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부터 민간택지지구까지 분양가 상한제가 확대 실시됐지만,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미리 분양 승인을 받아놓은 물량이 '잔뜩' 대기중이기 때문이다.
최근 3개월 동안 전국적으로 12만 9000여가구가 분양물량으로 등장했으며, 2월에도 3만 2548가구가 분양을 대기중이다.
미분양 아파트는 공급 과잉으로 인해 늘어가고 있으면서도, 고분양가로 인해 주변 집값까지 자극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사태는 지방에서 더 심각하다.
미분양 아파트의 전체 물량 중 90% 가까이가 지방에 편중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방 건설업체의 연쇄 부도와 경제 침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 또한 지방 분양시장의 활성화를 하기 위해 투기과열지구를 모두 해제하는 한편, 지방 주택투기지역 6곳도 지난 30일 해제했다.
하지만 그 효과는 미비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분양 사태로 인해 묶여 있는 자금은 대략 30조 원 정도로 추정된다.
따라서 미분양 아파트를 떠안고 있는 건설업체는 자금난에 허덕이는 한편, PF(프로젝트 파이낸싱)대출과 같은 부동산 관련 대출도 막혀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론 확산 이렇듯 건설업체의 경영 위기가 대두되자 '한국판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 2001~2002년 미국 경제가 호황을 누리고 있을 때, 금융권들은 신용도가 낮은 저소득층에게 높은 이자를 받고 집을 담보로 돈을 빌려줬다.
하지만 미국 부동산 가격의 거품이 빠지면서 이자율이 높아지자,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결국 주택 가격 이상으로 대출을 해준 서브프라임 모기지 업체는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고, 한때 잘나가는 이들 업체에 투자했던 금융업체들도 연쇄적으로 부실을 떠안으며 대규모 금융불안 사태를 불러온 것이다.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인한 충격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국내 건설업계와 금융업계도 가만히 손 놓고 있을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건설업계는 30조 원에 달하는 자본 잠김 현상으로 인해 경영난을 겪을 수밖에 없으며, 만약 건설업계가 붕괴되면 금융업계도 직격탄을 맞아 같이 붕괴할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다.
건설업계와 금융업계가 붕괴되면 국가 경제도 위태로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물론 밀어내기식 분양 물량을 쏟아내고 있는 건설업계의 잘못을 간과할 수는 없다.
청약률 제로 업체, 30% 미만의 청약률 업체 등 이들의 수요예측은 잘못된 것이다.
또한 배짱부리기식으로 고분양가를 고집하다가 수요자를 맞지 못하는 사태도 벌어지고 있다.
수요자는 더 좋은 조건의 물건이 나오기를 기다릴 뿐, 수요자가 부족한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1차적인 잘못은 건설업계에서 찾아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에 이르기까지 참여정부의 소비억제 정책과 지방자치단체의 분양 승인과정 묵과도 한몫 거들고 있는 셈이다.
참여정부는 주택가격 안정에만 목을 맨 나머지 강력한 규제로 인해 소비심리를 꽁꽁 묶어버린 장본인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건설업계, 대책마련 촉구 대한건설협회는 한국판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특히 주택시장의 미분양 증가와 장기화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새 정부가 적극적으로 마련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새 정부가 추진을 미루고 있는 주택전매제한제도의 개선을 과감하게 추진할 것과 함께 내년 실시를 고려중인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주택 대출관련 규제 완화를 올 상반기로 앞당겨 줄 것을 요구했다.
또한 양도세 및 종합부동산세 등 주택 관련 세제의 과감한 완화 조치도 요청했다.
건설협회의 이 같은 요구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발표한 1주택자 양도세 완화, 취득•등록세 완화 및 지방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해제 등으로는 현재 주택 시장의 위기를 돌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판단에서 제시됐다.
하지만 건설협회의 요구는 받아들여지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규제를 완화시키는 것은 단기적으로 주택가격 상승을 초래하며, 장기화될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수요심리를 부추기고자 그나마 안정화된 주택가격을 다시 들쑤시는 꼴이 되니 말이다.
하지만 정책 결정은 때를 잘 파악해야 하므로 무리한 분양을 감행할 수밖에 없었던 건설업체를 새 정부가 도와줄지 아니면 외면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실수요자에겐 기회로 작용 미분양 아파트의 증가는 내집을 장만하려는 실수요자들에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각 건설업체들은 미분양 물량을 처리하기 위해 분양가 할인, 중도금 무이자 등 다양한 혜택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기지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많은 수의 미분양 물량을 떠안고 있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제살 깍아먹기식 판매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장기적인 관점으로 볼 때, 건설업체에게 있어서 이 같은 방식은 전혀 좋을 게 없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수요자를 끌기 위해 미분양 물량을 털어내기 위해 무리한 마케팅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에서 전매제한이나 양도세, 주택담보대출 규제 등을 완화해주지 않으면 어쩔 수 없이 부도를 맞는 업체가 생길 것이다"며 현재의 상황을 설명했다.
이문종 기자 rhee_mj@economy21.co.kr
협회장 재선출 된 권홍사 대한건설협회장 "새 정부 미분양 해소 조치 취해야" 권 회장은 총 117표 중 98표를 얻어 향후 3년간 협회를 이끌게 됐다. 또한 권회장은 이날 현재 전국 미분양 물량의 심각성에 대해 "현재 미분양 물량은 20만 가구를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러한 미분양 물량의 증가는 건설업계의 경영 악화를 초래해 지방 건설업계의 연쇄도산과 지방 경기의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미분양에 따른 자금 적체규모가 20~30조 원에 달해 금융시장의 붕괴로까지 이어지는 것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새 정부는 미분양 해소를 위해 주택전매제한 완화, 주택대출규제 완화 등의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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