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경기 침체로 경영이 악화한 계열 건설사를 살리려 그룹이 유동성을 수혈하는 사례가 또 일어나자 그룹 경영에 대한 위기가 재연되지 않을까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올초 대규모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 부실 등으로 자금난에 빠진 두산건설을 살리기 위해 최대주주인 두산중공업과 오너일가 등 그룹 전체가 1조원 규모 지원에 나선데 이어 한라그룹이 한라건설에 9100억원 규모의 유동성 지원에 나선 것.
산업계와 금융계는 웅진그룹의 경우처럼 주택경기 침체로 어려워진 건설사를 지원하느라 그룹 전체가 위험에 빠지는 일이 다시 생기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라그룹은 먼저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마이스터와 ㈜만도는 이날 각각 이사회를 열어 한라건설의 유상증자에 공동 참여하기로 의결했다.
당초 한라건설의 유상증자 규모는 3800억 원으로 예정됐으나 최근 증시에 퍼진 건설사들의 악재로 한라건설 주가가 하락함에 따라 증자 규모가 다소 줄어 3435억원 규모가 됐다.
한라건설도 물류창고와 골프장 등 자산을 조기 매각해 5600억원 규모의 자구 노력을 병행하기로 했다. 한라건설은 이를 통해 조기 경영정상화 추진과 함께 수익성 위주의 국내외 공사 수주로 건설업의 성장 기반을 다져나간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회사명을 ㈜한라로 바꿔 탈(脫) 건설 의지를 명확히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지난 2월에는 두산중공업과 오너 일가가 자금난에 빠진 두산건설에 1조원을 지원하는 경영정상화 방안을 내놓았다.
두산중공업은 발전설비·담수·수처리·산업설비 사업 등을 주로 하는 두산그룹의 주력사로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이번 지원으로 재무적 부담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산중공업 등 두산그룹은 지난 2011년 6월에도 두산건설에 대해 3000억원의 증자를 한 데 이어 이번에 또 증자를 추진했다.
하지만 두산중공업은 재무구조는 다소 튼튼한 편이지만 국내외 경기 침체로 인한 계열사 부진으로 실적이 크게 줄었다. 두산중공업은 작년 연결 기준으로 순이익이 147억원으로 94.4% 급감했다. 4분기에는 순손실 2191억원의 순손실을 내 적자 전환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택경기 침체로 건설사들이 직격탄을 맞아 심지어 정상이던 모그룹이 위험에 노출되는 사례도 실제 발생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해 어려움에 빠졌고 극동건설로 인해 웅진그룹 전체가 구조조정 상황에 놓였다. 웅진그룹은 극동건설에 2011년 5월 1000억원의 유상증자 등 지원에 나섰지만 결국 그룹 전체가 어려움에 빠지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웅진그룹은 지주회사로선 처음으로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해 기업회생 계획안을 마련중에 있다.
이에 대해 한라그룹은 주력 계열사가 충분히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그룹의 재무구조에는 악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룹 관계자는 "만도의 지난해 말 기준 보유현금과 차입한도 등 유동성은 9000억원이고 올해 영업활동의 현금흐름이 5000억원, 만도 차이나 상장 등 추가 현금 유입이 3000억원으로 예상되는 등 투자 여력이 충분하다"며 "이번 자금 조달로 재무구조에 불리한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라그룹 9100억 지원, 웅진처럼 경영위기 빠질까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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