사가 돋보인다.
구글어스와 맵스를 결합한 형태라고 생각하면 쉬운데 특정 지역의 약도를 다른 사람에게 전자우편이나 휴대전화로 전송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1미터 크기까지 식별할 수 있을 만큼 해상도가 뛰어나다.
이처럼 인터넷 지도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정작 문제는 돈을 어떻게 벌 것이냐다.
전문가들은 결국 인터넷 지도의 수익 모델도 광고가 아니겠느냐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지금은 완벽하게 무료로 제공되고 있지만 사용자가 많아지면 지도 곳곳에 광고판이 들어서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정환 기자 cool@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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